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은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주제를 발굴, 연구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조망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올해 아르코미술관은 잠재되어있던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불안’에 주목했다.
2012년 한국사회의 불안
불안은 나쁜 일 혹은 공포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두려운 예감에 사로잡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공포와 달리 불안은 지속시간이 길고 대상이 불분명하다. 프로이드는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외상(Trauma)의 순간’을 언급하는데, 전후 급격한 사회변화부터 IMF 시대의 급격한 경제변화라는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사회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안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동안 잠재되어있던 갈등과 모순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승자가 대부분을 독식하는 구조로 급격하게 재편된 한국사회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자살률, 이혼율, 사교육비, 저임금 및 비정규직 노동자비율, 근로시간, 노동 유연성, 산재사망자수 등 달갑지 않은 지표에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바로 그러한 징후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동시대적 불안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현실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만성적인 불안감을 안은 채 현재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불안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의지는 성과측정 위주로 개편된 사회시스템에서 쏟아지는 일상의 과업들에 묻혀버릴 뿐이다. 결국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상황에서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2012년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는 상이한 신념과 입장이 어색하게 공존하는 동시대 한국사회의 풍경을 관찰한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제목은 불안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이번 전시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 내부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엄격한 위계와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주류의 압력과 비주류의 소외, 심지어 폭력과 범죄의 가능성들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놀이터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관습적이고 제도화된 시각이 주는 안정성을 탈피하고 현실에 대한 의문과 의지를 품은 예술가들의 사유와 성찰을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결코 직설적으로 불안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시야에 포착된 대상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언뜻 각각의 작품들 속에 어떤 대상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 표면 속에 쉽게 파악되지 않는 모호한 대상이 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함과 보편성, 합목적성의 질서를 취하고 있지만 그 내면에 존재하는 은밀한 불편함과 혼란스러운 인식이 엿보이는 작품들은 오늘날 모호한 불안의 실체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작품들로 구성된 <플레이그라운드>는 불편함을 은폐하는 수사(修辭)의 과잉으로 점철된 2012년 한국사회의 불안한 풍경을 총체적으로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제목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 그라운드>
전시기간2012.08.17(금) - 2012.09.28(금)
참여작가
공성훈, 김기철, 노충현, 육태진, 임선이, 최수앙, 김상돈, 오인환, 정주하
초대일시2012-08-16 18pm
관람시간11:00am~20: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특별전시
관람료무료
장소아르코미술관 arkoartcenter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100 아르코미술관)
연락처02-760-4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