일본의 고대에 해당하는 아스카(飛鳥, 552~645)와 나라(奈良, 710~793]) 시대에는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다양한 문물이 전해진다.아스카시대에는 백제로부터 많은 불교문화가 전파돼 일본의 고대국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귀족문화가 꽃핀 나라시대에는 당의 불교문화가 전래돼 불상과 사찰이 건립되는 등 일본 불교미술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한반도에서 이어진 불교미술, 아스카 시대
통상 일본에 불교가 전래된 6세기 중엽부터 다이카 개신[大化改新]이 행해지기 이전인 7세기 중엽까지를 아스카시대로 부른다. 이 시기에는 불교전래에 따른 불교미술이 발달했는데, 당시의 불교문화는 일본 고유의 신도문화(神道文化)를 대체하였다.
이는 한반도 귀화인계인 소가씨[蘇我氏] 집안과 다른 일본계와의 치열한 정치적 투쟁 속에서 소가씨가 승리함으로써 성취된 것으로, 아스카 시대의 미술 문화 속에서 한국과의 친영성(親迎性)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대 미술에서는 중국의 육조시대와 한국의 삼국시대의 양식이 다수 발견되는데, 이는 대륙의 선진문물이 기존의 일본풍을 혁신시킨 결과이다.
아스카의 대표 건축물, 호류사[法隆寺]
아스카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품은 대부분 불교와 연관돼 있으며, 이들은 호류사 일대에 집중적으로 보존돼 있다. 호류사는 일본 나라 현에 있는 절로 쇼토쿠종파[聖德宗派]의 총본산이며, 607년 쇼토쿠태자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현존하는 목조건물로 기본구조는 서원(西院)과 동원(東院)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스카 양식을 띠는 서원은 금당(金堂), 오층목탑, 중문(中門), 회랑(回廊)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670년에 모두 불타고 8세기 초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이 절의 금당에는 <석가삼존상>, <약사여래좌상>, 유메도노[夢殿]의 <구세관음상>, <구다라관음상(백제관음상)>, <사천왕입상> 등 일본의 국보급 문화재가 수백여점이나 소장돼 있다. 특히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것으로 유명한 금당벽화는 한국의 석굴암, 중국 윈강 석불과 함께 동양을 대표하는 3대 작품으로 꼽힌다.
호류사의 불상
이 시기의 불상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도리[止利] 양식으로, 호류사 금당에 있는 금동제 석가삼존불상이 대표적이다. 도리 양식이란 아스카 시대부터 나라 시대까지의 일본 조각양식을 말하는데, 중국의 북위(北魏) 양식(386~534)에서 유래했다. 이 양식의 특징은 호리호리하고 우아한 몸매, 옷의 주름에 대한 강한 관심, 얼굴의 비율, 몸과 발의 관계에서 마치 웅크리고 앉은 듯이 묘사하는 경향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국보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
7세기에 제작된 목조 불상인 일본 국보1호 고류사(廣隆寺) 보살반가사유상(弥勒菩薩半跏像)은 삼국시대의 불상과 거의 동일한 양식으로 제작되었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이 작품을 ‘완성된 인간의 이상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격찬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국보83호인 ‘금동 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거의 흡사하다.
발굴 당시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측됐으나, 이 보살상의 새끼손가락이 부러진 후 재질분석을 한 결과 우리나라 경상도 지방의 적송(赤松)으로 만들어진 것이 확인되었다. 보살상 뒷면의 명판에도 이러한 내용이 간략히 기록돼 있어, 삼국시대에 제작돼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양식의 전래, 아스카 회화
아스카 시대의 회화는 대륙의 화풍과 불교의 영향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와 유사한 양식을 보여준다. 아미타정토국을 표현한 호류사 법당의 <비천당 벽화>와 <다카마쓰 고분벽화>는 고구려 벽화양식에 일본의 토착적인 요소가 반영돼 있어 일본의 고대문화가 한반도의 영향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불교로 구현된 귀족문화, 나라 시대
일반적으로 나라시대[奈良時代]는 일본에서 나라에 수도가 있었던 710~784년을 말한다. 수도가 나라로 옮겨진 710년을 기점으로 하여 그 연호를 따서 670~710년을 하쿠호 시대[白鳳時代], 710~784년을 덴표 시대[天平時代]라고도 한다. 이 시기는 한국의 통일신라시대 전반기에 해당하며, 7~8세기 동양 전체가 그러하듯이 중국의 문물과 제도의 영향이 커 미술에서도 당풍(唐風)이라고 하는 큰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던 때였다.
이 시기에는 중앙집권체제가 갖추어져 천황이 실권을 쥐었으며, 불교문화와 미술이 전성기를 이뤘다. 따라서 왕권의 상징으로서 거대한 사찰이 조영되기도 했는데 나라의 도다이사[東大寺]가 대표적인 예이다.
불교 건축
나라 시대부터는 건축물과 함께 많은 조각 및 회화작품이 전해지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보다 손쉽게 엿볼 수 있다. 전기인 하쿠호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고후쿠사[興福寺]와 야쿠시사[藥師寺]와 그 절의 동탑이 있다. 후기인 덴표시대에는 당나라 승려 감진(鑑眞)에 의해 도다이사의 산가쓰도[三月堂]·쇼소인[正倉院], 도쇼다이사[唐招提寺] 금당 등이 세워져 동양 전체에서도 드물게 7~8세기의 건축미를 보여준다.
조각 및 회화
나라시대 전반기에는 초당(初唐)양식이 성행했으며, 후반기에는 성당(盛唐)양식이 풍미했다. 특징으로는 기법에서 건칠(乾漆)을 많이 쓴 것과 신장상(神將像)들의 얼굴이 매우 사납다는 점 등이다. 야쿠시사의 삼존불이나 성관음상이 당 양식을 대표하며 고후쿠사[興福寺]의 팔부중상(八部衆像)은 일본이 새롭게 성취한 우아한 당풍을 잘 보여준다.
회화 역시 중국 당나라와 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불교미술이 발달했으며, 경전의 내용을 그린 불화가 다수 제작되었다. 당나라 회화 양식의 영향을 받은 일본 나라시대의 회화를 가리켜 ‘가라에[唐繪]’라고 한다. 에인가쿄[繪因果經], 법화당 근본만다라(根本曼茶羅) 등은 고식을 잘 전하고 있으며, 쇼소인의 공예품에 그려진 그림들도 당시의 국제적 교류를 잘 말해주고 있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안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