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류민자(柳敏子, RYU MINJA)는?
한국 여성 미술계의 큰 기둥, 류민자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서술된 여성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그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중에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5%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여성미술가로 존재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 류민자(柳敏子, 1942~)는 육아와 가정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창작을 꾸준히 팔십 평생동안 전개하여 왔습니다. 이처럼장구한 화업을 유지한, 류민자 화백과 비견될 수 있는 여성 작가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한국 여성 미술계의 큰 기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국화의 개척자 : 한국화와 서양화의 접목을 개척 (융복합 한국화)
동양화를 공부한 류 작가는 남편 하인두의 영향을 받아 추상화, 서구적인 재료를 활용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고, 매체와 표현방식은 동양과 서양의 영역을 넘나들었습니다.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캔버스에 아크릴을 쓰고, 한지에 채색을 하는 등 재료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는 화선지에서 캔버스로, 담담한 색조의 분채에서 짙고 강렬한 아크릴로 재료를 바꿔 왔듯, 끊임없이 창작의 세계를 개척하여 왔습니다.
종이에 끊임없이 두들기고 칠해갔던 기법에서부터 미디엄을 올린 캔버스, 까칠까칠한 사포 같은 느낌의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의 사용은 새로운 형태와 색감 표현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그 동안 푸른 색조 혹은 중성적인 색으로 지칭되던 그의 화면은 어느 덧, 오색 창연한 색채로 변모를 하게 됩니다.
류민자는 그가 평생을 '선생님'이라 불렀던 화가 하인두(1930~89)가 부부의 연을 맺을 무렵 해준 말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동양화 서양화가 어디 있나. 그저 '민자' 네 그림을 그리는 거야,너만의 그림. 예술보다 인생이 더 소중한 거지. 영글고 참된 인생이 가득하면 그림도 그 속에서 스스로 익어 가는 것."
생명 존중, 생명 예찬론자
류민자는 생명력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아서 주제 영역을 확장합니다. 대자연과 인간을 한 화면 안에 질서와 조화로 어우러지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선호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풍경 속에서, 온갖 풍상의 삶을 견디어 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그는 생명에 대한 외경을 장엄한 인간의 군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명에 대한 외경, 경의, 찬탄을 기본 바탕으로하여, 현대 불화, 인물화, 산수화, 풍경화 속의 구석 구석 마다, 작가의 마음과 의지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육아와 가정, 작업활동을 조화롭게 평생 견지한 <인간승리>
1967년, 덕성여중고 교사 시절, 류민자는 서양화가, 하인두와 결혼합니다. 마치, 운보 김기창(1913~2001)과 우향 박래현(1920~1976), 박길웅(1940~1977)과 박경란(1949~)처럼 화가 가족을 이룹니다.
1970년, 류민자는 '부부전_동서양화전'을 열며 화단에 등단합니다. 이 전시회는 쟝르간 벽이 높았던 당시의 화단에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류민자 화백의 가족은 모두가 미술가들로서 예술인 집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부가 모두 미술인이지만 딸, 하태임은 프랑스에서 유학한 후, 귀국하여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명작가가 되었고, 막내 아들, 하태범은 조소과를 나와 독일에서 유학하고 귀국 뒤 작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989년, 남편 하인두 화백이 작고한 후에도, 삼 남매를 홀로 키워야 했습니다. 육아와 가정을 평온하게 유지하면서도 작업활동을 꾸준히 전개하였습니다.
2010년, 작가 류민자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큰 기둥
류민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추천작가 및 초대작가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양평군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하는 등 양평의 문화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애정 어린 기여를 하였습니다.
화가 류민자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의의
류민자 화백의 작품세계는 장구한 학업(業)만큼이나 깊고 다양합니다. 작가는 초창기의 현대불교회화에서부터, 인물화, 산수화풍경화, 정물화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창의적으로 개척하여 왔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류민자 화백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각 시기별로 구도 형태, 색채, 선묘 기법, 문양 등에 미세한 차이를 보이면서 양식적으로도 류민자 화백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인 화면을 보여 줍니다.
류민자 화백은 크게 4가지 주제화 측면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조명해 볼 수 있습니다.
1. 불교회화 - 현대불교도상(圖)의 창의적 개척
2. 인물화 - 병렬식 인물군상(人像)의 창안
3. 산수화 - 서정적인 <색면 산수화> 개척
4. 풍경화 - 다색단선(多線)으로 빚은 <서정적 풍경화> 완성
1. 불교회화 - 현대불교도상(佛像)의 창의적 개척
1970~80년대 류민자의 초기 작품들은 불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당시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류민자는 독경과 불사(佛事)를 통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고려불화 혹은 조선불화 속에 등장하는 각종 도상 혹은 변상도 등을 참조하되 많은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개척하여 작가만의 독특한 현대불화를 개척합니다.
