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 실과 빛-관계의 시작

2016.03.12 ▶ 2016.06.19

블루메미술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30

Map
  • 이은숙

    실풀이 형광실, 블랙라이트, 실패, 각 7x7x12cm 500개, 2016

  • 이은숙

    소통의 의자 폴리에스터, 형광실, 실크스크린, 블랙라이이트, 525x525x340cm, 2014

  • 이은숙

    소통의 의자 폴리에스터, 형광실, 실크스크린, 블랙라이이트, 525x525x340cm, 2014

  • 이은숙

    ㄴㅏ ㄴㅓ(나,너) 폴리에스터, 형광실, 실크스크린, 블랙라이이트, 150x150x55cm, 2016

Press Release

실과 빛-관계의 시작
Thread and Light–The Beginning of Relationship


블루메미술관은 ‘미술관 경험(Museum Experience)’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가며 올 한해 ‘관계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자 한다. 미술관이라는 시공간안에서 새로이 형성되는, 환기되는, 또는 기억되는 여러 형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시화하는 것이다.

그 첫번째로 중견작가 이은숙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전은 관계의 거리와 크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가 십여년간 천착해온 작업의 주제는 가족과 남북관계이다. 하나는 작고 다른 한가지는 크다. 가족은 거리로 보자면 나에게 가장 가까운 것이고 국가는 삶의 단위로 보자면 추상적이라 할 만큼 먼 관계이다. 그러나 이은숙 작가에게 이 둘은 거의 같은 거리에 있고 같은 크기를 지닌다.

그녀의 가족은 이산가족이다. 한국전쟁시 월남한 작가의 아버지는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이었고 생전에 북에 남겨진 자녀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작가에게 남과 북이라는 분단국가의 관계는 곧 아픔이 있는 가족사로 이어지는 거시적인 동시에 미시적이고, 역사인 동시에 현재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 지금도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되어 흩어져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앞에 한국 이산가족 5천명의 이름이 적힌 분단의 벽을 세우기도 하고, 베를린의 남북대사관을 실로 잇는 최근의 퍼포먼스 등을 통해 분단상태에 있는 국가 그리고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그에게 관계란 가장 작고 가까운 것이다가 동시에 한없이 커지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지기도 하는 너비와 길이를 지닌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시 가족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가장 작은 단위의 인간관계 안에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들과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을 그는 형광실을 풀어내 만든 투명상자들에 담아왔다.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있을 듯 한 올로 풀려있거나 또는 복잡하게 층층이 얽혀있는 실의 모습과 성질을 투명한 사각의 형태에 담아내며 그는 맺거나 풀어야 할 관계의 여러 양태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실패에 감겨있는 500여개의 실들로 만들어진 <실풀이>라는 작품에서 실이 막 풀리기 시작한 그 한 올의 시작점이 주는 그 명쾌함, 동시에 실이 실패에서 풀려 나오는 순간 다시 스스로 또는 다른 무언가와 엉키게 마련인 그 복잡다단함은 하나의 언어로 정의하기 힘든 인간 관계의 여러 모습들을 대변하고 있다. 주로 기하학적 형태의 투명상자들을 사용하던 그가 마치 반형태(Anti-Form)들처럼 부드럽게 누워있는 상자들을 실험한 <ㄴ ㅏ, ㄴ ㅓ>라는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수직적 형태로 영원히 지탱될 수 없는 관계의 연약함과 예측불가능성과 같은 비정형의 성질들을 읽어보게 한다. 블랙라이트에 반응하는 그 형광빛들은 바쁜 일상의 삶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관계맺기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은숙 작가의 작품들이 비단 사람사이의 관계를 추상적으로 재현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관객이 쉬어갈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주는 시간안에서 서로를 관찰하거나, 말을 건네거나, 또는 서로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아주 작고 헐거운 형태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관객참여형의 작품들도 만들고 있다. <소통의 의자>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홍콩의 한 광장에 설치되었던 이 작품이 그러하다. 사람들이 직접 앉을 수 있는 의자부분은 없지만 스툴과 같은 의자형태의 유닛 600여개가 모여 아치형의 건축적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형태로 미술관 전시장안에 들어오게 된 이 작품은 어둠 가운데 빛을 뿜는 거대한 입체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안에서 함께 공유하게 되는 특정한 신체적 경험이 서로 완벽한 타인으로 만나는 관객들에게 아주 작고 짧은 순간이지만 함께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전시를 위해 그는 지역 청소년들과 사전워크숍을 진행하며 누가 무엇이 그들을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도 하였다. 그에게 작품은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는 사람 사이의 작은 이야기, 봄볕 작은 씨앗처럼 한 올 실같이 사소하고 가는 빛처럼 약해보이는 그 대화의 시작점에서 관계의 집이 지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집을 짓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펼쳐놓은 곳이 미술관 공간이고 이 안에서 작가는 대화의 실을 잣고 이야기와 관계의 방을 만들어나간다.

전시제목이은숙: 실과 빛-관계의 시작

전시기간2016.03.12(토) - 2016.06.19(일)

참여작가 이은숙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미디어와 공연예술

장소블루메미술관 BMOCA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30 )

연락처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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