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예술의 장르적 구분을 넘나드는 현대무용과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 곳곳에 알려온 안은미의 전시 『안은미래』를 개최한다. 무용가이자 안무가로서 줄기차게 신작을 제작하고 발표해온 안은미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렇다면 『안은미래』는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일까?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그와 협업해온 동시대 예술가들과 그를 응원해온 능동적 관객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되,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와 그 향방을 논하는 공론의 잔치판으로 기획됐다.
1988년 2월 첫 개인 발표회에서 「종이계단」을 발표하며 독립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안은미는 서양무용의 형식과 방법론을 추종하며 아름다운 몸짓을 강조하던 국내 무용계의 관행을 버리고, 새로이 비무용적 몸말의 도입을 시도했다. 안은미는 한국 전통무용의 어법과 구미 현대무용의 어법을 뒤섞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데뷔 초기와 뉴욕 거주/활동 시기를 포함하는 1990년대에는 사회 현실에 기반을 둔 주제, 타 장르 예술가와의 협업, 원색과 사물의 적극적 사용, 시각 이미지로 구현한 무대 등을 통해 현상학적 현존을 넘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무용 언어를 실험하고 개척했다. 이 시기를 짧게 정의 내리면,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국화, 한국 춤의 포스트모던화"라고 할 수 있다.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취임하며 대작을 발표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무용과 연극을 결합해 서사성의 회복을 추구한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Tanztheater)'를 범본 삼아, 한국식 탄츠테아터의 영역을 개척했다. 하지만 안은미는 한국식으로 '버내큘러 탄츠테아터(Vernacular Tanztheater)'를 시도하고 또 실현하는 단계에 안주하지 않았다.
'불령선인(不逞鮮人)'의 정신을 이어받은 무용가 안은미는 2004년 피나바우쉬페스티벌에서 초연한 「레츠 고(Let's Go)」에서 큰 방법론적 도약을 이뤘다. 하나하나의 안무 요소는 구체적인 비무용적 몸동작들인데, 그를 반복하고 변주하고 구축함으로써 다시 한 번 추상적 질서의 세계로 나아갔다. 2011년부터는 할머니·청소년·아저씨를 문화 인류학적 탐구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실재를 무대 위에 인용/구현하는 실험—포스트드라마틱시어터에 대한 한국식 화답이 되는—에 도전했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서 안은미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몸말을 수집하고, 또 실제 인물들을 무대 위에 올려서, 조사 연구한 바를 바탕으로 안무한 작품과 병치-혼합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변화에 관해 안무가는 이렇게 말했다. "무대용 작업을 한 25년 동안 해오면서, 세상을 향해 뭔가를 토해내고 호소했다면, 이제 뭔가 그에 반대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회고전이면서 미래탐구전이기를 희망하는 『안은미래』는 30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토대로 제작한 연대기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무대와 아카이브 자료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각 요소는 재료일 뿐이고, 진짜 핵심은 포스트-화이트큐브 시대의 뮤지엄에 부합하는 관객 참여 활동에 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안은미가 벌여온 지난 30년의 활동 궤적은 무대 밖의 무대가 되고, 미술관을 찾은 모든 이들의 몸짓이 작품이 되는 셈이다. 안은미는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이 전시의 부속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대예술이 되는, 문제적 판단 유예의 시공을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적극적 참여를 통해 미래를 논하고 그리로 나아가자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은미는 이러한 활동을 "사람들에게 춤을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하나의 정신 혹은 연결고리로 기능하는 자신을 통해,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화 프로젝트가 구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이상의 전시인 『안은미래』에서 미술관 속 무대 위에 오르는 다양한 관객 여러분이 안은미와 함께 새로운 질서와 무질서를 창출하며, 자기 주도적 학습의 상황을 맘껏 누리기를 기대한다. 또한 그를 통해 안은미가 전개해온 지난 30년의 예술 세계와 그가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예술로 전화할 가능성을 배태한 현실의 상호 연결과 매개의 실험'에 공히 빛을 비춰보고자 한다.
