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면 느리고 무겁게 가라앉아
마지못해 해드라이트를 켜고 용병들처럼 길게 늘어선 자동차.
종일 한 짐씩 등에 지고 다녔을 하루를 감추려는 듯,
다리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둥그래졌구나.
너의 몸 어느 곳을 막으면 하루의 신음, 경적소리 들리지 않을까...
도로의 불빛 안개보다 흐리고 그 속에서는 누구나 맨 앞이며 맨 뒤,
끝없이 늘어선 원근이 이젠 오히려 편안하고 자욱하다.
너무 오래 보아 마치 추억 속의 모습인 것도 같다.
어느 저녁 자동차 해드라이트가 말을 건네 왔다.
불빛의 표정, 그 흔들림이 어느 하나 똑같지 않았다. 세상에 뿌려진 존재의 모습이 겹쳐왔다.
매일 저녁 불빛은 나를 바라보고, 나는 그 빛을 바라보고
내 눈이 불빛인지 불빛이 나인지 그렇게 그것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풍경은 여기서부터 시작 되었다.
아마도 내가 태어나 가장 많이 본 풍경이 도시의 풍경이었으리라.
새벽 출근이나 삶의 하루가 끝나가는 퇴근 길 안개비와 깊은 운무 속
일그러진 해드라이트가 웅성거리며 살아나는 그 순간
나의 눈빛도 살아나고 그것은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로부터 풍경을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
- 작업노트 중
전시제목강호란 개인전: The Stranger
전시기간2015.12.15(화) - 2015.12.21(월)
참여작가
강호란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영상
관람료무료
장소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관훈동, 인사가나아트센터) )
연락처02-725-9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