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기 위해 화랑을 찾던 젊은 시절 나는 작품만큼이나 액자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가난한 미대생이라 아사천을 씌운 정식 틀은 언감생심이고, 액자도 1년에 한 번 하는 교내 미전 때나 화방에 주문했다. 그러니 금박액자는 그림의 떡이었다. 졸업할 즈음 미술계도 변해 액자없이 그림만 걸어 놓게 되었고, 화려한 액자에 넣는 그림을 시대에 뒤떨어진 작업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금박액자는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내 방랑벽을 누르자 어느새 엉덩이에 뿌리가 돋고 머리엔 우울이 싹텄다. 그러던 어느 날 금박액자 18개가 생겼다. 이번에도 그 출처가 빠이롯트다. 이번 것은 빠이롯트 초대 회장님이 수집하여 그림을 보관하던 수장고에서 나왔다. 원화그림들은 판교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갔고, 엽서나 포스터가 들어있던 금박액자 중 일부가 나에게 들어왔다. 양과 액자 크기를 고려해서 딱 18개만 손에 넣었다.
작업스타일을 밀어내며 미술계에 발을 붙이고 살다보니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지만, 반복되는 형식에서 벗어나 늘 뭔가 새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최근 몇 년간 몸 미술관 관장님이 오래된 가구나 박스 등등을 두 트럭이나 보내 끙끙대며 잘 놀았던 경험이 있던지라, 이번에 가져온 18개의 금박액자는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런데 웬걸!
작은 금박액자에 넣는 그림마다 너무 어색한 게 아닌가? 여러 형식의 그림을 그려 온 나인지라 인내심을 갖고 이 그림 저 그림 그려서 넣어봤지만, 촌놈에게 명품샵에 있는 옷을 입혀 놓은 것 마냥 금박액자의 기세에 눌렸다. 결국 익숙하지 않은 내 눈 때문이려니 하며 금박액자를 그림에 입혀놓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 가서도 아님 말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나를 생기있게 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쯤 17개의 그림이 마침내 금박액자 안에 자릴 잡았다. 낯설기만 하던 액자가 눈에 익은 것이다. 그 사이 말벌에 얼굴을 쏘여 기절까지 했다. 이제 액자 1개만 남았다. 그러던 어느날 작업실에 오신 분이 필요하다기에 얼른 내 드렸다.
■ 김태헌
전시제목김태헌 개인전
전시기간2021.05.15(토) - 2021.05.31(월)
참여작가
김태헌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