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정: 숲의 그늘 Shades of Forest

2023.10.06 ▶ 2023.10.22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Map
  • 배미정

    숲의 그늘 Acrylic on canvas, 27.3x34.8cm, 2023

  • 배미정

    숲의 그늘 Acrylic on canvas, 27.3x34.8cm, 2023

  • 배미정

    살아내는 순간 Acrylic on canvas, 162.2x162.2cm, 2023

  • 배미정

    살아가는 중 25x17.5cm, colored ink on paper, 2023

  • 배미정

    안녕을 비는 절벽 Acrylic on canvas, 72.7x60.6cm, 2023

  • 배미정

    꺾어진 나무를 지키는 사람 Acrylic on canvas, 72.7x60.6cm, 2023

Press Release

배미정의 그림은 인물, 꽃과 하늘이 있어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회화의 매력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선과 색의 어울림이 인물도 드러내며 동식물이 관찰되는 공간은 초현실도 포함한다. 평범하여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인물, 길가에 있는 풀, 선선히 부는 바람도 작가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형상 하나도 그냥 나오는 법이 없으며 응축된 표현으로 이야기가 떠오르는 문학적 기질이 있다. 서사가 담긴 풍경의 특성을 살려 화면은 그동안 작가가 살아온 경험과 기억이 한데 어울린다. 감성과 만나면서 장면은 세상 안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연결한다. 인물이 주를 이루지만 살아가는 동안 있었던 일, 앞으로도 있을 어느 순간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현실이 가져다주는 기억을 작가는 그림에 풀어놓는다. 장소가 연상되던 곡선의 형상은 자연으로 이어져 순환의 범주 안에 대상들을 끌어모은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서 평면 안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보인다. 비록 현실이 고달프더라도 그림에서만큼은 안녕을 기원하며 행복을 바라는 바람이 ‘아는 여자’ 연작을 낳게 했을 것이며 그 자신의 일상도 그림의 일부로 자연스레 드러난다. <모자를 뜨는 여자, 2023>에서는 인생에 고난이 와도 막아줄 것 같은 모자, 은유는 나 아닌 다른 여인들이 있었음을 이야기로 내면에 새겨 지혜가 되어주는 기억들을 모아 모자에 실어 쌓아 올린다. <살아내는 순간, 2023>은 담담하게 아이를 육아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젖을 먹이는 엄마의 모습 주변으로 황금색이 뿜어져 나오며 짙은 청색이 주변의 덩굴이 되어 하늘까지 차오른다. 빛을 받으며 유유히 드러나는 오묘한 색채는 작업의 특징이다. 우울함도 감추고 완연히 기쁘지도 않으며 노출되지 않는 묵묵함이 풍경의 색에 묻어난다. 아름답지만 차갑게 이성적이며 당당하게 드러나는 감정은 시적이다. 그린다는 것은 겉모습 너머로 발견되지 못한 진실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초상이라 볼 수도 있는 작가의 ‘아는 여자’들은 세상이라는 범주 안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관계라는 설정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기억하며 화면에 풀어놓는다.

“어느 날 아침, 새벽녘 잠에서 깼는데 뭔가 될 거 같았어. 그런 느낌 아니? 이런 생각이 들었지. 이제부터 계속 행복할 거야. 이건 시작이고 더 큰 행복이 올 거야! 다 헛된 기대였고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순간이 행복했고 바로 그 순간이... 전부였던 거야.” “이제야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영화 <디 아워스>, 클라리사 대사 중에서.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일까?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좋을 수만은 없는, 살아있음이 증명되는 현실들을 안고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함을 작가는 아는 것 같다. 그림은 여성의 시점에서 풍경을 보여주지만 인물을 살펴보면 각자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내용이다. 작업실 한편에 있는 무화과나무가 죽었는데 어느 날 그 화분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죽어버린 무화과나무, 2022> 작품이 나왔다는 작가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탄생과 소멸, 평면 안에 추상으로 여전히 계속되는 삶은 다양한 것들이 뒤엉켜 진행형 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작업노트

