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상자-아트스타 2019 Ver.4 「신명준 – 낙원의 형태」

2019.08.23 ▶ 2019.10.20

봉산문화회관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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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명준

    신명준 – 낙원의 형태 展

  • 신명준

    낙원의 형태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9

  • 신명준

    낙원의 형태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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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형태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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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형태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9

Press Release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9」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시민과 예술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9년 유리상자 네 번째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Ver.4展은 회화를 전공한 신명준(1991년생)의 설치작업 ‘낙원의 형태’입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적 고난과 억압에 대한 대응으로서 ‘안식처’를 떠올리며, 어쩌면 현실과 이상이 겹쳐 얽혀있는 ‘안식처’에 관한 작가의 인식과 감수성의 흔적입니다. 작가는 평안하고 자유로운 안식처로서 우리시대의 낙원이 어떤 모습일지, 또 그 낙원을 구성하는 사물들과 조형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제안합니다.

작가는 4면이 유리로 구축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에 자신이 생각하는 낙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4개의 기둥과 투명 지붕을 비롯한 몇 가지 사물 장치들을 설계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낙원樂園 paradise은 고통이 없는 지복至福의 장소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 어원이 옛 이란어 ‘담으로 싸인 마당’에서 연유하였고, 그리스인에게는 잘 단장된 ‘페르시아왕의 정원’을, 또 불교에서는 ‘정토淨土’를, 중국 도교에서는 ‘도원경’을 의미하기에 낙원은 외부에 소재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보호 장치로 둘러싸여 현실의 땅과는 경계가 구분되고, 생명의 나무와 샘이 있어서 온갖 생명체가 평화롭게 사는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장소, 즉 천국을 뜻하는 안식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의 낙원은 어떨까요? 작가는 내부로 출입할 수 없는 유리상자의 경계 구분과 신전을 연상시키는 4개의 기둥에 착안하여 이곳이 외부 현실세계와는 다르게 비범한 영역임을 암시하는, 2개의 파란색 육각기둥과 파란 천막으로 감싼 기둥, 기둥 내부에 깨진 유리병조각 장식물을 보관한 흰 기둥 등 4개의 새로운 기둥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식처의 안정감을 부여하기 위하여 천장에 지붕 형태의 구조물을 매달았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가려야 하는 지붕이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게 보이는 투명한 웨이브 지붕으로 설치하면서 태양빛이 내려쬐여 바닥에 놓인 사물들이 더욱 현실의 일상에 관한 것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 장치들의 아래 바닥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이 섬 같기도 하고 어렴풋이 별 같기도 한 흰색 나무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작가가 일상 속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올려놓았습니다. 사물들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고 대부분은 필요에 의해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버려지거나 혹은 원래의 소용을 다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사물들입니다. 구슬형의 가로등기구는 길가의 어느 차단봉 위에 꽂혀있었고, 물건을 받치는 팔레트는 주차금지 표시용으로 사용되던 것입니다. 또, 버려진 밀대 봉과 필요한 길이만큼 사용하고 잘라버린 각종 호스, 부러져서 불안정한 사다리, 고장난 모니터, 낡은 라바콘, 버려진 양동이, 쓰고 남은 벽돌, 자투리 그물망, 깨진 거울 등의 수집품이 비닐로 싼 식물 화분과 함께 이곳에 있습니다. 사물과 사물의 상황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낯설면서도 평화로운 생태계는 작가가 행위 했던 일상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만들어진 ‘낙원’의 형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찾아낸 이 ‘낙원’의 은유 속에는 우연과 기대와 설렘의 이유를 통하여 만남과 선택, 수집, 조합, 조형 등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본능적 감수성이 묻어있습니다. 이처럼 낯선 ‘낙원’의 설계는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낙원이 현실의 흔한 일상 사물들에서도 구축될 수 있다거나, 아예 예초에 낙원은 없었다는 현실적 절망에 대한 긍정일 수도 있지만, 낙원에서 생명의 나무와 샘을 떠올리듯이 존재의 가치 혹은 생명을 이어가는 현실의 실체들을 드러내려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인식하는 ‘낙원’을 시각적으로 번안하는 이번 유리상자는 다름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성찰하려는 ‘실체’의 고찰입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낙원’은 일반적인 정의定義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을 재구성하여 우리 자신의 현실 삶에서의 억압을 숙고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보려는, 그 속에 예견된 현실의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또, 변화하는 세계의 존재 가치 속에서 예술적 유효성을 추출하려는 작가의 질문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것은 존재 가치에 관한 변화變化와 균형均衡을 담보하는 자연설계自然設計에 관한 질문일 것입니다. 일상의 상태에서 추출하는 자연 그대로의 설계는 ‘낙원의 형태’라는 낯선 시각으로서, 끊임없이 변화와 균형의 순환을 이어 지속하려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체계를 깨달은 작가의 언급이기도 합니다.
■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시민참여 워크숍
■ 제 목 : 레이어 만들기
■ 일 정 : 9월 21일(토) 오후 3시
■ 장 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 참가문의 : 053) 661-3526
■ 내 용 : 전시공간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작품들의 구성은 여러 레이어가 겹쳐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는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이를 2차원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본인만의 공간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작가노트
흔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방치된 사물은 필요에 의해 구매되고 만들어졌지만 결국 이용가치를 잃고 방치된다. 그렇게 남겨진 사물들을 보통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일상 속 풍경 중 하나로 생각해 버릴 수 있지만 그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순간 낯설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낯선 사물들을 수집하는 행위를 해왔고,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여 낯설게 다가오는 존재, 가치가 주를 이루는 상상속의 낙원이라는 공간을 연출해 보고자 한다.
■ 작가 신명준