■ 이정우
■ 안은미야
「안은미야」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은미가 기획한 퍼포먼스와 강연프로그램이다. 전시 기간에 걸쳐 「이승/저승」에서 펼쳐질 「안은미야」는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몸춤', 리허설하는 몸들이 현현하는 '눈춤', 강연과 토론을 나누는 '입춤'으로 구성된다. 「이승/저승」은 「안은미야」를 통해 오전에는 퍼포머와 함께하는 댄스 레슨 공간으로, 오후에는 공연 리허설 현장으로, 토요일에는 인문학 강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를 위해 안은미컴퍼니는 물론 국악인 박범태, 현대무용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소리꾼 이희문, 탭댄서 조성호,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이 「안은미야」의 협업자로 참여한다. 「안은미야」의 참여자들은 형형색색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안은미야」 협업자
미지행 ●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은 임박한 미래사회의 다양한 의제들을 활동의 중심에 두고 탐구하는 미래학교이자, 공존·세계시민·생명이라는 보편 가치를 주요 정신으로 삼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국제학교이다. 지구촌 전체를 교육 현장과 연구, 활동 대상으로 삼은 '움직이는 학교'로, 좋은 삶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기초하여 새로운 사회적 장면을 그려나간다.
박범태 ● 박범태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한 연주가로, 일찍이 동해안별신굿에 입문하여 20년간 굿을 행한 '산이'이다. 또한 연희집단 '청배연희단'의 예술감독으로, 그리고 '박범태와 굿 프랜드'라는 팀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 장경민은 방송댄스와 스트릿 댄스로 처음 춤을 시작해 대학 진학 후 현대무용이라는 것에 매료되었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 김보람을 만나 현재 함께 단체를 이끄는 컴퍼니의 대표이자 무용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희문 ● 경기소리꾼 이희문은 경기민요를 모티브로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며 변방에 놓인 전통성악을 공연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관객들이 전통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새롭고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함께 경서도 민요와 전통양식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조성호 ● 탭퍼 조성호는 현재 겟올라잇 총괄 디렉터로, 공연제작자이자 탭댄서로 활약 중이다.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였고 영화 스윙키즈의 안무팀으로 활동하였다.
□ 몸춤
1. 안은미의 개인레슨 「몸 비우기」 / 진행: 안은미
안은미와 한 사람이 만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1:1 맞춤형 수업이다. 안은미와 함께 경계의 공간과 움직임을 새로 찾아 구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몸과 직접 마주하여 알아가는 한 시간은 생각보다 크고 넓고 깊다.
2. 안은미컴퍼니의 단체레슨 「몸 털기」 / 진행: 안은미컴퍼니
안은미컴퍼니 소속 무용수들과 함께 움직임 워크숍을 갖는다. 참여자들은 단련된 몸이 제안하는 움직임을 배워보며 경직된 신체에 역동성을 부여해본다. 이 시간은 무용수에게 전문적인 춤을 배우는 시간이라기보다 참여자의 몸에 미세한 진동을 주는 시간이다. 다소간 엄숙하고 경직된 공간인 미술관에서 개별의 개성 있는 신체에 새로운 감각을 입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3. 탭댄스 단체레슨 / 진행: 조성호
탭댄스를 이용한 간단한 스텝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일상의 단순한 발걸음을 조금 더 즐겁게 바꿔본다.
4. 앰비규어스와 함께하는 누구나 댄스 / 진행: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난해하다는 현대무용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춤'을 서로 공유하고 배워보고 같이 놀아본다. 누구나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그렇지만 신명나게 춤을 출 수 있다.
□ 눈춤
1. 「거시기 모놀로그」 프로덕션을 위한 리허설 / 진행: 안은미컴퍼니
2019년 11월에 예정된 안은미 컴퍼니의 신작 「거시기 모놀로그」 공연은 그간 안은미컴퍼니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공연에서 함께했던 할머니와 그 세대의 사회적 매뉴얼을 주제로 한다.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거시기 모놀로그」 공연 리허설을 통해 관람객은 무대 이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에 펼쳐지는 움직이는 신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람객에게 큰 감흥을 선사할 것이다.