나는 내가 겪어 왔던 모든 여자들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은 내 손톱이 된 그녀, 내 머리카락이 된 그녀, 내 젖가슴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다.
이 작업으로 인해 마음 깊이 박제된 빛으로 존재하던 그들의 삶이 내가 어두운 모퉁이에 다다를 때마다 나타나 길을 밝혀 준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색을 가진 ‘박제된 빛 ’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한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며, 변하고 있어도 하나다. 이 작업들은 그녀들의 세상 혹은 나의 세상 이야기이지만 서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즉 전시 < 숲의 그늘 >은 서사는 분절시키고 그 장소의 숨어있는 분위기와 그곳의 감정과 각 개인들마다 다르게 조각된 기억의 조각들에 관한 작업이다. 이것이 내가 그녀들에 관한 기억을 시각화하며 소환하는 방법이다. 바깥과 안의 경계가 모호한 마을과 주변 환경과 뒤섞인 사람들과 그 사이 공간, 그 비틀어진 틈을 회화로 시각화하고자 한다.

지난 2월 전시 < 쉬고 있는 여자들 > 작업을 전시장에 디피해 놓고 보니 <죽어버린 무화과 나무>라는 작업이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의 주제를 대표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3년 넘게 키우던 무화과 나무가 내 생활이 힘들 때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죽어버렸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렸던 그림이 <너의 무늬5>였고, 죽은 무화과 나무 화분을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채로 작업실 테라스에 그대로 두었더니 어느 날 옆에 작은 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풀은 무서운 생명력으로 1.5m도 넘는 키로 자랐고 급기야 꽃까지 피웠다. ‘생’과 ‘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극명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화분을 작업실 안쪽 이젤 앞에 들여와 사생을 했다. 다른 작업들은 내가 직접 본 이미지들과 직접 찍은 사진을 참고해서 그것을 기억으로 조합하거나 콜라주 형식으로 이미지들을 조합하지 바로 사생하진 않는다. 그래서 <죽어버린 무화과 나무>는 더욱 특별하다.
<무지개를 짓는 여자> <모자를 뜨는 여자> <살아내는 순간> <안녕을 비는 낮의 숲> <씨앗을 날리는 그녀와 말라버린 풀 그리고 새, 새, 새>등 쉬고 있는 여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그림들에서 ‘쉬고 있다.’는 라는 뜻은 단순히 그냥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녀들이 오롯하게 자신의 주체적인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순간 즉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애쓰는 순간을 뜻한다. 그녀들은 모두 실재하는 내가 애정하는 여성들이지만 곧 바로 나이기도 하다.
바로 그 순간을 그린 그림이 <안녕을 비는 절벽4> 이다.
<사라지고 있는 우리1~6>시리즈 들은 식물, 동물, 무생물 등등 온갖 것들의 추상적인 조합이다. 아직 해석되지 않은 세상을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생’과 ‘사’가 뒤엉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된다.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 이라는 입체드로잉 시리즈들은 <박제된 빛> 의 입체화이다.
2년 전 동료작가들과 함께한 퍼포먼스 워크샵에서 <박제된 빛>을 유리구슬 등을 사용하여 빛조각을 모아서 순간적인 무지개를 만드는 퍼포먼스로 표현한 적이 있다. 그 퍼포먼스에 사용된 재료가 모조리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 입체 드로잉 시리즈로 만들어 졌으며, 막상 입체로 만들어 빛이 아니라 실제 덩어리가 되고 나니 누군가 듣고 보지 않아도 소소하게 삶의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삶, 그녀들의 말 덩어리가 된 것 같아서 제목을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 이라 지었다.
그리고 이 입체 드로잉이 다시 옥빛 채먹으로 그린 <살아가는 중> 이라는 푸른색 드로잉 시리즈가 되었다. 모두 추상처럼 보이는 이유는 ‘생’과 ‘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극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푸른색은 새로운 생의 의지로 충만한 경계에 놓인 세상,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의미한다.
결국 돌이켜 보니 예전 처음 태고의 기운을 간직한 “야쿠시마 숲” 에 갔을 때 느낀 그 죽음과 생의 에너지를 계속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숲의 그늘> 이 되었다.

전시제목배미정: 숲의 그늘 Shades of Forest

전시기간2023.10.06(금) - 2023.10.22(일)

참여작가 배미정

관람시간11:00p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

Artists in This Show

배미정(BAE MiJung)

1976년 출생

갤러리 도올(Gallery Doll) Shows on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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