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재단·환기미술관(관장박미정)은 예술로써 소통하는 사회를 이끌고 예술에너지를 통해 교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2017년 특별기획전 <사유/창작/공간/노트>전을 개최한다. 이는 ‘작가의 창작활동에 주목하고 격려’하는 환기재단·환기미술관의 설립취지를 계승하기 위한 중장기 특별 기획 전시로 마련되었다.
본 전시는 예술가들의 창작이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과 창작의지를 촉발시키는 사유의 공간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하였다. 작가의 물리적 공간인 작업실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작가 내면의 사유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고, 영감을 얻기 위해 그려나간 수많은 아이디어 노트들이 있으며, 창작을 위한 고통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작품 이면의 복합적인 이야기가 담긴 유니크한 철학적 세계’이다.
이러한 작가의 입체적인 면면들이 중첩된 '사유의 아틀리에'는 실재하는 장소적 개념을 넘어 작업의 전 과정이 담겨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이곳에서 뿜어져오는 창작의 기운 · 재료의 실험 · 창작자의 숨을 엮어내어 가능성의 씨앗, 즉 ‘살아있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환기미술관은 '작가의 아틀리에, 사유의 공간'이란 주제로 예술가의 창작에 대한 사유와 교감, 작품에 투영된 예술가의 생각, 그리고 예술가의 숨겨진 창작의지 등을 환기미술관 전시공간에 모두 펼쳐놓으며 관람객에게 아티스트의 창작물인 ‘작품을 보다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사유/창작/공간/노트>전을 통해 제안한다.
전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 1세대 수화 김환기 화백의 예술세계를 주축으로 ‘자아’와 인류의 문명사, 과거와 현재로 흐르는 시공간의 관계를 살피는 김명희 작가, 자연의 순환·문명의 시작을 환기하며 서사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김차섭 작가, 화면의 평면적 한계성을 넘고자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신성희 작가, 강인한 필력으로 동양적 사유의 예술세계를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이강소 작가,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 대한 주제로 관객과 소통하는 임충섭 작가 - 총 6인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환기미술관에서 자신만의 내면의 이야기와 작업방식, 영감의 원천, 제작의 비밀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전시 참여 작가들은 과거 또는 현재, 뉴욕과 파리에서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간 공통점이 있어, 각 작가들의 노마드적인 삶이 예술로써 어떻게 분출되고 창작의 시간을 모색하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지점이 될 것이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은 본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긴 사유와 고뇌를 거쳐 작품이 탄생되는 예술가의 창작과정을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작품의 단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예술가의 이야기들을 작가의 사료, 사진, 오브제, 텍스트, 영상 등과 아울러 평면, 입체, 설치작품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면서, 아티스트들의 예술관의 차이와 그 흐름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환기미술관 본관 중앙홀에 자리 잡은 수화 김환기 화백의 창작세계는 전면점화가 탄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던 1960~70년대의 수많은 드로잉 흔적들과 청, 적, 흑색의 숭고의 미학이 담긴 1970년대 점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김환기의 뉴욕시대(1963~74)는 그의 예술여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여 세계예술의 중심무대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이루어가던, 작가로서의 원숙기이자 완성기이다.
본 전시에서는 작가의 뉴욕시대를 중심으로 창조적인 조형실험을 거듭한 도전정신의 실현과정과 부단히 추구한 숭고의 미학을 관람객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이를 위해 김환기 화백의 1960~70년대 뉴욕시대 드로잉과 유화작품 일체를 전시장 4면 가득 설치하면서, 그가 최종 핵심 주제에 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예술여정을 이곳에 펼쳐놓는다. 아울러, 뉴욕시대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그리고 사유의 흔적이 담긴 아이디어 노트, 도서, 필름 등의 유품 일체가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창작을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던 김환기 화백의 예술의 시공간에 함께 들어와 ‘드라마틱한 조형적 시도를 거쳐 1970년대의 걸작, 대형 전면점화라는 숭고한 추상정신의 세계를 완성’한 과정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다.
김차섭 작가는 기하학에서 출발한 자연에 대한 궁금증을 뉴욕과 춘천의 작업실을 오가며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번화한 뉴욕이라는 공간과 고요한 자연에 둘러싸인 춘천의 작업실은 서로 이질적인 공간이지만 두 곳 모두 기하학,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 등을 넘나들며 인류문명 전체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학자의 연구실과 다름없다. 본 전시에는 김차섭 작가의 춘천 작업실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작가의 작업실처럼 재현한 작품들과 작가노트가 최초로 소개된다. 1974년 뉴욕 정착 이후 에칭(etching)이라는 가장 섬세한 표현기법을 이용한 작품부터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로 동일시한 자화상과 춘천 내평리 작가의 작업실을 가르치고 있는 손, 작가가 탄생한 그 시각을 잡고 있는 지구를 그린 작품들이 작가의 스토리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김차섭의 노트는 한글, 영어, 한자, 스케치가 마구 뒤섞여 인류문명 전체에 대한 코드를 찾고 있는 비밀의 책을 보는 듯하다. 작가의 노트와 내러티브가 함께하는 이 공간은 사유思惟의 기쁨을 다시 가져다줄 것이다.
