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 김재선갤러리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 권미영작가의 초대전을 갖습니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한 공간속의 분할된 색면을 통해 타인에게 소속되길 원하거나 혹은 그 어떤 강요나 구속을 받지 않는 독립된 공간을 갖기를 원하는 양면성을 지닌 현대인을 나타냅니다. 화면은 가득 채워지기보다 여백과 단순한 색면으로 마치 미완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미완성의 상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다양한 결론이나 완성으로 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비워두고 미완의 공간으로 채운 권미영의 작품을 감상하며 더운 여름날 한번쯤 쉬어갈수 있는 여유의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선갤러리 김재선
[작가노트]
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한 인간을 이분화된 개개인으로 보고 있다. 인간은 한 면으로는 좀 더 타인에게 다가가 소속을 원하는 반면, 다른 한 면으로는 그 무엇에도 강요나 구속 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를 원한다. 내 그림 속의 인물들은 바로 이 두 가지 면의 공존, 그 순간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조금씩 자신의 공간을 타인에게 열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공간도 유지 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양면성을 가진 각각의 인간, 그들간의 관계를 회화 속에서 공간과 색면을 통해서 표현을 하고 있다. 서로 엉켜있는 이해관계를 나는 회화에서 전혀 다른 모양인 추상적인 색면으로 묶어, 서로 다르고 닮음을 색으로 상징화 시켰다. 한 공간 속에서 인간이 함께 있으면서 각자로 분리 되어있고, 같은생각과 다른생각, 홀로있음과 함께있음, 닫혀있음과 열려있음, 보여지는 모습과 보이지않는 모습이 공존하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선택이 되어 지기전의 상태, 이렇게 결정되어 지지 않고, 전부 드러나지 않는 상태는 미완성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결정되지 않았기에 다양한 결론이나 완성으로 갈수 있기에 변화가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이기도 하다. 나는 내 작업에서 미완성 같은 느낌을 표현하여 이런 변화가 가능한 상태를 보여주고자 한다. 어쩌면 나는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관찰자에게 한 순간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지만, 보여지지 않은 모습을 남겨둠으로써 계속 변화중인, 진행중인 상태로 관찰자에게 남길 희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작업에서 흰색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상징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나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는 화면에 너무 많은 것을 담기보다는 화면전체분위기를 거의 흰색에 가깝게 하고 인물의 형태, 색과 면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햇살이 밝게 내려 쬐는 날, 모든 색과 형태는 사라진다. 공간 속으로 사라진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간과 하나가 된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 흰색은 있음과 없음,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드러나게 하는 이중성을 다 뜻하고 있는 색이다. 나의 작업에서 양면성의 공존을 중시하듯이 흰색도 나에게는 그런 의미로 인식되어 있다.
나는 그림 속의 인물을 의도적으로 전체가 아닌 부분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타인을 접할 때 우리가 본 타인의 모습은 전체가 아닌 한 부분임에 불과함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화면상으로는 즉, 한 인물을 부분적으로 자른 구도를 선택함으로써 그림을 관찰하는 자의 상상력을 유도하고 있다. 보여지지 않는 모습이 어떻게 전개 될지, 그것은 캔바스밖으로 상상의 선 과 색이 뻗어나가야지 완성된 인물의 모습이 만들어 지게 된다. 즉, 캔버스 밖의 공간으로 계속 확장 되어 지게 하고 있다. 그것은 공간, 화면이 계속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의 이해 관계, 인간과 세상과의 이해관계를 나는 그림 속 인물의 색과 배경색을 같게 함으로써 전체화면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상징했다.
내 그림 속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 둘, 셋, 이렇게 무리로 나아가고 있다. 홀로있음과 함께 있음. 예전에는 이 양면성의 공존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하나의 문제점으로 봤다면, 지금의 나는 이 상태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보고 있다. 즉, 인간이 이렇게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 상태, 이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며, 이렇게 변화가 가능한 상태 속에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고 받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서로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충돌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여지는 현상은 같지만 그것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각자 다르다.
앞으로의 작업계획은 지금까지 다루고 있는 나의 작업주제와 더불어 내 작업에서 또한 중요시하고 있는 공간의 문제를 좀더 깊고 신중하게 다루고 싶다. 회화라는 2차원의 평면공간 속에서 공간의 개념을 어떻게 발전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곳이 2차원이라는 평면이다. 그림을 거는 장소는 3차원이라는 공간이다. 내가 진행시키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의 공간까지 평면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의 작업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강조 되었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공간 속에서 작품과 작품의 관계로 확장시키는데 치중을 두고 있다. 벽에 걸려진 각각의 그림은 독립된 자신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다른 그림이 옆에 존재 함으로 하나가 아닌 둘, 무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설치를 함으로써 홀로이면서 함께를 보여주고 있다. 벽이라는 2차원 평면이 또 다시 하나의 큰 화면으로 이 모든 그림을 하나로 묶어준다. 벽이라는 공간에서 각각 그림들의 위치, 그림과 그림의 간격을 다르게 함으로써 그리고 걸려진 벽 색깔이 다름으로 해서, 또는 전시실 전체(3차원공간 모두, 벽 천장, 바닥)를 같은 색으로 칠하므로 해서 이들의 관계는 다르게 보여 질 것이다. 이 그림들은 한 작품으로 독립 되어 지는 동시에 2개나 3개가 함께 있으므로 해서 군상으로, 또는 여러 작품으로도 가능하다. 하나가 무리일수도 있고 무리가 하나일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개별적이면서도 소속이 되는 상태, 더 나아가 내 그림 속의 인물과 그림을 보는 관객이 만남으로 또 다른 하나의 그림이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전시제목권미영 초대전
전시기간2010.07.07(수) - 2010.07.30(금)
참여작가
권미영
관람시간10:00am~19:00pm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김재선갤러리 KimJaeSun Gallery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2로 47 D-113)
연락처051-731-5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