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늘 불편했고 억압은 나를 자극했다.
할머니가 둘인 것에 의문을 품지 못한 유년과, 맏딸은 살림 밑천이란 소릴 들으며 장남의 역할을 강요받은 청소년기를 지나, 최루탄의 화염을 애써 방관하며 지낸 대학시절이 있었다. 현모양처를 주입받은 역할로서의 삶을 꾸역꾸역 끌고 온 나도 있다. 이렇게 강요된 나로부터 저항하지 않은 나는 늘 불안했고, 나다운 나를 살기 위한 일탈로 회화 작업을 선택했다.
작업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나를 완전히 고립시켜 <오직 나, 나의 정체성, 여성으로서의 나> 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것 하나 '他'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브래지어를 벋으며 벌겋게 부어오른 살을 만질 때 내복 위에 브래지어를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혐오했던 그 모습이 추함이 아니라 나름의 패션이나 항변, 권리로 깨닫게 된 즈음, 현실에 익숙하게 길들여 저 잊고 산 것들에 대한 의문과 저항을 회화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라는 시리즈의 작업을 했다.
평생을 사진기자로 살아오신 아버지 3천여 점의 기록들이 박물관에 기증되던 날, 아버지의 깊은 눈을 보면서 작업은 <구조 속에 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날 이후 잊으면 안 될 일들의 망각과, 잊고 싶은 일의 생생함에 대하여, 그것이 삶과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늘 고민하게 되었다.
생태계의 우두머리는 과연 인간일까? 노력하면 지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유한 생존 인간과 무한 생존 물질, Untact 사회에서 통로가 되는 Contact의 소외, 사물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이 요즘의 관심 주제이다.
이제 생태는 팬데믹(Pandemic)의 세상에서 매우 중요한 예술적 쟁점이 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물질을 변형하는 우리는 동시에 그 물질의 힘에 의해서 반드시 변형을 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생해야 하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상호작용이나, 비인간이 제도적 권력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박탈당하는 것들의 소외를 작업에 적용한다.
비인간도 행위자로 간주한다는 부뤼노 나투르 (Bruno Latour)의<행위자 연결망 이론
(actor–network theory; ANT)>과, 스테이시 엘러이모 (Stace Aiaimo)의 몸이 과학, 기후, 환경과 맺는 관계에 대한 <횡단신체성 (Transcorporeality)>개념이 작업의 뒷받침이 되었다.
이렇게 나의 작업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술은 삶과 다르지 않으며,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내 작업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는지....
오늘도 나는 내게 질문한다. 전시제목박진화: 지금,우리
전시기간2020.11.21(토) - 2020.12.02(수)
참여작가
박진화
관람시간10:30am - 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없음
장소구구갤러리 GUGU GALLERY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서로9길 30 (목동) 구구갤러리)
연락처02-2644-2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