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자 개인전

2010.10.20 ▶ 2010.11.01

갤러리 그림손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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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90x65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90x65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90x65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259x194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259x194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대리석, 28x28x26cm, 200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대리석, 22x50x41cm, 200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194x259cm, 2009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181.8x227.3cm, 2009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181.8x227.3cm, 2009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190x130cm, 2010

  • 제정자

    Serenity and Dynamism cotton, acrylic on canvas, 190x130cm, 2010

Press Release

버선으로 빚어내는 공간의 대위법
하계훈(미술평론가)

대부분의 사물은 그 본연의 가치와 상징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예를 들어 태양은 거대한 수소가스의 불덩어리로서 지구상의 생명체에 온기를 공급해주는 물리적 발열체이지만 문학과 신화 속에서는 생명과 빛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등장한다. 우리의 행동과 표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대칭으로 마주 붙이면 사랑을 표시하게 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내밀면 전투적 적대감이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게 된다. 제정자는 이렇게 본질과 상징을 내포하는 오브제 가운데 우리 전통의상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버선을 모티브로 오랜 동안 작업해오고 있다. 버선은 서양의상에서의 양말처럼 발을 감싸는 입을 거리로서의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여인의 수줍은 발을 감싸 가려주고 어머니의 버선 깁는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아련한 정서를 느끼게 만드는 상징적인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양말이 신축성이 커서 신는 이의 발모양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과는 달리 버선은 착용한 상태에서도 제 모양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도톰한 두께와 날렵한 곡선, 그리고 그러한 곡선이 만나는 끝부분에서 도도하게 콧날을 들어 올리듯 솟아오르는 버선코를 보여주는 조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정자가 우리의 전통미를 담고 있는 오브제 가운데 하나인 버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세계미술교류협회장으로서 여러 차례 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외국 문화에 대한 대응 논리로서의 우리문화를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정체성을 모색하는 자연스런 결과가 바로 버선으로 귀결된 것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우리 고유의 의복전통을 대표하는 버선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하여 “세계의 유수한 아트페어 등을 다녀보니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결국 자기의 것(역사 또는 전통)을 토대로 한 것이더라”는 답을 한 적이 있다. 요즘처럼 국제적으로 전례 없이 신속하게 정보가 소통되고 작가와 작품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작가로서 창작에 임하는 자세가 국내에만 국한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적 무대만을 바라보고 작품을 제작할 수도 없으니 결국 이 양쪽을 동시에 아우르는 창작의 모티브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가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국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이어서 국제적 공통언어로서 유통될 수 있는 주제와 이를 구현하는 형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일찍이 제정자가 선택한 버선이라는 모티브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에 손색에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정자가 버선을 작품의 모티브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였다. 이처럼 버선의 조형성과 상징적 의미를 작품에 도입한 제정자의 화면에는 실물보다 작은 버선이 화면 가득 상하좌우로 배열되어 있거나, 또는 화면의 한 부분의 지형을 이와 같은 패턴으로 버선이 배열되어 있도록 구성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정자의 화면에 상하좌우로 무한증식하듯 전개되는 작은 버선들은 그 하나하나가 조형적 요소로서의 모듈이면서 화면 가득 군집된 상태에서는 전체적으로 균질한 미니멀리즘 형식의 화면을 구성하기도 하고 동시에 각각의 버선들이 드러내는 미세한 볼륨감과 곡선의 반복에 의해 미묘한 리듬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나하나의 버선에 가해진 네모난 점들이 빚어내는 반복의 율동과 리듬 역시 화면의 생기를 더해주고 마치 제작과정에서 작가가 떠올렸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화면 밖으로 한꺼번에 울려 나오는 듯하다. 작가는 이러한 버선으로부터 파생되는 조형적 요소의 이중적 성격을 ‘정(靜)과 동(動)’으로 표현해왔다. 환갑을 훨씬 넘긴 원로 작가의 화면답지 않게 작은 버선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질하고 배열하고 부착하여 채색과 마무리를 직접 해나가는 강도 높은 작업과정을 통해서 제정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 국민 고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정서와 더불어 인간 개개인의 삶에 스며든 공통적인 정서인 희로애락의 파노라마를 대형화면에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상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버선을 모티브로 하는 제정자의 작품은 선명도 높은 색채의 변화와 일부 버선의 반쪽 면을 제외시킨 채 화면에 부착하는 변주에 의한 새로운 질감을 느끼게 해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버선이 갖는 조형적 특성 가운데 하나인 곡선의 미를 확장시키는 조각 작품들로 진화되어 나아가기도 한다. 여인의 발목을 감싸는 듯이 팽팽한 볼륨감을 유지한 상태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있는 버선의 모습을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깎아낸 제정자의 조각은 회화 속의 버선들의 조형성과 율동미를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킨 작가의 또 다른 노력의 산물이며 우리 전통의 여인들의 정서와 삶을 상징하는 버선의 현대적 변용이기도 하다. 마치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이행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진화를 상징하기나 하는 듯이 우리 생활공간에 우뚝 솟은 제정자의 버선 조각 작품들은 흰색 대리석이 전해주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과 함께 잘 연마된 세련미와 풍부한 볼륨감으로부터 나오는 당당함까지 우리시대의 여인들의 희망 덕목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반평생을 작가로서 우리 고유의 정서를 시각화하는데 바쳐온 제정자의 이번 전시는 버선이라는 모티브가 평면의 이미지에서 공간 속의 입체로까지 확장되는 작가의 작업 이력을 요약해주는 전시이며 작품의 크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노고와 진정성 때문에 작품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종류의 전시다. 앞으로도 작가가 버선을 모티브로 삼아 젊은 작가들 못지않게 자신의 삶을 함축적이면서도 대중과 공감할 수 있게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작품화해 나아갈 것을 기대하며 이번 전시를 주목해본다.

전시제목제정자 개인전

전시기간2010.10.20(수) - 2010.11.01(월)

참여작가 제정자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 )

연락처02-733-1045~6

Artists in This Show

제정자(Jae Jung-Ja)

1938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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