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라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리얼리티하게 작업을 하지만, 서로 다른 소재로 작가 본인만의 색깔을 그려내고 있는 안미선, 최윤정 작가의 2인 기획초대
을 개최합니다.
고양이 작가로 이름을 알린 안미선 작가는 고양이의 섬세한 몸짓과 일상을 실크위에 그려냄으로써 고양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빗대어 그려내고 있습니다.
최윤정 작가 역시 밑그림 위에 실크를 오버랩시키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크의 부드러움에 꽃까지 더해져 더욱 여성스럽고 섬세하게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두 작가가 실크에 매료되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여성스럽고 신비한 작품 감상을 하며 작품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안미선의 고양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녔다. 바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때문. 박제된 정물이나 조형적인 구성만을 고려한 대상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진부하고 심심할 수 있는 일상의 스토리를 고양이 스스로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장면에선 ‘다음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하는 긴장감까지 감돌기도 한다. 결국 안미선이 보여주는 고양이 그림의 매력은 바로 정지된 자태에 무게를 준 초상기법이 아니라, 동영상을 옮겨 놓은 듯이 고양이의 내면 표정까지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안미선 그림의 감상 포인트는 여성스러움이다. 어떤 이는 그림의 여성스러움은 호소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만이 지닌 감각적인 미학이 발산될 때는 오히려 진정한 매력이자 강한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안미선의 그림 역시 여성스런 부드러움이 장점이다. 단지 실크 천에 고급스런 수를 직접 놓고 섬세한 채색을 가미했다고 해서가 아니다. 고양이의 더없이 평화로운 표정에만 주목하고 있어선 더욱 아니다. 어머니가 여성과 다름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 안미선의 그림에서 풍기는 여성스런 매력 또한 어느 한 요소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부분에서 전체까지, 시작부터 마지막 종결까지 여성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와 친절한 감성이 스며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어느새 옷이 젖듯, 부지불식간에 요란하지도 않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이다.
화면의 구성이나 색조도 남다르다. 수간채색이 지닌 색감의 깊이는 유지하되, 전통 동양화가 구사하는 공간구성법까지 아주 유용하게 가미되었다. 여백의 미를 적절하게 활용한 이미지 배치는 한결 여유로움과 넉넉한 공간의 운용을 잘 보여준다. 표현기법은 전통을 따르되, 조형어법은 현대적인 감성까지 포용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충분히 엿보인다.
줄곧 ‘비상’이란 테마를 고집하는 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와 비상. 뭔가 특별한 연관성이나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다보면 뭔가 신비한 쾌감을 공감하게 된다. 거실에 놓인 어항 속의 금붕어를 한참 들여다보면 어느덧 내 몸도 금붕어 유영(遊泳)에 맞춰 긴장감이 풀어지듯, 고양이의 미세한 몸짓이나 움직임의 흔적들은 한없이 긴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날개를 갈구하며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것은 영원히 저버릴 수 없는 인간의 욕구이다. 안미선 역시 고양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안내되길 희망할 것이다. 비록 겉면으론 무궁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고양이의 유희(遊戱)겠지만, 작가 스스로 그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고양이가 현실과 이상향의 문턱을 넘는 순간, 바로 작가 스스로도 비상할 수 있다는 꿈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비단이란 투명하고 얇은 재료는 그림 그리는 이의 신경과 감각을 보다 더 예민하게 만든다. 실수나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재료이기에 그 일회성의 집중은 다른 재료에서의 그리기와는 다른 체험을 안긴다. 작가는 비단이란 재료의 속성과 자신의 감수성이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하고 있는 듯 하다. 한편 즐겨 그리는 양난은 향기가 없는 꽃이다. 따라서 작가는 꽃의 향기를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비단 위에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부드럽게 잔영처럼 흔들리는 결의 피부위에 조심스럽게, 공들여 그린 양난은 그 바탕의 재질위에서 비로소 자신이 지니지 못한 향기를 시각적으로, 나아가 촉각적으로 보여주려는 듯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비단이란 알다시피 종이의 조직과 달리 직조된 결들이 투명하게 비춰지는 화면이다.
그 틈을 벌리고 육박해 들어가면 작은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해체될 것이다. 마치 캔버스 천의 조직과 같은 셈이다. 그러니까 작은 격자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작가의 화면은 그 비단이란 물질의 특성, 존재론적 조건을 이용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단을 크게 확대해서 보는 이의 눈과 몸을 그 안쪽으로 불러들인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이나 캔버스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고 그 위를 비단으로 덮어 이중화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 작업은 비단이란 재료를 통해 투명하게 안쪽을 보여주면서 안쪽과 표면에 자리한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인지시킨다. 그동안 그림이란 결국 하나의 절대적인 화면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면 이를 흔드는 방법은 화면을 복수로 연결, 반복시키거나 내부를 보여주는 외부가 공존하는 화면이 된다. 따라서 최윤정의 화면/프레임 역시 작은 화면이 복수로 연속되거나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을 집어넣는 형국으로 연출된다. 이때 안과 밖의 이미지는 서로 연계되는 이야기에 의해 유지되고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그런 측면에서 작가의 작업이 전통적인 프레임, 즉 병풍이나 두루마리, 족자 등이 보여주는 놀라운 시방식과 시간과 기억의 저장 등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연결된다면 무척 흥미롭게 풀려나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나로서는 캔버스 천에 오드리 햅번의 이미지에 위에 비단 천을 씌워 이중화면을 만들어놓고 그 표면에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을 채색으로 그려놓는 최근 작품에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듣는다. 한때 화려한 은막의 스타, 아름다운 얼굴이 이제 세월이 지나 흡사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과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업은 아련함과 무상함, 시간의 힘 등을 읽어내게 해준다. 소박하지만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 전달과 압축된 연출에서 시각적 흥미도 발산되는 그런 작품이다. 앞으로의 여정을 예감하게 해주는 그런 징후다. 전시제목SILKHOLIC展
전시기간2010.06.22(화) - 2010.07.16(금)
참여작가
안미선, 최윤정
초대일시2010-06-22 18pm
관람시간11:00am~19:00pm
휴관일 주말, 공휴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리나갤러리 Lina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로114길 11 )
연락처02-544-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