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오지호 화백이 1946년 『신세대』 창간호에 실은 글에서 발췌한 문구로, 빛이 태양을 떠나 물체에 맞고 눈에 들어와 색채가 되는 순간을 표현하였다.
한국 근현대 거장 14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근현대 시기부터 동시대까지의 미술사 흐름을 광범위하게 탐색하고, 색채가 시각예술로 구현되어온 과정을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지호, 임직순, 고화흠, 윤재우, 양수아 등 20세기 초반 전남미술사의 큰 축을 형성해온 작가들의 작품과 송필용, 이수경, 정정주, 손봉채 등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활동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남 출신 작가뿐만 아니라 전남의 지역적 풍광이 영향을 끼친 작품을 동시에 조망함으로써 지역 내·외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오지호
1905년 전남 화순 출생.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작가로 우리나라 자연이 지닌 밝고 명랑한 풍광을 인상주의에 결합시켰다. 오지호는 1931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돌아와 김주경 등과 젊은 미술가들의 모임인 ‘녹향회’의 동인이 되어 사실적 자연주의 기법의 유화를 발표하고, 1935년 무렵부터는 국내 화단을 지배하던 향토주의 화풍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자연이 지닌 밝고 명랑한 풍광을 밝은 색채로 담아냈다. 활달하고 생기 넘치는 특유의 붓 터치와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감으로 한국적 풍토에 맞는 인상주의 미학을 수립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임직순
1921년 충북 괴산 출생. 조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전라남도의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임직순은 1940년 일본미술학교 양화과에 진학해 1943년 졸업했으며, 1961년 오지호에 이어 조선대학교 3대 미술 학과장으로 부임하여 후학을 양성했다. 1973년 5월부터는 프랑스에 체류하며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양수아
1920년 전남 보성 출생. 일본의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목포와 광주사범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최종섭, 정영렬, 우제길과 같은 호남지역 대표 화가들을 키워냈다. 실제로 양수아는 오지호, 임직순과 친분을 가지고 지냈는데, 이들 모두는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에 있어 열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최종섭
1939년 광주 출생. 광주에서 화실을 운영하고 있던 양수아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1965년 호남지역 미술계에 추상미술의 시작점이 된 미술 단체 <에뽀끄>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현대미술의 확산에 기여한 바 있다. 앵포르멜 추상에서 시작하여 한지 작업으로 넘어가기 전인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그는 기하학적 구성의 작품에 집중했다.
정영렬
1934년 광주 출생.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광주사범고등학교 미술교사 겸 서양화가 강용운(1921~2006)과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박영선의 영향으로 추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한국현대작가초대전’(1959~1968), ‘악뛰엘전’(1964) 등에 참가하며 한국 추상미술운동을 주도하였고, 동양적인 주제와 새로운 기법을 탐구하여 독자적인 양식의 〈적멸(寂滅)〉 연작을 발표하였다.
고화흠
1923년 전남 구례 출생. 전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 녹음사화학교 회화과에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하였다. 광복 후 귀국하여, 목포에서 직장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1953년부터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고화흠의 작품세계는 색채의 조화와 자연 이미지를 강조한 자연주의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형태 해석을 거치면서 구체적 이미지가 없는 서정적인 추상 경향에 도달하였다.
우제길
1942년 일본 교토 출생. 서양화 부문의 화가로 광주의 현대 미술운동을 선보이는 단체 ‘에뽀끄’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2년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으며, 19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전 특선에 당선되었다. 1977년 인도 이엔날레, 1975~1980년 아세아 현대미술제, 1981년 한국미술, 1983년 현대 미술대전에 초대 출품을 하였다.
윤재우
1917년 전남 강진 출생. 고산 윤선도의 13대 족손으로 일본에서 수학한 후 광주와 목포, 여수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광주사범학교와 조선대 등에서 미술교육자로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남도 화단의 1세대 작가로 화려한 색채와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최석운
1960년 경북 성주 출생. 부산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중국 국제 화랑 박람회, 멜버른 아트 페어, LA 아트 페어, 한국 화랑미술제 10주년 기념 특별전 등 국내외의 여러 기획 초대전에 참가했다. 1992년에는 ‘부산청년미술상’을 수상했다.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현대 사회에 나타난 문제를 예리하고 경쾌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변연미
1964년 대구 출생. 추계예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4년 이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파리의 갤러리 크루쓰 보자르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모두 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10여 년 간 꾸준히 숲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면서 원초적인 힘을 지닌 자연에 대한 경외감, 공포감, 생명력을 강렬한 표현주의적 방식으로 그려내 화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수경
1963년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로 광범위한 예술적 스펙트럼을 선보였으며, 다종교, 다문화 등에서 차용한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의 작품 안에 혼종 시키는 실험적 방식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시도로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작가로 참여했으며,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정정주
1970년 광주 출생. 홍익대학교와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2003 광주 신세계 미술, 2010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 참여 및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물리적으로 고정된 장소와 끊임없이 이동하는 광원(光源)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시도했다. 광원 하나를 공간 내부에 두는 작업을 하다가 카메라를 넣는 작업으로 발전시켰고, 또 자연광에서 인공조명으로 끊임없이 옮겨가며 '빛'을 연구했다.
손봉채
1967년 전남 화순 출생. 조선대학교 졸업 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보이지 않는 구역’이란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작품)를 선보이며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현대적 첨단 소재와 회화를 결합한 ‘입체 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입체 회화를 중심으로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전위적인 예술을 펼치고 있다.
송필용
1959년 전남 고흥 출생. 전남대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광주시립미술관, 학고재 갤러리, 이화익 갤러리 등에서 22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조선 시대 실학의 화두이자 옛 법을 토대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법고창신’이 작가의 키워드이다. 작가는 조선말 민중 화가들이 남긴 풋풋한 민화를 패러디하거나 가사 문학의 현장 풍경, 불탑, 금강산 풍경 등에서 그 같은 실험을 반복해왔다.
전시제목태양에서 떠나올 때
전시기간2021.11.30(화) - 2022.03.27(일)
참여작가
고화흠, 변연미, 손봉채, 송필용, 양수아, 오지호, 우제길, 윤재우, 이수경, 임직순, 정영렬, 정정주, 최석운, 최종섭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장르회화, 조각
관람료1,000원
장소전남도립미술관 Jeonnam Museum of Art (전남 광양시 광양읍 순광로 660 (인동리) )
주최전남도립미술관
후원전남도립미술관
연락처061-760-3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