2. Korea Tapdance Jam Day / 진행: 조성호(피아노: 장윤석)
대한민국의 다양한 탭댄서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다채로운 스타일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피아노 연주에 따라 탭댄서들이 즉흥적으로 공연에 참여한다. Jam이라고 부르는 이 문화는 탭댄서들이 모여 즐기는 작은 파티로, 서로의 리듬과 스타일 그리고 무대매너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3. 신작 「50/50」 공연을 위한 리허설 / 진행: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2019년 11월에 예정된 「50/50」공연은 인간의 양면에 대한 내용이다. 해당 리허설을 통해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준비 현장, 무용수들의 노력 등을 보여주고자 한다.
4. 학습 / 진행: 박범태
무대에서 선보이는 하나의 공연은 공연에 수반되는 가, 무, 악, 희(노래, 춤, 음악, 연기)를 배우는 순간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에서 산이 박범태는 전통예술이 계승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화려한 공연 뒤에 가려진 인내와 노력이 수반되는 과정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5. 이희문이랑 "잡가"할래? / 진행: 이희문
우리는 흔히 경기소리하면 '민요'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런 민요와 함께 '잡가'라는 것이 있었다. 민요는 서서 부른다면, 잡가는 앉아서 부른다. 민요가 '대중지향'이라면, 잡가는 '예술지향'이다. 과거에 경기소리와 서도소리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잡가'를 통해서 이뤄졌다. "잡가를 어떻게, 얼마나 잘 부르는가"가 소리꾼으로서의 역량을 평가 받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9월 17, 19, 20일 3일간, 서울시립미술관에 소리꾼 이희문의 잡가연습실이 차려진다.
□ 입춤
1. 안은미래X미지행 열린 강의: 다른 현대, 다양한 커뮤니티
7월 6일: 이영준(비평가, 『기계비평』 저자)
7월 13일: 김상욱(물리학자) & 함돈균(문학평론가)
7월 20일: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7월 27일: 슬라보예 지젝(대륙철학자) & 이택광(문화비평가)
8월 17일: 문훈(건축가)
8월 24일: 양혜규(설치미술가)
'안은미래X미지행 열린 강의: 다른 현대, 다양한 커뮤니티'는 문명사적 전환기라 여겨지는 '지금'을 성찰함으로써 현 시대를 이해하고 도래할 시간에 대한 영감을 얻고 그에 대한 창조적 질문과 가치탐구, 실천적 아이디어를 모색한다. 철학자, 건축가, 과학자, 시인, 사회학자, 시각예술가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현 시대에 당면한 과제와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자 한다.
2. 「안은미야」 북토크
8월 31일: 양효실(미학자)
9월 7일: 서동진(계원예술대학교)
9월 21일: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안은미야」 북토크'는 안은미의 30년 활동 연구집 『공간을 스코어링하다-안은미의 댄스 콜렉션』의 필자들과 함께한다. 이는 안무가 안은미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가 작품을 통해 다뤄왔던 사회적 이슈를 보다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3. 라운드테이블
전시의 마지막 주 토요일에 『안은미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전시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이자 몸춤, 눈춤, 입춤이 현현하는 미술관에 대해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전시제목안은미: 안은미래 Known Future
전시기간2019.06.26(수) - 2019.09.29(일)
참여작가
안은미
관람시간10:00pm - 08:00pm
토, 일, 공휴일 10:00am - 7:00pm
*뮤지엄나이트(매월 둘째, 마지막 주 수요일) 10:00am - 10: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퍼포먼스, 아카이브, 회화, 설치, 미디어 등
관람료무료
장소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
주최서울시립미술관
후원사야문화재단
연락처02-2124-8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