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

2023.07.04 ▶ 2023.07.23

김세중미술관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효창동)

Map
  • 전시포스터

  • 김주환

    Ephemera – Auguries of Innocence Polypropylene(Pizza saver), 2003

  • 김주환

    검은빛 흰그늘展

  • 김주환

    숲, 홀로 서는 사람들 Woods, Biochar, Pizza saver 2003

Press Release

전시제목은 이다. 이 전시는 <삼수령>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출발한 두 가지 재료가 각각의 물성, 특질, 역사 문화적 의미를 동력으로 매우 다른 느낌의 조형 작업으로 해석되어 전시되는 체험형 설치프로젝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2년간 연구해 온 물질 ‘피자 세이버’를 통해 모든 생명체, 혹은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에 깃들어 있는 탄생-삶-죽음을 체험하고 명상하는 ‘미술공연’의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 알 한 알의 모래가 쌓여 거대한 모래성이 되고, 그것이 해체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관람자가 느린 호흡으로 따라가며 체험할 수 있는 미술공연을 펼치고자 한다.

김세중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약 한 달 동안 진행된다. 6월27일부터 작품 설치가 시작되고, 7월4일부터 미술관의 1, 2전시실에서 전시되며, 7월21일 오후 3시에 펼쳐지는 해체 작업을 통해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작품은 다변적이고 과정적 설치 작품으로 김세중미술관 각 전시실의 장소 특정적 환경과 공간 형태에 맞게 구성된다.

<1전시실-'유목과 은둔의 집'>과 <2전시실 -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의 독립된 두 공간은 각기 다른 소재(플라스틱/나무)를 기반으로 설치된다.

1전시실은 기성의 플라스틱 '피자세이버' 유닛들을 쌓아 올리고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행위의 공간’과 지속되고 있는 '관조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2전시실은 검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설치작업으로 작가가 나무 위에 닦아놓은 길들을 눈으로 따라가며 시간여행을 하는 ‘관조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1전시실-'유목과 은둔의 집'>

Act 1 : 『창조의 시간』

창조의 시간이 시작되면 전시실 바닥에 하얀 모래가 뿌려진다. 이 모래 위에 ‘화엄일승법계도’의 형태가 반복되며 연결되는 드로잉이 그려진다. 이 드로잉 위에 기성의 ‘피자세이버’를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다.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동안 쌓을 수 있는 피자세이버는 대략 5천 개 정도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의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로 작가와 참여자들은 일정 부분 함께 쌓으며 일주일 동안 총 20만 개의 피자세이버를 축적한다. 관람객들은 매 순간 매시간 매일 조금씩 성장해 가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본 전시에서는 전 과정을 영상미디어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Act 2 : 『유지의 시간』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은 대략 5m×7mx2m40cm(높이) 이상의 구축적 위용으로 드러나게 된다. 유지의 시간에는 20만 개의 피자세이버가 쌓아 올려진 장엄한 구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딕 성당, 타지마할, 이슬람사원, 빌딩 숲 같은 건축적 이미지와 동양의 산수화 같은 여백의 느낌, 또는 중첩된 천이나 종이, 생물의 뼈, 빙하나 오로라와 같은 거대한 자연 등 다양한 연상이 가능하다. 이 기간 동안 관람객들은 구축물 안팎에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구축물의 내부에 들어가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고요한 하얀 벽(그러나 막혀있지 않은) 안에서 체험가능한 자연의 빛과 공간의 환영은 ‘몽유도원’과 같은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김세중미술관의 1전시실은 큰 창문이 많아 자연광 효과가 좋은 장소이다. 이러한 전시공간의 특성은 작품을 실내전시에 머물지 않게 하며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과 자연광의 뒤섞임 속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간적 체험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Act 3 : 『파괴의 시간』
셋째 주에는 이 거대한 구축물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이벤트가 연출된다. 구축물의 바닥 면에서 봉과 줄을 이용하여 구축물을 와해시키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진다. 파괴 시간은 대략 2분가량 소요될 것이다. 20만 개의 피자세이버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마치 거대한 빙하가 바다와 만나 떨어져 부서지는 듯, 그것들이 부딪혀 내는 소리와 더불어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하도록 연출되어 짧은 시간 충격적인 시각 경험이 가능하도록 의도되어 있다.

