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씨앗 같은 것

2023.04.27 ▶ 2024.02.25

백남준아트센터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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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포스터

  • 백남준

    백남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피아노와 편지> 1960(피아노)/1962-1980(편지) 가변크기, 분해된 피아노, 백남준이 보낸 사진, 문서, 편지

  • 백남준

    마르코 폴로 1993, 330×160×370cm, 자동차 본체, 냉장고, TV 모니터 6대, 네온, 생화 외 기타, 1-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 백남준

    연장선 있는 오디오테이프 헤드 1964-1965, 30x30x5cm 연장선 있는 마그네틱 오디오 테이프 헤드, 회로기판, 헤드폰, 건전지 케이블, 플라스틱 테이프 상자, 나무상자

  • 백남준

    달에 사는 토끼 1996, 가변크기, 나무 토끼 조각 1개, CRT TV 모니터 1대, 1-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DVD

Press Release

"한편에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고, 다른 한편에 소통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가끔 그 둘이 그리는 곡선이 교차한다.(그러나 소통과 전혀 연관이 없는 예술작품도 수없이 많고, 예술적인 면이 전혀 없는 소통도 많다) 그 지점에 사과 씨앗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어쩌면 우리의 꿈일지도 모른다." (백남준, 「임의접속정보」, 1980)

1980년 3월, 뉴욕 현대미술관의 학예사 바바라 런던이 기획한 「비디오 관점들」 시리즈의 하나로 백남준은 「임의 접속 정보(Random Access Information)」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다. '임의 접속' 즉 '랜덤 액세스'는, 마그네틱테이프의 재생 방식처럼 순차적으로 정보를 읽어내는 것과 달리, 컴퓨터에서처럼 원하는 위치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읽어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 강연에서 백남준은 서로의 면이 겹쳐지는 두 개의 둥근 원을 그리고, 한쪽에는 예술, 다른 한쪽에는 소통이라고 쓴다. 그리고 두 원이 겹치는 가운데 부분에 사과 씨앗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한다. 당시 강연의 주제였고, 백남준의 꿈이라고 말한 이 씨앗은 무엇일까? 백남준은 이 씨앗을 비디오 아트가 가진 잠재성으로 보았다. 백남준은 인류 역사의 모든 시간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는 비디오에 임의 접속하는 것이 소통의 문제를 극복할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믿으며, 이 씨앗을 움트게 하기 위해 무한하게 기록된 시간의 정보를 자르고 붙여서 비디오 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공연이나 전시 관람객이 아닌 불특정한 범위의 확산이 가능한 텔레비전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단절되는 것이다. 만날 수 없고 서로를 알 수 없으면 오해와 편견이 쌓여 통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과 소통이 만나면 서로의 매개체가 되어, 그 실행 방식이 다양해지고, 서로에게 강력한 도구가 되어,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 이르게 한다. 시간을 재조합하여 편집하는 비디오 작업이 시공간의 구속을 벗어나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낼 것을 백남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백남준은 1963년 그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랜덤 액세스」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은 관객이 마그네틱테이프의 원하는 부분을 긁어 녹음된 음악 정보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관객의 참여로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비단 비디오 아트뿐만 아니라 예술과 소통이 서로 교차하여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무한한 잠재성을 품고 있는 이 씨앗 안에는 그가 예술을 시작한 이후 멈추지 않고 거듭해온 전위적인 예술들이 그 자양분으로 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시공간의 한계 없이 언제든지 접속하여 누구든지 만날 수 있고, 원하면 어떤 관계든 만들고, 발견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백남준의 사과 씨앗을 새롭게 싹 틔워야 할 때이다.

백남준의 동료 예술가이자 쾰른의 아틀리에에서 전위 음악 콘서트를 기획했던 마리 바우어마이스터는 1958년부터 백남준과 우정을 나누었다. 바우어마이스터의 아틀리에는 존 케이지, 실바노 부소티, 벤저민 패터슨, 백남준, 한스 G. 헬름스 등 전위 음악을 하는 음악계, 미술계, 문학계 인사들이 결집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바우어마이스터 아틀리에는 1962년 그녀가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운영이 되었다. 「피아노와 편지」에 전시된 피아노 역시 당시 콘서트에 사용되었던 피아노의 잔해이며, 편지들과 사진들은 바우어마이스터와 백남준이 주고받았던 서신과 당시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콘서트들의 장면을 담고 있다. 부서진 피아노는 새로운 소리와 관람객의 음악 수용 방식을 고민했던 백남준과 동료 예술가들의 흔적을 담고 있다.

백남준은 1963년 그의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랜덤 액세스」를 선보였고 이후 「랜덤 액세스 오디오주테이프」는 1975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재제작되었다. 「랜덤 액세스」는 백남준이 무작위로 마그네틱테이프를 벽에 붙이고 관객이 직접 재생헤드를 손에 들고 마그네틱테이프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소리를 재생하는 작품이다. '임의 접속'이란 일정한 시간 내에 목록의 모든 항목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하며 사용자는 저장된 데이터의 위치가 어디든지 즉시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백남준은 「랜덤 액세스」를 통해 마그네틱테이프가 가진 물질성과 그 선형적 구조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백남준은 비디오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시간의 구조를 조작하고자 했으며 미래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질 비디오의 임의적 접근 가능성을 내다보았다.

