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0일부터 7월 24일까지 예술의 전당 V gallery 에서 초상사진의 거장 세실 비튼 – 세기의 아름다움 전시가 개최된다. 영국 왕실 초상사진가이자 패션지 보그의 사진작가로 너무도 유명한 세실비튼의 이번 단독 전시회는 외부로 절대 반출하지 않는 런던 소더비의 세실비튼 알카이브에서 후원 받아, 주옥 같은 미공개 빈티지 작품을 국내 최초로 관람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세실비튼의 빈티지 작품은 20세기 유명인들의 초상사진가로도 명성이 높은 세실비튼의 작품 중 특히 오드리 햅번, 비비안리, 마를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마를린 디트리히등 세기의 미녀6인을 조명한 작가의 개성적이고 독특한 시선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세실 비튼, 패션의 시대정신과 표상으로부터
글. 진동선, 사진평론가
어느 나라에서나 패션을 공부하려면 인물을 공부하고 의상을 공부한다. 그리고 코스메틱을 공부하고 소품을 공부하고 맨 마지막에 가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을 공부한다. 이 같은 공부 방법은 영국에서 유래한다. 17세기 세익스피어 연극에서 그리고 18세기 변형된 영국 로코코 회화(초상화)에서, 그리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초상사진에서 발원한다. 영국 전통 패션이 인간과 복장을 먼저 공부하고 그 다음으로 화장술과 소품을 공부하고 마지막에 가서 무대와 조명을 공부하는 것은 패션이 심도 깊은 인간과 시대정신을 표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839년 프랑스에서 발명된 사진은 파리를 통해서 초상사진의 열풍은 이끌어 갔으나 예술정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사진을 산업으로 여겼기 때문이고 당시 유일한 예술이었던 회화가 사진을 심하게 견제하고 폄하했기 때문이다. 하여, 프랑스에서 일찍부터 수백, 수천 개의 초상사진관이 세워졌어도 예술초상은 극히 미약했고 증명 및 기념사진은 활발했어도 동시대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사진이 곧바로 예술과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국가가 지원했고 인접 예술이 동등 가치로 인정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화려하게 꽃 피울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 영국사진은 인물사진과 패션사진이 대표한다. 19세기 말까지 영국 사진의 모습은 항상 예술의 영광 속에 있었고 품격 높은 연극, 오페라, 회화의 반열에 있었다. 국가가 구입하고 소장하는 국가적 예술양식이었고 문화 양식이었다. 아카데미 과정도 엄격하여 영국 회화사와 복식사 그리고 인물심리에서부터 소품심리까지 소홀함이 없이 배우는 영국 장식사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때문에 1892년 프랑스『Vogue』가 창간되었을 때도 사진은 영국 사진가들의 몫이었고, 1910년 망판술에 의해 사진이 곧바로 인쇄되는 패션사진의 시대가 개막되었을 때도 최대 수혜자는 영국 사진가들이었다.
세실 비튼(Cecil Beaton, 1904~1980)은 19세기 영국 초상사진과 패션사진의 전통들을 이어받은 유일한 계승자였다. 인물에서 복식, 장식에서 조명, 영국이 자랑하는 연극적인 요소, 회화적인 요소, 무대적인 요소를 하나로 결집시킨 스케일 큰 거장이었다. 때문에 패션사진을 찍었다고 그를 스튜디오 패션 사진가로 안다면 오독일 것이고 유명인들의 초상을 찍었다고 사진관 스타일의 인물사진가로 규정한다면 이 역시 오독일 것이다.
