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에서 투영되는 자연의 섭리
허윤희 작가의 예술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
롯데갤러리는 한국과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각지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자연에 대한 고찰을 작품으로 풀어내어 활동하는 허윤희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허윤희 작가는 2008년부터 매일 나뭇잎을 그리고, 그날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뭇잎 일기〉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숲이란 생기뿐만 아니라 시듦도 보여지는 곳으로, 다양한 양상을 통해 발아하는 생명과 썩고 거름되는 순환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작품에서도 이러한 시각은 드러난다. 새파랗고 싱그러운 잎도 있는 한편, 단풍이 들기도 하고, 벌레가 먹거나 반점이 핀 저마다 다른 양태로 계절을 따라서, 혹은 그것에 반해서 여러 양태를 보인다. 꼭 맞게 그려진 그림과 함께 자리하는 그날마다의 감상과 사유는 조용히 공명하고 있다. 이제 11년차가 되는 긴 시간 동안, 허윤희가 힘주어 쓰진 않았지만 긴장감이 어려있는 글씨들은 짧은 시구에서 긴 산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주들을 충분히 감상한 후라면, 혹여 같은 종자의 잎이나 계절감을 발견했을지라도 감히 이것들이 똑같다고 말할 수 없는 매순간마다의 소중함을 납득하게 하는 힘이 담겨있다. 허윤희의 〈나뭇잎 일기〉 하나하나는 저마다 다른 빛깔을 가진다.
〈나뭇잎 일기〉 작업이 조우하는 것을 기록해 남기는 과정이라면, 목탄 드로잉은 일시적인 상황을 작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담겨있다. 목탄은 재료 특성상 벽에 그어지면서 쉽게 부러지고, 먼지로 바스러진다. 재료 자체의 특성에 허윤희 작가가 목탄으로 벽에 그리는 드로잉은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탄생하는 시점부터 끝을 갖는 한시적인 속성을 품고 있다. 나아가 벽이라는 큰 공간을 채워 나가면서 목탄을 휘두르고 그어내면서 신체의 궤적 또한 반영된다. 벽과 목탄이 닿는 직접적인 접촉에서 작가의 수행의 과정은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목탄가루가 얹힌 작가의 손은 어떤 상황에서는 선을 흐리게 지워내기도 하고, 여백을 채우는 자취가 되기도 한다.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과감함과 망설임은 서로 역할을 바꾸곤 하며, 드로잉의 차원에서도 그리기 위함이지만 부분적으로 지워지기도 하고, 그 지워짐은 도리어 안개처럼 분명하지 않지만 그 존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결국에는 사라질 운명의 벽화는 파편적으로 봤을 때는 갈등이나 모순으로 보일 뿐이지만, 전체를 보게 되었을 때는 하나의 대류로 받아들여진다. 허윤희 작가의 목탄 드로잉을 보고 있자면, 어떠한 개념이라 한들 입장에 따라서 언제든지 양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초연함을 느끼게끔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허윤희 작가의 독일 유학 시절, 타지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독일어책 위에 그려진 〈윤희 그림〉이 자리한다. 당시 추상화의 유행에 거슬러,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에 담아낸 창작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아크릴 물감, 잉크, 목탄, 연필 등 다양한 매체의 시도가 담긴 해당 작품은 공간상 초입에 있지만, 관람 순서로는 마지막에 위치하여 작가로서 허윤희의 시작점이면서 근간임을 묵묵히 드러낸다.
관람자들은 허윤희의 목탄 드로잉과 〈나뭇잎 일기〉를 감상하며 상반된 제작 방식, 미감, 스케일을 느끼면서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변하는 나뭇잎과 그것을 보며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담아내는 마음과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그려내는 목탄 드로잉에서의 수행이 어딘가 맞닿아 있음을 알아채길 바란다. 나아가 기저에 깔린 허윤희 작가의 〈윤희 그림〉 작업에서 출발한 두 갈래의 줄기를 통해서 자연과 시간에 대한 허윤희의 소박한 시선으로 바라본 숲을 관람자들도 경험해보기를 기대한다.
전시제목허윤희: 내가 숲에 갔을 때 Forest of Time
전시기간2019.09.27(금) - 2019.10.27(일)
참여작가
허윤희
관람시간10:30am - 07:00pm
휴관일백화점 운영시간과 동일, 휴점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롯데갤러리 일산점 LOTTE GALLERY ILSAN STORE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3 (장항동, 롯데백화점일산점) 롯데백화점 B1)
연락처031-909-2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