예로, <승화(1973)>에서는 상단과 하단에 보이는 푸른 색 면처리 부분의 도상, <화엄경 (1973)>에서는 상단과 하단의 다양한 도상들이 나타납니다. 기존에 볼 수 없는 새로운 도상을 현대적으로 창안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2. 인물화 - 병렬식 인물군상(人像)의 창안
류민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특이합니다. 인물들의 얼굴과 신체는 군상을 이루며, 옆으로 나란히 배치하는 병렬식 배치구도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기법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창안입니다.
이러한 배치형식은 크게 보아서, 1) 얼굴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2)신체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여러 개의 <얼굴>을 나란히 병렬 배치하는 형식은 하나의 불이 아니라, 삼신상제(三三世)의 수많은 불(佛)들을 새롭게 표현한 것으로보입니다. 이 모습은 하나의 사물 혹은 인물의 모습이 마치 핀이 흔들린 사진의 모습 혹은 여러 겹의 유리를 통해 반사되는 모습처럼 하나의 얼굴혹은 모티브가 여러 개의 형상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화엄경 (1973)>, <화엄경 1 (1974)>, <화엄경 2 (1974)> 등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신체>를 나란히 병렬 배치하는 형식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화면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 배치하거나 한쪽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들입니다. 이런 모티브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 착안한 듯 보입니다.
집단적인 군무가 연상되는 이런 스타일은 서세옥 이용료의 군상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세옥의 군상들은 손과 발이 연결된방형(形)의 배치구도이며, 이응노의 군상들은 다양한 인체동작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반면, 류민자의 군상들은 좌우 대치구도 속에서 인물들이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3. 산수화 - 서정적인 <색면 산수화> 개척
류민자의 산수화는 대담한 배치 구도, 밝고 화사한 색감. 화면 상단의 운율감 넘치는 유려한 선 굵은 윤곽선 처리 및 심플한 색면 구성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산수화는 기존의 산수화 민화, 궁중화 등 전통회화를 기반으로 하면서 상상 속의 이상향 이상적인 세계 혹은 실재하는 자연과 삶의 아름다움, 생명성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산수화의 상단을 가로지르는 가늘고 운을감 넘치는 유려한 선묘는 마치 평화로운 천상의 모습을 연상케 해 주며, 서정적인 감성을 자극합니다.산의 모습은 마치 도안화 반추상화된 모습처럼 매우 간결하게 표현하곤 합니다. 산의 외곽은 굵고 강한 윤곽선으로 처리하였고, 내면은 일체의소소한 요소들을 배제한 채 넓은 색면 단위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류민자는 기존의 소정, 청전 등을 위시한 4대가 6대가의 작품경향과는 확연히 다른 면을 지향하고 운보의 청록산수화에비견될 수 있는 색(色) 산수화를 새롭게 개척하였습니다. 그의 색면 산수화는 2019년 경부터 색면 추상화 작업으로 새롭게 변신하게 됩니다.
4. 풍경화 - 다색단선(多線)으로 빚은 <서정적 풍경화> 완성
류민자의 풍경화는 소망, 고향 추억, 풍요. 기다림, 설레임 등 서정성이 풍부한 주제적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 개의 집들과 마을. 그 사이 사이에있는 나무와 산들로 가득 찬 풍경화는 마치 이상향의 세계를 표현한 듯합니다.
풍요롭고 추억어린 아름다운 고향의 모습. 오색채운과 만발한 꽃들이 가득 차고, 꽃비가 날리는 정토(淨土) 혹은 피안의 모습. 댓골. 물리 청계리, 청화여원 등 작가 주변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운 사계(四季)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류민자의 서정적 풍경화는 선교적 특징 속에서 류민자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길게 긋는 선 보다는 중간 중간 단절된 다색(色)의 굵고 짧은 선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선묘적 특징이 있습니다.
큰 색(色)처럼 보이는 이 선들은 마치 꿈틀 꿈틀거리는 힘을 각자가 가지고 있어서, 전체 화면은 매우 역동적이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미감의 풍경화를 창안하였습니다. 다른 작가의 풍경화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전시제목류민자 초대전
전시기간2022.06.24(금) - 2022.07.16(토)
참여작가
류민자
관람시간11:00am - 06:00pm
입장마감 05:30pm
휴관일일. 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라온 GALLERY RAON (서울 종로구 부암동 185-6 )
연락처02-373-6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