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각 컷에는 구간과 구간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풍경(공간)과 이동 시간의 흐름이 지하철의 움직임(속도)과 빛이 그려낸 가시적 이미지에 응축되어 있다. 56컷의 사진과 56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된 <두 가지 기록>은 하나의 컵을 신체(인간의 눈과 손)와 기계(카메라의 렌즈)라는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컵의 외관을 찍은 사진은 컵의 형태나 스타일에 의해 사용자의 취향이나 성격, 유행 등을 짐작하게 하는 객관적 풍경이라면, 드로잉은 컵 표면의 미세한 흔적을 스케치함으로써 사용자의 내밀한 특성과 삶에 접근(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 주관성이 개입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윤지선은 자신의 얼굴 사진을 재봉질하여 본래 사진 이미지를 왜곡·변형시켜 새로운 자화상을 만들어낸다. 천 위에 재봉질이라는 특성상 전면과 후면, 양면에 각기 다른 자화상이 존재하고, 늘어뜨려지는 실의 특성과 설치방식에 따라 평면과 입체 사이를 넘나든다. 윤지선은 끊임없이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보기, 장난이나 놀이 혹은 언어유희의 실행 등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에 기반한 작업을 전개해 왔다. 재봉틀로 얼굴을 박음질해서 완성한 자화상은 강렬한 표현성 때문에 첫 반응은 기괴함, 우스꽝스러움, 잔혹함 등등 다소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감정들이다. 그러나 사진 이미지와 박음질로 재탄생한 얼굴 사이의 차이(변질)는 ‘숨은 그림 찾기’ 할 때와 유사한 집중력을 유발시킨다. 점차 박음질의 중첩 속에서 일정한 패턴과 프랙탈(fractal)을 찾아보기도 하고, 왜 그녀가 저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며 관람자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켜 나가게 된다. 빽빽한 박음질로 인한 상당한 부피감과 무게감, 복잡함만큼이나 윤지선의 작품이 가볍지 않은 이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작품에 대한 어떠한 이해와 편견과 공감과 혐오 등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나올지 기대된다.
3. 예술가로 살아가기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청년작가의 기준은 대체로 연령구분에 의한다. 일반적인 기준에 의하면 대체로 45세 미만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45세라 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청년작가 대우(?)를 받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일에 20년을 집중하다보면 나름 전문가가 되어있고, 경제상황 또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술계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 일단 1970년 이후 출생한 작가를 청년작가의 범주에 놓고 본다면, 그들은 1990년대 미술의 국제화 속에서 전 세계를 강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열풍, 즉 온갖 실험과 도발을 경험하였다. 또한 IMF 이후 치열한 경쟁체제를 경험했고, 대중문화와 자본주의의 물질중심적 가치가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을 장악해 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요즘 청년작가들이 과거의 예술가들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살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난하지만 열정과 예술적 혼을 불태우기에는 세상도 미술판도 너무 많이 변했다. 일부 청년작가들은 창작의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미술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찾고, 작업보다 신청서 제출을 위한 텍스트 작성에 몰두한다. 안타깝게도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뒤로 한 채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순응하여 일반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생계를 위한 직업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청년작가에게 조언하고자 한다. 청년의 가장 빛나는 본질은 순정(純正)의 정신성이다. 청년작가는 비뚤어진 자본주의의 욕망이 이끄는 삶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기능적‧기계적 사회구조와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아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예술가의 생명력은 상상력과 꿈에 있다. 궁금증과 호기심만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듯이 무모하고 황당무개한 상상과 꿈에 매달리기를 권한다. 그 황당무개한 환타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구체화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중국 속담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담아 10년간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된다. 20년을 하면 두려울 만큼 거대한 힘이 되고, 30년을 하면 역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청년작가들이 직업예술가로서 기능적 삶이 아닌 진짜 예술가로서의 삶에 10, 20년, 30년 열중해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전시제목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18>
전시기간2018.07.18(수) - 2018.09.30(일)
참여작가
김성수, 윤세영, 이은영, 안동일, 윤지선
초대일시2018년 08월 03일 금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문화가있는날)_10:00am - 08: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1일, 추석·설날 당일 휴관
장르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관람료무료
장소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 서구 농성동 311-1 )
주최광주시립미술관
주관광주시립미술관
연락처062-613-5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