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린 : 다정한 인사와 맴도는 단어들

2024.03.20 ▶ 2024.03.26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Map
  • 전시포스터

  • 김혜린

    Someday in December acrylic on canvas, 90.9x72.7cm, 2022

  • 김혜린

    찬란한 순간들 acrylic on canvas, 53.0x45.5cm, 2023

  • 김혜린

    검어진 순간 acrylic on canvas, 53.0x45.5cm, 2024

  • 김혜린

    다정하고 섬세하게 acrylic on canvas, 72.7x60.6cm,2024

  • 김혜린

    하얀 낭만 acrylic on canvas, 116.8x91.9cm,2024

  • 김혜린

    행운의 향기 acrylic on canvas, 65.1x53.0cm, 2024

Press Release

개화기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는 일상 속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란 쉽지 않다.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며 하나의 상태로 지속되지 않고 곧장 다른 감정 상태로 변화하는 순간적인 상태라 볼 수 있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인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기쁨, 분노, 불쾌함, 슬픔, 놀라움, 두려움의 여섯 가지 감정을 기본 감정이라 주장한다. 인간은 이와 같은 기본 감정을 기반으로 발전한 다양하고 보다 세분화된 감정의 분류 체계를 가지지만 언어로 정의 내리기란 불가능하며 변화무쌍한 감정의 불안정한 성질을 명료한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다. 이처럼 비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 불가능한 성질을 갖는 감정은 예술의 조형적 표현에서도 정해진 한계가 없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작품에 감정을 담아낸다.

고정화가 불가능한 흐르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고정되지 않는 표현 수단이 필요한데 바로 김혜린 작가의 회화의 특성이 그러하다. 작가 역시 일상을 살아가며 불쑥 찾아오는 감정이라는 기류를 의연하게 맞이하고 그 과정을 꽃이라는 특정 대상으로 하여금 조형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작가는 내면의 감정을 시각화 하는 방법에 있어 꽃이라는 자연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화면을 구상하고 꽃의 형태와 여백, 색채와 채도, 회화적 표현 등을 통해 보다 직관적인 감정의 표출을 보여준다. 꽃은 실제 모습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배경 전체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색채로 가득 채운 화면 구성을 통해 작가의 감정에 따른 표현이 표출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배경에 라인이나 자국 등을 추가하여 꽃이라는 감정의 기둥에서 새어나온 다양한 뉘앙스를 보여준다. 이는 어떠한 상황 또는 대상에 대해 상반되는 감정이 혼재하는 양가적인 감정과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의 발현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지점이 된다. 이에 따라 작품은 사실적 접근을 통한 꽃의 표현과 감정을 대변하는 꽃과 배경 색채의 조화, 이중적이고 애매한 여러 감정들의 발현에 따른 회화적 표현기법의 결합을 통해 내재된 감정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듯 꽃잎의 결과 각기 다른 선들의 질감 또는 두께를 갖춘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예리한 눈썰미와 세심한 붓 터치에 의해 부드럽고 오묘한 아우라를 전한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의 표현방식은 다채로운 색채와 만나 율동감과 생동감을 부여하여 더욱 풍부한 감상을 가능하게 만들며 꽃이라는 절제된 소재와 배경의 여백을 통해 한층 더 돋보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꽃을 소재로 작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쑥 맞이한 감정의 첫 만남 순간부터 함께 표류하다 떠나보내는 이별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화면 속 꽃의 모습은 오랫동안 응시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에 따라 꽃이 전하는 생명력과 심미감이 느껴지며 나아가 정서적 회복의 순간마저 얻게 된다. 회색 빌딩 숲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며 우연히 마주한 건물 또는 아스팔트 사이에 자라난 한 송이 꽃의 모습에서 꿋꿋하게 피어난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하곤 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꽃의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갑작스레 맞이한 여러 감정의 층위에서 갖가지 시련을 이겨내며 피어난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언제 꽃잎이 시들고 줄기가 꺾일지 모르는 순간에도 언젠간 드리울 한 줄기 햇살을 기대하며 불현듯 찾아오는 감정을 정성스레 맞이할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작품을 감상하며 내면의 개화기를 맞이하고 소용돌이와 같은 감정 그 자체로 긍정하는 작가의 시선에 위로받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노트

맞이
나를 맴도는 언어는 곧 마음이 된다. 그 마음은 말이 되어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터져 나온 그 마음은 어디에서 부딪혀 다시 돌아오는 걸까.

표류
스스로 되뇌는 말들은 나를 정의하기 시작하고 점점 몰입되어 완전하게 내가 되어버린다. 나를 맴돌던 단어들과 함께 어딘가를 표류한다.

이별
모든 것은 흔들린다. 가만한 것은 없다. 터져 나온 마음들, 나를 정의하던 말들은 어느새인가 사라졌다. 증발하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다. 충돌하듯 맞닥뜨리는 감정들, 당혹스럽지만 이 역시 내게 찾아오는 손님이니 정성스레 맞이한다. 시간을 두고 온전히 느껴야만 비로소 감정은 흘러가기에 함께 물에 떠다니듯 표류하며 그것을 자세히 느끼고 천천히 음미한다. 표류하는 과정은 가장 가까이 느끼면서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온 마음을 다해 함께하는 동시에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길고도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함께 표류하던 감정은 천천히 나를 떠나가고 또 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을 통해 나는 조금씩 더 성장하며 너른 사람이 되어간다.

Emotions often hit me unexpectedly and catch me off guard, much like an unannounced guest in the middle of the night. While this can be disorienting, sudden, and even awkward at times, it's a natural part of being human and must be acknowledged and accepted due to an unavoidable guest.
Allowing ourselves to experience our emotions entirely is the key to letting them go, so we must adrift together like floating on water, taking in every detail and savoring them slowly. The process of adrifting is the long and crucial process of being together wholeheartedly and preparing to let go simultaneously while feeling at the closest but watching from a certain distance.
Then, slowly, my emotions fade away without even realizing it. Only then this creates room for a new feeling to take its place and enrich me, which is what I have gone through so far for this beautiful breakup. Through endless encounters with emotions and repetition of this process, I'm growing gradually and becoming more well-rounded.
In my perspective, meeting, drifting, and parting emotions is called 'emotional penetration'; I hope to unravel every aspect of this process through my work.

전시제목김혜린 : 다정한 인사와 맴도는 단어들

전시기간2024.03.20(수) - 2024.03.26(화)

참여작가 김혜린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연락처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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