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이예림 작가는 빌딩숲으로 둘러 쌓인 뉴욕을 여행하면서 현대적인 건물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햇살이 가득 비치는 아름다운 도서관, 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 저녁 노을이 질 무렵의 아련한 도시의 정경을 그대로 작품 속에 담았다. 작가는 21세기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모티브이자, 현대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패턴으로 다양한 도시의 건물들을 선택했다.
건물이 지닌 차갑고 거대한 느낌을 조금 더 유연하고 생기 있게 만들어 주기 위해 다양한 색감과 마치 털실로 떠낸 것 같은 유기적인 선과 입체적인 질감의 효과(Effets de matière)로 표현하였다. 작가는 개인이 느낀 건물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원색적이고 강한 색채로 생기가 있는 도시의 얼굴로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노트
나는 그림을 오래 전부터 그려왔다.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그림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미대에 입학했으니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마치 밥 먹는 것처럼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그림을 그리면서도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꾼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졸업 후 디자이너로 회사에 입사했다.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림은 내게 꿈이 아닌 그냥 나의 삶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 그림은,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그냥 언제나 내 곁에 두고 함께 하는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도 넘게 함께 했던 그림이 불과 몇 년간의 사회생활, 회사생활로 인해 나에게서 없어져 버렸고, 그러면서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그림은 어느새 내겐 꿈이 되어버렸다.
회사를 다니면서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꾸었고 내 마음에 용기와 그리움이 가득 찬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둔 나는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뉴욕을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뉴욕엔 미술관이 많으니 소진될 대로 소진된 나의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그곳으로 향했다. 뉴욕에 몇 달간 머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술관을 갔고, 뉴욕의 미술관들은 경쟁하듯 굉장한 작품들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내게 영감을 준 것은 뉴욕의 오래된 빌딩숲이었다. 사람들은 도시를 만들었고 필요에 의해 건물을 올렸지만 정작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도시를 지키는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건물이었다. 햇살이 가득 비치는 아름다운 도서관, 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 저녁 노을이 질 무렵의 아련한 도시의 얼굴은 매일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다양한 도시의 건물들은 21세기를 너무도 잘 대변해 주는 모티브이며, 현대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패턴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림의 소재로 이 모티브에 다가서지만, 건물이 지닌 차갑고 거대한 느낌을 좀 더 유연하고 생기 있게 만들어 주기 위해 다양한 색감과 마치 털실로 떠낸 것 같은 유기적인 선과 마띠에르(Effets de matière)로 표현하였다. 나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그들이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건물이 아닌 다양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생기 있는 도시의 얼굴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전시제목이예림 - 도심발견
전시기간2013.05.04(토) - 2013.05.16(목)
참여작가
이예림
초대일시2013-05-04 16pm
관람시간10:00am~19:00pm 평일 10:00-21:00, 주말 공휴일 10:00-19:00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é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연락처02-730-7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