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개관한 이후 매년 참신한 기획전과 교육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하였다. 이번 전시 『풍경과 감정이입』은 풍경을 통해 감정을 시각화하는 작가 노은영, 박동근, 박인선, 윤준영의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네 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풍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대표작과 신작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할 것이다.
전통 회화에서 풍경을 소재로 한 그림을 우리는 산수화로 불렀다. 산수화는 중국 노자 사상의 영향으로 이상향을 동경하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높은 산과 흐르는 물,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은둔자가 중심 소재였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을 직접 보고 그리는 '진경산수'를 그렸다. 현대에 이르러 작가들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풍경을 선택하거나 만들고 있다.
박동근은 풍경 속에는 인간의 오랜 삶의 흔적을 찾고, 박인선이 그린 도시의 파괴된 집은 죽음을 상징하였다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숲과 물줄기로 표현하고 있다. 윤준영이 만든 낯선 풍경은 세상 속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 고독, 긍정, 희망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노은영은 자연을 통해 자신과 인간의 모순을 극복하는 이치를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풍경 속에 담긴 작가들의 다양한 감정을 교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박동근은 생활의 터전인 목포와 전남의 풍경을 즐겨 그린다. 그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대상을 관망하고 그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목포의 유달산, 영암의 월출산처럼 기암괴석이 드러나는 풍경을 좋아한다. 박동근 작품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멋진 풍경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풍경에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재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사람들의 흔적은 자연을 배경으로 지어진 건물을 통해 보여준다. 단원 김홍도가 금강산의 멋진 풍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경을 완성하였듯이 박동근 작가도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흔적을 멋진 풍경과 함께 그려 진경산수가 획득한 미술사적 성취의 잊고 있다.
윤준영이 보여주는 풍경은 익숙한 소재인 나무, 숲, 건물, 담장, 달, 파도 등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전체적으로 낯설다. 작은 집과 결합한 미로는 안정감과 굉장한 압박감을 동시에 주고, 검은 파도 속에 세워놓은 작은 초소는 통제할 수 없는 불안감을 준다. 보는 사람이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작가가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위압감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에 힘이 실리는 것은 밀도 높은 표현의 완성도가 한몫하고 있다. 먹이 보여주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검은색 위에 콩테와 채색으로 입체감과 색감을 더한 마무리는 빈틈이 없다. 이 빈틈없는 표현의 완성도는 숨 막히는 감정을 이입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노은영은 "여행을 통해서 마주한 풍경의 이미지와 그때의 감정을 담은 메모들을 곱씹으면서 이미지를 구상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본인이 마주한 사회적 현실과 관심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데, 주된 소재는 자연이다. 노은영 회화의 특징은 마음을 빼앗긴 자연의 풍경을 공력을 드려 완성하는데 감정과 노동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의도와 표현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노은영은 스케치를 따로 하지 않고 얇게 물감을 쌓거나, 두꺼운 물감을 문지르기도 하고, 중첩된 붓질을 통해 점점 선명한 형태를 만들어 간다. 구축된 물감의 질량과 투입된 시간은 대상에 대한 애정에 비례하고 있다.
박인선이 처음 관심을 가진 대상은 태어나고 자란 도시가 재개발로 허물어져 가는 것이었다. 삶의 터전인 집과 도시는 기술, 시간, 인간의 욕망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유독 한국 도시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개별 건물은 구성원이고, 도시는 그 구성원을 이루는 사회집단으로 인식하는 작가 처지에선 맥없이 사라지는 건물을 하나의 생명처럼 인지하였다. 최근 박인선은 도시환경에서 자연으로 시각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작가는 단순히 자연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에서 생명의 근원에 관한 질문과 해답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 함평군립미술관
전시제목풍경과 감정이입 Landscape and Empathy
전시기간2023.04.28(금) - 2023.07.02(일)
참여작가
노은영, 박동근, 박인선, 윤준영
관람시간10:00am - 12:00pm / 01:00pm - 06:00pm
입장마감 05:3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함평군립미술관 HAMPYEONG Museum of Art (전남 함평군 함평읍 곤재로 27 (수호리, 엑스포 주제영상관(사무실)) 제1,2전시실)
기획이태우(함평군립미술관장)
연락처061-320-2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