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l 작가의 < paradox > 속에는 무수한 시선들이 공존한다. 저마다의 시선은 습기 가득한 안개 속을 유영하기도, 서로 충돌해 파괴되기도 한다. 가벼운 듯 거친 그의 선율은 하나의 생명이 되어 마치 스스로 자라나 듯 춤을 추며 요동친다. 그는 의식의 경계에 멈춰 과감히 호흡한다. 들숨과 날숨 간 찰나의 줄다리기에서 새어나온 거친 태동은, 무질서 속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일렁이듯 보이는 푸른 덩어리 중 어떤 것은 촘촘히 짜여 진 섬유가닥 사이를 뚫고 솟아나 스스로 맺힌 것처럼 보인다. k.yul의 회화는 의미와 무의미의 긴장 속에서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자아는 목적에 따라 예기된 시간을 영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연속적인 지표를 향해 끊임없이 항해하는 선박과 같은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시간성을 기계적 시간성과 시원적 시간성으로 구분했다. 이는 인간 존재가 존재의 의미를 망각하고 일상에 빠져있는 기계적 시간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선험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본래적 시간성, 즉 시원적 시간성은 인간이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궁극의 목표를 향한 질서를 지향하도록 만든다. 인간 존재는 각자의 고유한 죽음을 인지하고 삶을 결단함으로써 실존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러한 실존의 의미를 작가는 작업방식을 일상에 빗대었다. 찌개를 끓인다- 는 관념을 실천하기 위해 수식시켜야 하는 관계들로부터 최종적으로 찌개를 실재하도록 만드는 순간까지 어느 하나 우연인 것은 없다. 캔버스 표면을 떠도는 유기체들은 그의 일상과도 같다. 언뜻 보면 분간할 수 없는 형체 같아 보이지만, 저마다 있어야 할 곳에 균형 잡으며 끈덕지게 어우러져 있다. 모여진 유기체들은 작가 과거의 시선이자 감성의 군집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자아로서 생명력을 지녔던 그의 감성(일상)이 그의 손끝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있었던 것’(유기체)이 되고 그의 의식의 흐름으로부터 독립된다. 일상 속에서 그를 실존시켰던 의식의 흐름은 이젠 다른 ‘것’이자 과거로써, 현존하는 감성을 직시하게 만들고 다시 탄생될 새로운 지표와 조우시킨다.
- 뮤지션 by 산일
전시제목김율 초대개인전
전시기간2021.09.01(수) - 2021.09.30(목)
참여작가
김율
관람시간10:3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없음
장소청풍갤러리 cheong poong gallery (강원 강릉시 죽헌길 140 (죽헌동) )
연락처033642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