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보의 나무놀이

2021.10.06 ▶ 2021.10.26

희수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3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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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정보

    일획Ⅰ, 말 많이 하지마라, 문장이 길다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61x22.5x10cm 소나무 2021

  • 차정보

    찻상 118x20x12cm 대추나무, 느티나무 2020

  • 차정보

    아구(我垢) 나라는 티끌하나 25x22x9.5cm 박달나무, 적벽돌 2021

  • 차정보

    장식장 53x42x22cm 회나무, 참죽 2021

Press Release

눌목(訥木) 차정보 작품을 생각하며

‘얼마 전 집에서 술을 빚었는데, 아주 향기로워 마실 만합니다. 그대들과 마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살구꽃이 반쯤 피었고, 봄기운이 확 풀려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다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술을 마시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이군이나 박혼고와 함께 와서 마십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 술이 며칠 되지 않아 바닥날 것이니, 늦게 오시면 물만 마시는 곤욕을 보게 될 것입니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가 1203년 친구 전탄부(全坦夫)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다. 이 앞부분에서는 여러 친구들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점을 들며 인생무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친구 눌목(訥木) 차정보 작가를 생각하면서 떠올린 글이다. 이규보의 글이지만, 이 글에 눌목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실 눌목헌(訥木軒) 마당의 수양벚꽃이 피는 때면 그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고 오롯이 즐기며, 비가 오면 그 분위기에 스며든다. 좋은 술이 생기면 마음 맞는 벗과 함께 더불어 즐긴다. 그리고 ‘늦게 오면 물만 먹는 곤욕을 보게 될 것’이라는 표현과 같은, 유머와 품격이 있는 글귀를 남달리 잘 자아내는 재능도 그렇다.

눌목은 수시로 ‘잘 노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논다는 것은 혼자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든 그 순간들을 즐겁고 멋있게 즐기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눌목은 언제나 그런 삶을 살고자 하고, 실제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눌목의 작품은 이 같은 삶에서 나온다. 그의 이런 일상에서 영감이 나오고,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된다.

눌목은 재능이 다양하다. 나무를 오랫동안 다루어왔고, 옛 기와나 대나무 뿌리 등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전각 솜씨도 남다르다. 붓글씨나 그림도 사람을 혹하게 한다. 거기에 함께 담는 자작(自作) 글귀도 사람들의 감성을 적셔주고 마음을 쓰다듬는다.
그의 재능과 삶의 자세가 어우러진 작품에는 그만의 개성이 잘 담겨 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색을 하게 하는, 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40세 이후에는 ‘언제 죽어도 호상’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종종 말하는 그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글귀도 떠오른다. 즐기는 삶을 살고자 하는 눌목이 더욱 더 그런 삶에 다가가고, 그래서 그의 삶도 작품도 갈수록 더 멋지게 되기를 바란다.
2021년 여름
■ 동추(桐楸) 김봉규



나무가 있어 나는 웃었고
나무가 있어 춤을 추었다.

나는 목수다.
늘 내 직업이 가장 아름답다고 우겨 되며 나무를 깎는다.



아침이 분주하다.

장작 준비하랴, 도끼질(?)하랴, 자욱한 연기 뿜으며 불 피우랴.

툭툭 터지는 장작불 소리 들으며 나른한 무심으로 하늘만 본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면, 충격처럼 와 닿는 시간의 흐름.
땀 흘린 시간들, 번외에 몸서리친 시간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 버리고
나는, 그 흐름의 시간들 속에서 낭패하고, 망연해한다.

치열하게 살고자 애쓴 몸짓들은 어떤 형상으로 비춰질 것인가?
완성된 것, 미완성된 것들,
늘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옛것들에 취한 새로운 해석과, “미의 부여”에 치중하려 노력했지만, 만족할 수 없는 고민으로 오늘도 당혹하다.

■ 訥木 차정보
작가노트 중에서

전시제목차정보의 나무놀이

전시기간2021.10.06(수) - 2021.10.26(화)

참여작가 차정보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무

장르조각

관람료무료

장소희수갤러리 Heesu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3 (인사동) )

연락처02-737-8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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