우리에게 낙원이 필요한 이유

신명준 작가는 동시대 청년 작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청년, 그리고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현재 이들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을 통해 그 현실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88만원세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후 그 세대조차도 부럽다는 #삼포세대를 지나 #N포세대, 무한대의 경쟁으로 인해 ‘번 아웃’되었다는 #탈진세대, #무민(無Mean)세대...
이 시대 청년을 부르는 수많은 이름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 유의미한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는 현재적 강박이 그들에게 어떤 것인가를 반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청년작가가 마주한 현실이 잔혹동화라면,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유난히 빠르게 돌아가는 속도와는 결이 다른 속도의 심장을 가진 이라면, 그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승자독식, 무한경쟁 시대에 자신을 찾고 지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작가의 내면 풍경이 <낙원의 형태>라는 이름으로 오늘 유리상자 안에 펼쳐졌다. 그의 내면이 처음부터 낙원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이를 이해하기 위해 낙원 이전의 흔적을 살피고, 그의 파라다이스에 이르러 보자.

Ⅰ. 쉬어가도 좋지 않을까?
(2016)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에서 ‘떠나라’라는 말이 의미를 가지려면, 앞의 ‘열심히 일한 당신’이라는 말이 전제되어야 한다. 휴가가 달콤한 시간일 수 있는 이유는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일 지라도 그런 하루하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대 청년에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반복되는 불안한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작가는 매일매일을 그냥 휴가라 여기기로 한다. 휴가에는 설렘, 재미, 휴식과 같은 정서가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휴가라는 이름만으로 왠지 어제와는 다른 내일이 되었다. 그래서 (2016)에는 ‘매일이 휴가라는 선언’과 불안을 뒤로하고 설레는 휴가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20대 청년의 바람이 담겼다.

Ⅱ. ‘산’ 혹은 ‘별’이 된다면 조금 덜 흔들리려나?
(2017), (2017)
작가는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매일이 낯선 설렘이기를,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기를 바랬던 작가는 이제 바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기로 한다.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견고한 무엇이 되는 것이다. 즉 산은 그 안에 수많은 사물을 품어 왁자지껄 하지만 자체로 묵직하다. 행성 역시 표면 위는 아기자기 하지만 그 무엇보다 무겁다.
신명준 작가는 스스로 산이 되고, 별이 되어 더 이상 세상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Ⅲ. 전지적 제작 시점 – 낙원으로의 초대
<낙원행>(2018), <낙원의 형태>(2019)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산이 되고, 별이 되었던 작가는 이제 하늘을 날아서 자신만의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 일명 낙원이다. 힘을 가진 존재에서 자신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예로부터 인류는 수많은 낙원을 꿈꿔왔다. 대개 이곳은 하늘 위나 바다 밑의 어떤 곳, 혹은 산 속 계곡 너머 깊숙이 자리 해서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장소였다. 그 곳은 항상 깨끗한 물이 흘러넘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이 있으며 동물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등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장소로 상정된다. 신명준 작가는 유리상자 안에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들지만, 이곳은 분명 인류가 상상해 온 낙원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낙원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발 딛고 선 도시의 어느 한 켠인 듯, 지금이라도 길거리 공사현장에 나가면 볼 수 있을 법한 사물들이 우리를 맞는다. 그래서 한편으론 친근하지만, 기존의 낙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아 약간은 당황스럽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작품을 구성하는 오브제들의 면면이다. 이제까지의 작업에서 신명준 작가는 주로 영상, 사진, 그리고 각종 다양한 오브제들을 다루어 왔다. 특히 재치 있고 솜씨 좋은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들은 개별적으로 볼 때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는 오브제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낙원의 형태>를 구성하는 오브제들은 예전과 같은 조합이나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날 것에 가깝다. 분명 <낙원>의 오브제에는 담백함과 절제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만든 유리상자 안의 낙원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일까
아마도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면서 이상화하지 않고 현재의 자신을 담는데 충실한 것 같다.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었지만, 현실이 힘들다고 가상의 세계로 도피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낙원은 지금 여기, 지속가능한 일상을 지키는 것에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명준 작가는 자신을 내리누르는 거대한 힘에 맞서 자신의 싸움을 하고 있다.
때로는 매일 휴가를 가면서 그 때마다 새롭고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로 한다.
또 하루는 외부에서 오는 어떤 흔들림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 혹은 별이 되기로 한다.
작가는 이런 긍정의 힘을 위안 삼아 좌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노라 말한다. 자신의 심장 박동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맞서 고유한 박자를 지키는 일, 누가 이를 무의미하다 할 것인가. 이 역시 동시대를 의연히 거스르는 작가의 태도일 터, 낙원은 이 태도가 만든 그만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신이 선 자리에서 낙원을 만들고 보는 이들에게도 각자의 낙원을 만들어 보기를 그리고 그 곳에서 잠시 쉬어가길 권한다. 혹 이것이 우리에게 낙원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는지...

■ 하윤주 미술평론가

전시제목유리상자-아트스타 2019 Ver.4 「신명준 – 낙원의 형태」

전시기간2019.08.23(금) - 2019.10.20(일)

참여작가 신명준

관람시간09:00am - 10:00pm

휴관일없음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기획봉산문화회관

연락처053.66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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