비디오를 통해 시간을 공간적으로 재조합하기를 즐겼던 백남준은 이 작품에서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빛의 원천 중 하나인 달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준다.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의 주기가 12대의 텔레비전으로 형상화되는데, 1965년 뉴욕 갤러리아 보니노에서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초기 진공관 텔레비전을 사용하였다. 백남준은 진공관 끝에 자석을 고정해 내부 회로의 전자기적 신호를 방해하고 그 신호만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마치 달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모양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관람자는 시간의 길이와 깊이, 순간성과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품의 제목은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던 모습을 텔레비전 시청에 빗댄 것이라 할 수 있다.

「마르코 폴로」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었던 역사적 인물을 로봇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자신의 전시를 『전자 초고속도로: 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로 정하고 동서양이 교류했던 역사적 고속도로와 전자 고속도로를 중첩 시킨다. 20세기의 「마르코 폴로」는 엔진 대신 꽃으로 장식된 폭스바겐 뉴비틀을 타고 이동한다. 마르코 폴로의 얼굴과 발은 붉은색 네온으로 만든 상형문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6대의 텔레비전으로 구성된 몸체에서는 동서양의 건축물의 이미지, 원자가 분열하는 듯한 추상적인 전자 이미지들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마르코 폴로」는 세계를 광대역 통신으로 연결하는 '전자 고속도로'를 달리며 미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거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나란히 설치된 두 대의 텔레비전 중 하나에는 실제 물고기가 들어있고 다른 텔레비전에는 물고기의 영상이 보인다. 물고기를 폐쇄회로 카메라로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바로 옆의 모니터에서 보여주도록 설치되어 있다. 생중계되는 물고기는 실제 어항 안에 있고 어항은 브라운관을 대신하며, 진짜 물고기는 다른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보인다. 두 대의 텔레비전은 수상기이자 송신기이며, 관객들은 두 텔레비전을 통하여 빛과 색채와 존재적 차이를 비교하는 동시에 즉시성의 시적 감상을 경험하게 된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금색 도장을 한 나무 액자 안에 20대의 컬러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고, 2-채널의 영상은 각각 고전 명화들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그 윤곽만이 드러나거나, 때로는 중첩되고 왜곡되며 변화한다. "퐁텐블로"라는 제목은 프랑스의 퐁텐블로 성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 성은 나폴레옹을 비롯한 프랑스의 군주들이 머물렀던 화려한 거처로,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는 공간인 갤러리의 원형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수아 1세의 갤러리에는 「퐁텐블로」에 쓰인 것과 같은 화려한 금색 액자에 회화 작품이 걸려있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신했듯이, 음극선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다."라는 백남준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얀마 스타일의 황금빛 궤의 상단부 문을 열면 여덟 대의 소형 모니터에서 영상이 나오고 양쪽 측면에서는 두 대의 프로젝터를 통해 여성의 누드와 샬럿 무어먼의 퍼포먼스 영상이 보인다. 하단부 2단 서랍장에는 각종 장식물과 드로잉, 사진 등이 담겨있다. 궤의 서랍은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를 상징한다. 서랍장 곳곳에 스펀지 로봇과 철제 로봇, 동남아 양식의 청동 와불 등이 놓여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인터뷰 프로젝트
2008년부터 시작한 백남준아트센터의 인터뷰 프로젝트는 백남준과 인연이 있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료 작가, 테크니션, 큐레이터, 영화 감독, 방송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된 인터뷰 인물들은 인간 백남준에 대한 기술, 퍼포먼스가 있었던 당시의 생생한 현장, 글과 작품으로만 접했던 내용의 이면 등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2019년까지 진행한 50여 명이 넘는 인물들의 인터뷰는 그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다양한 백남준을 수집하는 일이며, 백남준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존재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인터뷰들 가운데 16인의 영상을 선별하여 2023년 4월 27일부터 개막하는 백남준 전시 『사과 씨앗 같은 것』에서 선보인다. ■ 백남준아트센터

□ 전시 개막 프로그램
○ 인터뷰의 기술: 백남준아트센터 인터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상영 /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인터뷰_황병기 인터뷰
정담회 / 권혜원 영상작가_박상애 아키비스트_현시원 시청각 대표
일시 / 2023_0427_목요일_02:00pm_랜덤 액세스 홀

○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보다, 천천히
차담회 / 고영래 모더레이터_조권진 큐레이터
일시 / 2023_0427_목요일_04:00pm_랜덤 액세스 홀

○ 사과 씨앗 백키지(Paikage) 나눔
미션에 참여하여 마음속 새로운 예술의 싹을 틔워 보세요.
일시 / 4월 27일 당일만 선착순.

전시제목사과 씨앗 같은 것

전시기간2023.04.27(목) - 2024.02.25(일)

참여작가 백남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만프레드 레베, 만프레드 몬트베, 알도 탐벨리니, 앨런 캐프로, 오토 피네, 저드 얄커트, 제임스 시라이트, 토마스 태들록

관람시간10:00am - 06:00pm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휴관일월요일,1월1일,설,추석당일 휴관

장르영상,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백남준아트센터 Nam June Paik Art Center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

기획조권진

주최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주관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연락처031-201-8597

Artists in This Show

백남준(NamJune Paik)

1932년 서울출생

백남준아트센터(Nam June Paik Art Center) Shows on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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