본 전시실은 김명희 작가의 작품화면에 내재된 이면을 살피는데 그 의의를 두며 예술여정의 첫 출발을 상징하는 단서들, 작가의 열정과 함께 했던 사유의 흔적들을 살피면서 외부로 드러난 작품화면에 연결된 거대한 창작의 뿌리, 그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구성되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화각함을 모티브로 한 졸업논문 연구로부터 시작된 김명희의 창작 스토리텔링은 1990년 강원도 내평리 폐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조우하게 된 “흑칠판”과 “분필” 등의 조형매체를 통해서 독창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자연과 고대 문명의 경이로움을 재해석하여 한강에 12지신 형상의 언덕을 설치하는 가상프로젝트인 <한강 둔치 12지신 언덕 프로젝트>, 세계지도 위에 가상의 철도를 설치하고 인류의 문명사를 횡단하는 메타여행을 전개시킨
등은 ‘자아’와 인류의 문명사, 과거와 현재로 흐르는 시공간의 관계를 살피는 작가의 심도 깊은 스토리텔링 전개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직업에서 연유하여 오랫동안 이어진 해외생활, 쓸모를 다한 폐교에서 다시 소생시킨 일상, 그리고 극단의 간극을 지닌 뉴욕 소호와 춘천 내평리 작업실을 오가는 여정에서 비롯된 작가의 사유는 ‘서사’, ‘성장’ 그리고 ‘사회’의 거대한 관계성에 대한 탐구와 고찰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조형매체 -칠판, 분필(오일파스텔), 영상 등-와 함께 우리를 익숙한 듯, 그러나 새로운 시공간의 여정으로 이끌어준다.
“화면은 내 몸이다.”
신성희작가의 화면은 작가의 예술적 메시지가 가리키는 그대로이다.
작가는 살아 숨 쉬는 온도,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생명력이 내재된 ‘생명’, 그 자체로서 자신의 화면을 직시하고 있으며, 온전히 드러내고, 해체하여 다시 치유하는 과정을 전개시킨다. 신성희 작가에게 있어 화면은 자신의 몸이자 정체성을 투영시킨 또 다른 형상이자 자아였으며, 개념적 사유와 현존의 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롭고 파격적인 조형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살리고 성장시키는 세계였다.
본 전시에서는 신성희의 예술사유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는 “누아주(nouage, 역음 페인팅)”에 함축된 작가의 집요하고 치열하면서도 절제된 창작의 사유, 그 다양한 생명의 변주를 보다 긴 호흡으로 공간에 풀어내고 있다.
1970년대 중반, 마대 위에 마대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회화 Peinture>로부터 해체와 재해석을 통해 확장된 <회화 Peinture>시리즈, 박음질로 화면에 솔기를 드러내면서 사유와 현존 공간의 재구성을 시도한 <단상별곡 Fragment de sur face>, 더 나아가 화면뿐만이 아닌 틀, 화면을 구성하기 위한 붓과 색 등 관련된 모든 요소들의 전방위적인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서 더욱 뜨겁게 사유와 현존의 시공간을 다루고 있는 <회화로부터 Démarrer une peinture>의 회화조각들까지 전시공간에 펼쳐진 작가의 계속해서 살아있는 호흡이 새로운 교감의 시간을 제안해 줄 것이다.
사물의 생성과 소멸, 대상과의 우연적인 부딪힘, 본질에 대한 탐구와 감흥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는 이강소 작가는 본 전시에서 전위적인 창작의 흐름을 쌓던 행적이 담긴 대형사진들과 동양적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설치작업, 유연하지만 강인한 힘과 역동성을 담아낸 회화 신작 일체를 선보인다.
1973년 서울 명동 화랑의 첫 개인전인 ‘선술집의 체험’을 경험 하게한 프로세스적인 이벤트 작업, 실험적인 퍼포먼스, 뉴욕 소호 및 통영, 안성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던 작가의 행적들이 기록되어 있는 16컷의 대형사진들은 작가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흐름을 파노라마와 같이 펼쳐 보이며,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작가의 실험과 모험과정, 사유의 아틀리에 전경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1981년 대구 삼보 갤러리에서 최초로 발표한 이래 37년만에서 선보이는 설치작업 <팔진도(팔괘도)Eight Battle Array>는 작가의 예술적 사유와 본질에 대한 탐구의 이야기가 담긴 「이강소의 생각」 전문(全文)과 어울려 작품과 글로써 ‘창작의 진정성과 사유의 과정’을 관람객에게 전한다. 또한, 2017년 신작 <淸明 Serenity> 회화의 대담하고 기운생동(氣韻生動)한 필선에서는 작가가 작업실에서 직관적인 공기의 흐름을 접하고 창작자의 숨을 엮어내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붓놀림을 이어나간 필치(筆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임충섭 작가의 맨해튼 트리베카 스튜디오는 벽과 천장 구분할 것 없이 존재하고 있는 작품들로 신화 속 미궁에 와있는 듯하다. 약 100여점의 작품들이 겹겹이 얽혀있는 이 공간 안에서 작품들이 각자의 생명력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이 공간이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을 희망한다는 작가의 소망처럼 우주의 삼라만상(森羅萬象) “사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수도승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항상 창의적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임충섭 작가는 본 전시에
영상을 통해 창작의 시간과 작품이 잉태되는 찰나(刹那)를 보여준다. 2000년과 2017년 사이의 이 영상들은 일종의 비주얼 기록으로 작가와 자연, 자연과 자연, 사물과 자연 등과 같이 그 사이를 깊이 파고든다. 또한 새롭게 재해석한 <민들레 설치>(2001)와 같이 설치의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거친 땅 위에 쇠로 피어난 대형 민들레가 창문을 통하여 대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여정을 보여줌으로서 우리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전시제목사유·창작·공간·노트
전시기간2017.08.18(금) - 2017.11.12(일)
참여작가
김환기, 김차섭, 신성희, 이강소, 임충섭, 김명희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설날(신정, 구정)연휴, 추석연휴
장르회화, 영상, 설치
장소환기미술관 WHANKI MUSEUM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 (부암동) )
연락처02-391-7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