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에서는김준권 판화가의 2007년 이후 10년간의 근작으로 『김준권-산운山韻』展을 개최 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집중했습니다.그때 남북 정상이 서명을 한 그곳에 김준권 작가의 작품 「산운」이 걸려 있었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목판화로 평화로운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염원하는 김준권 작가의 뜻이 있었기에, 바로 그 현장에서의 작품 전시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또한 김준권작가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탄핵정국에서 '광화문미술행동'을 결성하고 여러 미술인들과 광화문텐트촌에서 실천적인 현장미술을 펼쳤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 수묵목판화 「산운」과 더불어 최근작인 유성목판화 「자작나무 아래, 2017」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공력이 깃들여진 약 30점의 작품을 관람하시어 한국목판화의 높은 수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전시기간 중에 관객이 「산운」앞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을 준비했으며, 또 일반관객이 직접 목판화를 찍어보는 목판화체험교실도 있습니다. ■ 롯데갤러리 청량리점
그의 목판화에 대한 열정은 교사직을 해직당하고 쉬게 되면서부터 더욱 불타올랐다. 그는 해직된 이후 1991년부터 1994년까지 4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절간의 대장경판을 살펴보기도 하고 탱화를 모사하기도 하였다. 또한 전국의 자연 풍경을 스케치하며 이를 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통 목판화 작업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 목판화인 '우끼요에(浮世繪)'의 정교한 기법까지 연구하며 이를 자신의 작품과 연결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이때 작업한 작품 중에서 태백의 마을을 소재로 제작한 판화들은 특히 그가 추구하는 감정의 내면이 잘 표현된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현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필자는 한동안 태백을 묘사한 한 작품을 걸어놓고, 그 깊이를 느끼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방의 풍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듯 김준권은 4년간 쉼 없이 세상을 주유하며 작업을 지속하였음에도 자신의 작업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미진한 부분을 새로운 미술 양식을 연구하며 채우려 노력한다. 그 결과 1994년 중국으로 건너가 루신(魯迅)미술학원에서 4년간을 공부하며 중국의 전통 목판화인 '수인(水印)판화'를 집중 연구한다. 학위를 위한 중국행이 아니라 순수하게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목판화를 비교 연구하여 새로운 목판화의 길을 찾으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김준권은 한국에 돌아와 1997년 충청북도 진천의 한 산자락에 '한국목판문화연구소'를 개설하고,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새로운 목판화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김준권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목판 문화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다. 그는 대장경판의 판각 기법을 연구하며 먹으로 목판을 부지런히 찍어 보았다. 이를 통해 먹물이 목판에서 한지로 넘어가 표현되는 과정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전통 목판화 양식을 바탕으로 이웃 나라의 목판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수용하여 세계성이 있는 한국 목판화를 만들어내는데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제작 방식은 한국의 전래 목판화 제작 방식과는 그 표현 과정이 사뭇 다르다. 본래 한국의 전통 목판화는 보통 목판 하나를 제작하여 단색으로 찍는데, 한두 색이 더 필요하면 같은 판으로 채색을 달리하여 겹쳐 찍는다. 이러한 한국의 목판화는 본래 책을 간행하기 위한 목판에서 시작하였다. 이후 불경을 간행하며 책 중간에 '변상도'가 들어가며 회화 형식의 목판화가 만들어졌으며, 「부모은중경」이나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에서 한국 목판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륜행실도」의 판화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모본으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실용품이지만 편지 용지로 쓰는 '시전지(詩箋紙)'에 새긴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도안도 좋은 전통 목판화 중의 하나라 할 만하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기에도 이어져 잡지의 삽화 등으로 등장하며, 한국의 목판화는 여전히 단순한 형식의 전통 목판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우끼요에'는 에도 시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여 정교하면서도 다양한 다색 채색판화로 자리 잡는다. 점차 판수가 늘어나 사십여 판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방식을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그들은 그림을 그리는 화사와 판을 새기는 각수, 종이에 떠내는 인출장 등으로 분업화하여 더욱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 사업적으로도 크게 성장한다. 이런 우끼요에는 서구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고흐나 고갱 등은 우끼요에의 매력에 빠져 그들의 작품에 우끼요에의 속성을 차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각광을 받은 우끼요에도 근대기에 와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새로운 세대에 맞춰 양식적 변화를 이룬다. 작업 방식은 같으나 소재를 현대화하고 크기나 색감 등을 유럽 교양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새롭게 태어난다. 이를 '신판화'라 한다. 이렇듯 일본의 목판화는 여전히 민중들과 살아 숨쉬는 미술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중국의 '수인판화'도 우끼요에와 마찬가지로 사용하는 색깔의 수에 따라 다양한 판수를 가진다. 우키요에와 수인판화는 매우 정교한 묘사가 특징인데, 두 나라의 민족적 성향에 따라 표현 방식이 매우 다르다. 우끼요에는 불투명 물감으로 찍어 윤곽선이 강하고 채색이 진한 특징이 나타난다. 그에 비해 수인판화는 평판을 사용하여 수성 물감으로 찍기 때문에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고, 색감의 번짐도 많으며, 채색도 투명한 듯 은은한 느낌을 준다. 마치 먹과 수성 물감으로 그린 실제 그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유사한 방식이라도 나라에 따라 완성된 결과물은 큰 차이를 보인다.
김준권이 작업하는 목판화는 동양 삼국의 각 목판화의 장점을 한곳에 모아 새로운 형식의 한국 목판화를 이루어 내려는 의욕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기 위해서 세 나라의 목판화에 대한 연구를 학자 이상으로 진행해온 것이다. 그의 다색 목판화는 보통 적게는 다섯 판에서 많게는 사십 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우 복잡한 만큼 정확한 계획과 계산과 실행이 필요하다. 종이의 종류와 물감의 종류, 그날의 습도에 따라 수없이 많은 조합이 나온다. 작업이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데생하는 방식도 손으로 그리는 것에서 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진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이용하는 등 다양하다. 채색에 있어 그는 원칙적으로 먹을 중심으로 수성 물감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 유성 물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그의 장점은 수성 물감을 사용하는 데 있다. 수성 물감은 한지에 은근히 번지며 배어 들어가는 속도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실제 그의 작업실에 수없이 많은 작품을 제작한 흔적을 보면 그가 수성 물감의 장점을 강조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동양적인 풍경을 그리는 데에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속성이 강한 수성 물감의 성질이 더욱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황정수
□ 부대행사
1. 판화 체험 참여 이벤트
- 일시: 10월 6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토,일오후 2시~3시 (20명)
- 장소: 롯데갤러리청량리점
- 신청: 02.3707.2890
2. SNS인증샷 이벤트
- 일시: 상시이벤트
- 내용: SNS에 관람 인증샷 업로드 시 전시포스터 증정 (선착순200명)
전시제목산운山韻
전시기간2018.10.03(수) - 2018.10.28(일)
참여작가
김준권
관람시간월~목요일 10:30am - 08:00pm
금~일 10:30am - 08:30pm
● 백화점 영업시간과 동일
휴관일백화점 휴점시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롯데갤러리 청량리점 Lotte Gallery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214 (전농동,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8F)
연락처02-3707-2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