150년 초상사진의 역사에서, 그리고 100년 패션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교과서적인 인물이 세실 비튼이다. 그의 직업은 분명 패션사진가였으나 그가 다룬 영역은 엄청났다. 패션사진의 역사에서 그보다 다재다능한 천부적인 예술가는 없었다. 사진을 넘어서서 무대 및 패션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었고 또 줄곧 역량 있는 소설가, 풍자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스크랩북 편집자로서도 유명했던 총체적인 아트 디렉터였다. 1956년 뮤지컬 “My Fair Lady”의 무대디자이너였고, 1958년 뮤지컬 영화 “지지(Gigi)” 그리고 1964년 영화로 나타난 오드리 햅번 주연의 “My Fair Lady”에서도 무대디자이너였다. 1970년에는 영화 “On a Clear Day You Can See Forever”의 의상을 담당한 의상디자이너이기도 했으며 이런 업적들로 두 번에 걸친 오스카상을 수상했고, 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둔 “The Grass Harp”(1952), “The Chalk Garden”(1955), “Saratoga”(1959), “Tenderloin”(1960), and “Coco”(1969)의 무대 디자인을 맡아 4번에 걸친 토니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세실 비튼의 초기 패션 스타일은 전형적인 로코코(Rococo) 스타일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로코코 양식이 영국에서는 무대와 패션에서 화려하게 꽃피웠다. 세실 비튼은 영국 복식사와 장식사에 수용된 로코코 양식의 여성적, 감각적 양태 그리고 세련되고 화려한 유희적 정조를 자신의 패션사진에 도입했다. 로코코 스타일은 엄격, 장중한 바로크 스타일과 다르게 화려함, 우아함, 쾌활함, 산뜻함을 강조한다. 또 영웅적인 투쟁이나 종교적 인물의 강조보다는 여유롭고 행복한, 화려하고 쾌적한 궁정생활, 혹은 귀족들의 삶의 패턴을 중요시 한다. 세실 비튼의 패션 스타일은 인물심리에서 복식, 복장 무대, 소품에 이르기까지 로코코 양식으로 이끌어졌다. 때문에 세실 비튼의 패션사진에서 인물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그가 꾸미고 장식하고 구축한 로코코 스타일의 문화양식이다. 세실 비튼의 중기 패션사진의 특징은 장중함과 단아함이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흉내 내고 싶어 했던 그만의 유니크한 공간 구성과 세련된 조명법으로 나타난다. 『Vogue』, 『Vanity Fair』를 비롯 그가 관여한 수많은 잡지와 화보들에 나타난 세실 비튼 스타일의 특징은 삶과 유리되지 않은 무대,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꿈, 혹은 초현실의 감감이다. 그는 전장(戰場)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서도 파괴된 건물에서 패션을 찍었고, 삶이 두 동강난 도회의 그늘진 곳에서도 패션을 찍었다. 실제적인 공간구성과 현실적인 조명으로부터 “라이프 스타일이 곧 패션”이라는 새로운 패션사진의 풍속도를 만들어 냈다.
전후 세실 비튼이 이룩한 또 하나의 패션사진의 정수는 숭고미와 절제미다. 만약 세실 비튼의 패션사진을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은막 스타들의 얼굴 때문이 아니라 그 이면의 분위기일 것이다. 1920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그는 파블로 피카소, 프란시스 베이컨, 코코 샤넬 , 롤링 스톤즈, 그리고 은막의 배우 마릴린 몬로, 그레타 가보로, 율브린너, 오드리 헵번 등등 당대 각 문화, 예술계를 주름잡던 스타들의 모습들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인물들이 매혹적이더라도 인물만 보아서는 안 된다. 품격과 품위까지 보아야 한다. 그는 1939년부터 영국 왕실의 사진을 담당한 작위까지 받은 왕실의 사진가다. 또 그의 사진은 아무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아니다. 유명 패션지에 수없이 개제되었어도 그의 빈티지 사진들은 특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만나기 어려운 사진들이다. 세실 비튼은 영국이 자랑하는 정통 패션사진가다. 어떤 유명 패션사진가의 조수로 있다가 어느날 카메라를 잡은 패션 사진가가 아니고 특정 사진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성장한 패션사진가도 아니다. 영국 복식사, 복장사, 장식사, 회화사, 심지어 건축사까지 섭렵한 정통 아카데미 패션사진가이며 스케일과 미학적 기반이 너무 탄탄하여 전후 어빙 펜과 리처드 아베든은 물론이고 요즈음 신예 패션사진가들조차 흉내 낼 정도로 인물에서 스테이지, 소품과 조명에 이르기까지 패션사진의 교과서가 되는 사진가다. 패션사진에서 ‘스타일’이라고 하는 용어를 맨 처음 사용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패션사진에도 “국제양식(the international style)”이 있음을 맨 먼저 세계에 전파한 사람이기도 했다. 때문에 세실 비튼의 사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의의중의 하나는 인물과 패션의 시대정신이다. 세실 비튼을 공부한다는 것은 20세기 패션과 문화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진을 넘어서서 20세기 위대한 패션과 문화의 숲을 거니는 것이며 세기의 전환기에서 인물과 패션이 어떻게 인간과 삶, 시간과 문화를 바라보고 투사하는지를 패션 스타일을 통해 만나보는 시대의 표상이다. 사진의 역사가 세실 비튼의 사진을 두고서 종축으로 역사성을, 횡축으로 시대성을 가졌다고 하는 것은 그가 부단히 패션을 통해서 바라본 인간과 삶, 바로 시대정신과 표상 때문이다. 전시 제목이 뜻하는 바처럼 만약 “세기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사진가가 있다면 그 대표적인 사진가는 분명 세실 비튼일 것이다.
전시제목세기의 아름다움 Beauty of the Century
전시기간2010.04.30(금) - 2010.07.24(토)
참여작가
세실 비튼
초대일시2010-04-30 18pm
관람시간11:00am~20:00pm
휴관일일요일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예술의전당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예술의전당 2406)
연락처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