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영에게!
요즈음은 어떤 詩想에 젖어 지내니?
인제 空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悠悠自適하면서 너만의 세계를 노래하며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난 한국의 영혼의 세계를 느끼게 해 주었던 靈山(馬耳山, 金剛山, 淸凉山)을 그리고 난 후에, 더 깊은 정신세계를 느끼고 싶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 속에서 히말라야가 떠오르더라고. 이를 숙명으로 알고 10년 전에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루나, 그리고 5년 전엔 무스탕과 랑탕 코스를 등정하며 사생을 하면서, 靈의 세계가 작품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이 산들이 보이지 않는 氣를 전령사로 보내어 構圖의 다양성을 전해주면서 호흡에 의한 결을 표현하는 방법을 전해 주더라. 이때부터 자연의 이치를 감지하기도 하면서 산에 대한 나만의 세계를 정리해오고 있단다. 그리고 정년을 마치고 雪嶽山이 멀지 않은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자연의 묘미를 느껴보려 하고 있어. 매일 산속에 있으면 혹시 산의 靈魂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야
영아 !
흔히 히말라야에는 神이 산다고 하는데 난 山 자체가 神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때부터 “天山”이라는 話頭를 품게 되었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山은 하나의 바위덩어리 아니니? 국내외의 山은 하나로 연결되어 되어 있기에 靈魂도 모든 山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 중요한 것은 作家가 마음을 어떻게 調律하느냐에 달려 있지. 그리고 山은 시각적으로 결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는 해와 달과 비와 바람들의 氣韻이 담겼기에 그러한 형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것을 마음에 두고 그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 이것은 자연의 흐름이 담긴 호흡이기도 할 거야. 그래서 山을 그릴 때 形象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山이 무언으로 전해주는 靈魂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기도 해. 난 마음 따라 그리다가 山의 숨결을 느끼면 그 결에 따라 運筆을 하곤 해. 작품에서 氣나 호흡의 표현은 餘白으로, 天山의 表皮는 渴筆이나 潑墨으로 운용하면서 생명을 불어 넣어 보기도 하고, 새들이 날면서 보는 眺望의 시점을 담는 構圖를 구사하기도 해.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안에서 山이 숨쉬면서 춤을 추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의식적으로 나를 잊고 그냥 그리기만 해. 그러면 技法이나 筆致라든가 線과 潑墨에 대한 표현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고 가슴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도 없어져. 결국 나 자신도 잊고 그리게 될 때도 있어. 이처럼 내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 自然의 靈魂이 내게 왔었음을 자각하게 되. 이때의 작품이 난 마음에 들어. 이처럼 그림이 작가에게 格의 有無를 말해 줄 때가 있어. 그런데 어떤 때는 작품을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표현에 마음을 두면 끝내야 할 때를 놓치게 될 때가 있어. 이때는 호흡을 멈춘 것 같이 답답해지는데 이는 欲心이 발동한 때야. 그래서 난 항상 執着과 固定觀念에서 탈피해야만 진정한 魂이 담긴 작품이 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어. .
친애하는 영아 !
이제까지 작품을 하면서 많은 시도를 하며 變化를 추구해 왔지만 아직도 山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山에 대한 眞髓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젠 馬耳山, 金剛山, 淸凉山도 天山속으로 녹아 들어왔고 요즈음 자주 다녔던 雪嶽山도 天山化 되었단다. 이젠 모든 산이 천산화 되어 내 마음에 자리하여 하나가 되어가고 있어. 어떤 때는 내가 天山이 되어 호흡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단다. 그래서 세상을 마무리하는 날까지 난 내 마음에 자리한 山들을 곱씹으며 진정한 산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욱 精進해 보려고 한다.
벗이여 !
이제 너를 만나면 서로 눈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
2017. 11
진만 陳滿으로부터
Dear my friend Young !
What kind of thoughts do you have in your mind these days? I expect you have overcome the void and are singing
your own world. My past work of Korean spiritual mountains - Mt. Mai, Mt. Chounglang, and Mt. Geumgang - taught me the true soul of Korea. However, I had always wanted to explore deeper inside of my mind even after the series of work. One day, the Himalayas suddenly came to my mind. I could feel that it was my fate so I went up to Mt. Everest, Annapurna 10 years ago, then headed to Mustang, and Langtang 5 years later. I was wondering if I could express the world of spirits by painting when I was climbing them. Eventually the mountains sent me messengers as a form of invisible energy, and they showed me a diversity of composition and texture. I could sense the order of nature there. Since then, I’ve been trying to establish my own world of mountains. After retirement, I’ve been enjoying the beauty of nature at my nest in a forest, not far from Mt. Sorak. Here I expect to feel the sprit of the mountain everyday.
Young!
It is said that god lives in the Himalayas. Yet I thought the mountains might be the god himself, and I came up with the concept of “Heavenly Mountain” here. Every mountain in this world can be seen as one piece of rock, as I am able to feel there is a spiritual link that connects all the mountains in the world together. I believe it is important for an artist to see the invisible. Spiritual message from mountains matters, not the shape of them. Mountain is a texture that holds the energy of the sun, the moon, rain and wind. Thus, when I’m working, I always keep in mind that this texture is a breath and a stream of the nature. When I feel the breath of the mountain, I stroke over the canvas following the rhythm. I leave a blank to express the energy and I give a life to the skin of Heavenly Mountain by dry brushing or ink spreading. I import the perspective of a bird that flies over the mountains. I sometimes work with a feeling of mountains breathing and dancing inside me. I sometime work without any thought. Here I lose a concept of drawing techniques, the existence of brush, and even the physical sense of drawing. I completely forget about myself. When I think of myself as one with nature, I become aware of the soul of nature staying with me. I like the work of this moment. When I cling to visual expression in the finishing process of work, I sometimes miss the time to end and I stifle. This is due to greed. Hence I believe that we need to get out of obsession and stereotype, to create a work of true soul.
Young!
I have been trying different attempts and pursuing various changes in my work but I still have lingering attachment
about the mountains. Does this represent I haven’t realized the quintessence of the mountains? Mt. Mai, Mt. Chounglang, and Mt. Geumgang melted into “Heavenly Mountain”, and Mt. Sorak, which I frequented, also became a part of the family. All the mountains have become “Heavenly Mountain” in my heart. Sometimes I become “Heavenly Mountain” itself and I hear my breath of the mountains. I’m going to devote myself to the refinement of the true mountain until I rest in peace.
Dear my friend Young!
who is free and sings own world, Next time we meet,
I hope we can talk about nature without a word.
Nov. 2017 Sincerely,
Jin-Man
전시제목한진만 개인전 天山
전시기간2017.11.12(일) - 2017.11.19(일)
참여작가
한진만
관람시간11:00am - 07: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Hangaram Art Museum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
연락처033-244-7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