이후 평온해진 하얀 잔재물들은 모래와 함께 조용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해체된 잔재가 마지막 날까지 관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3주에 걸친 전 과정을 통해 비로소 ‘창조-유지-파괴’의 느린 미술공연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영상물로 제작되어 미디어룸에서 상영된다.


<2전시실 - ‘숲, 홀로 서는 사람들'>

1전시실에서는 3주 동안 '유목과 은둔의 집' 작품이 탄생-삶-죽음 전 과정이 미술공연으로 이루어진다면, 2전시실에서는 나무의 흐름을 찾아 깎고 표면을 태운 작품들이 숲을 이루는 설치 작품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이 전시된다. 유리 너머 갇혀진 공간 속에서 우리가 시간을, 풍경을, 기억을 박제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전시장 바닥은 검은 바이오차(Biochar) 로 뒤덮이고 검게 탄 숲은 침묵으로 우리와 대면하게 된다.



작가노트
김주환

최근 작업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계인 삼수령(三水嶺)을 모티브로 하여 진행한 작업들이다. 삼수령과 그 주변 지역은 산악지역이자 석회암지대이며, 이 지역의 지형은 산과 물, 물과 땅이 만나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생성되어 온 과정을 ‘물의 여정’을 통해 관찰하고, ‘발산과 수렴’이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하여 다방면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분수계(watershed or divide)는 '물을 나누는 경계'라는 의미로,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이 서로 다른 하천으로 흐르게 되는 경계를 이루는 지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산의 봉우리나 능선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산의 능선을 경계로 양편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은 각각 다른 유역에 있는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때 그 능선은 분수계가 된다. 우리나라 전통의 산지 인식체계로 유명한 산경표(山經表)에서 표현한 대간ㆍ정간ㆍ정맥은 모두 분수계에 해당한다.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과 적각동 경계에 위치한 삼수령(三水嶺, 920m)은 이름그대로 세 개의 물길이 갈라지는 고개로서, 한강, 낙동강 그리고 오십천의 분수계이다. 세 물길이 갈라지는 곳은 무수히 많지만, 동해, 남해, 서해로 흐르는 세 강의 분수계가 만나는 곳은 삼수령이 유일하다. 또한 삼수령일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지역이자 석회암지대이다. 석회암지대의 지하로 스며든 물은 돌리네(doline), 우발레(uvale)와 같은 카르스트지형과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stalactite), 석순(stalagmite)을 생성하는 석회동굴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업은 고유명사로서의 ‘삼수령’이 아니라 ‘삼중 분할(triple watershed)’로서의 의미의 확장인 ‘발산과 수렴’에 관한 작업이다. 여기에서 발산(發散)의 산(散)은 산(山)으로, 수렴(收斂)의 수(收)는 수(水)로, 또는 그 반대의 형태로 작가의 상상은 진행하게 된다.

거대한 수관(水管)인 나무의 분지구조를 고찰하여 ‘발산과 수렴적 형태’에 관한 조형적 작업을 진행하였다. 나무는 뿌리와 가지의 구조를 통해 발산과 수렴의 상호대립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주변의 죽은 나무를 수집하고 그것이 가진 본연의 생태적 구조를 따라가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주도적인 해석을 견지하며 깎아나갔다. 그리고 형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낙동법(烙桐法)을 응용하여 태우고 갈아 기름칠하여 마감하였다.

그리고 '피자세이버'라고 하는 플라스틱 오브제를 이용하여 중첩된 산, 또는 종유석/석순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차용하였고, 더불어 stalactite vault라고도 불리우는 이슬람 건축양식인 무카르나스(Muqarnas) 연구를 통해 의미를 넓히고자 하였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기간동안 3주에 걸쳐 10만여 개의 기성 피자세이버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거대한 성채를 만들었다가 일순간 무너뜨리는 작업도 진행된다. 피자세이버라고 하는 일회용품이 가진 하루살이(ephemera)적 성격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리라.

지난(至難)한 생성과 찰나(刹那)의 소멸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합일을 이루려는 ‘유목과 은둔의’ 연금술사의 작업 과정(Hermaphrodite Opus)을 천천히, 느린 시선으로 따라가 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시제목김주환: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

전시기간2023.07.04(화) - 2023.07.23(일)

참여작가 김주환

관람시간11:00am - 05:00pm

휴관일매주 월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김세중미술관 Kimsechoong Museum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효창동) )

주최김주환

주관김주환

후원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연락처02-717-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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