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개관이래 최초의 사진 그룹전 ‘Maden Pictures’전을 4월 6일부터 6월6일까지 개최한다.
미래 사진예술 역사의 시초 작업으로 기록될 6인의 사진작업이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펼쳐진다. 현실성을 뛰어넘어 완벽한 구성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현대 사진 예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대중에게는 사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사진이 발명된지 한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사진기(Camera)와 사진(Photograph)을 둘러싼 문화는 더욱 대중화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직접 사진을 찍어 개인 블로그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타인과 공유한다.
고성능 카메라는 이제는 더 이상 사진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카메라를 소지하고 다니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예술의 정교성을 흔히 ‘순간의 미학’이라 칭했던 비유는 이제 ‘대중의 미학’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진 작가들은 사진이 가진 우연성과 기록성에 기인하는 ‘순간의 미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작품들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사진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과 각자의 개성으로 구성되었다. 남기성은 변화될 순환계를 여행하는 탐험가로서 세상을 바라 보았으며, 박형근은 외부 공간과 빛을 자유자재로 변형하여 낯설고 기이한 세계들을 보여주었고, 원성원은 전혀 다른 공간에서 옮겨온 것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이야기를 끌어냈다.
정희승은 배우의 자아가 배역의 감정과 교차하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촬영하였으며, 하태범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자연 재해나 사건의 기사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으며 본질적 의미를 성찰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건물의 외벽이나 공사중의 방진막 위에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한성필까지 현대 사진가들의 수백 수천장의 사진들을 재배열하고 재조합하는 고된 작업을 거쳐 하나씩 어렵게 창조해가는 과정 “Maden Pictures”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이러한 여섯 명의 사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속 의도를 읽어냄으로서 관람객은 현대 사진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기성 작가]
남기성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전역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을 촬영해 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작가는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구를 여행하며 카메라에 그 흔적을, 경관을 담아오며 자연스레 자연과 문화 유산 보호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빙하시대가 도래한다는 전제하에 제작된 이번 신작들은 변화될 순환계에 대해 작가가 지닌 의식을 반영한다. 빙화된 아프리카 남서부의 북극곰, 탄자니아와 케냐를 잇는 세렝게티에서 사냥하는 암사자와 쫓기는 얼룩말, 얼음이 되어버린 인도의 옛 궁전 등이 합성이미지로 제시된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계의 경고와 각성을 전하는 메신저로서 등장하는 신종 생명체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초원과 들의 생명체가 빙화되어 환영처럼 떠오르는 이 차가운 이미지들에 대해 작가는 “앞으로 존재할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전하고 있다.
[박형근 작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적막해 보이는 공간, 짙은 청록 빛을 띤 숲과 들, 인적이 드문 야산, 버려진 장소와 모퉁이 등은 그간 박형근의 주된 촬영 소재가 되어왔다. 시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감성이 녹아있는 풍경과 사진 속의 원초적 색채들은 섣부른 형용을 머뭇거리게 할 정도로 시적인 이미지를 준다. 작가는 "사진 속 공간과 장소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곳 임에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내면 속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는 설명으로 풍경을 관념적으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하여 작가는 이미지 곳곳에 인공적 개입을 자처하며 미스터리 한 서사를 남겨놓는다. 결과적으로 감상자에게는 사진 속의 묘연한 행적을 추적하게 되는 능동적 해석이 남겨지는데 그것이 작가의 정서를 비추는 공간으로의 여행이자 상상으로부터 비롯된 세계를 만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원성원 작가]
원성원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사진 꼴라쥬로 가상현실을 연출한다. 작업은 작가와 지인들이 상상하는 유쾌한 가정을 토대로 장면을 구상하는 것부터 시작해 자료수집-이미지 편집-보충 촬영–재편집 이라는 순차적 절차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장소를 답사해 완벽한 구도를 발견하고 수많은 실험을 거치며 때때로 기후에 따라 작업의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는 절차의 연속인 원성원의 제작 방식은 회화나 조각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을 육박하게 한다. 거듭된 편집으로 완성된 이미지 조합은 눈에 설지 않도록 꼭 맞고 섬세하게 배열되어 현대 동화 같은 느낌을 담게 된다. 이렇게 모아진 조각 조각들이 어디에선가 어떤 시간 동안 분명히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작업을 즐겁게 논의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원성원의 작품은 개인이 상상으로나마 희망하는 공간을 창조하고 꿈(Dream room series)과 내일(Tomorrow series)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면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기록하는 사진의 속성에 대한 관념을 재고하게 한다.
[정희승 작가]
정희승은 페르소나, 즉 융(Jung, Carl Gustav)에 의한 사회 심리학적 가면을 뜻하는 용어를 키워드로 사진의 기록적 특성을 이용한 작업을 보여준다. 융은 한 개인이 페르소나에 의해 반드시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성격을 연출 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설정되는 무의식적 태도일수도, 반대로 계획된 처세술 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의 일관된 성격의 소유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정희승은 배우를 직업으로 하는 특정인을 섭외하여 대본읽기를 주문하고 배우들이 점차 배역에 몰입하여 그들이 연기하는 인물로 동화하는 순간을 촬영했다. 이것은 그 미묘한 순간, 사진이 찍힌 찰나만큼은 공존하는 두 페르소나에 대한 실험적 기록이다. 이로써 정희승의 작품은 인물의 외관을 다루어 역설적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내적 의미를 사유케 한다.
[하태범 작가]
하태범은 뉴욕의 911 테러, 쓰나미, 그루지아 레이더 기지, 이태리 불교사원 화재 등 지구상에서 불시에 일어난 자연 재해나 테러, 전쟁 등의 이미지를 스크랩해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미지 자체를 복제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창조한다는 점이다. 방법적인 실천으로서 작가는 종이라는 단일한 소재를 선택했다. 흰 종이에 의지한 실화 재현 작업, 즉 세트를 구성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촬영 이전에 설치 작업의 선행을 요구한다. 그는 백색에서 읽혀지는 인상- 누추하고 범상한 생활의 흔적이나 체취 따위가 지워진 현장을 가시화 한다. 이러한 현장을 담은 그의 사진은 테러와 자연재해가 몰고 온 참혹한 현장을 무색화 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유발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종이로 구축한 연극적 세트의 허구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비현실적인 인상을 주지만 허구라 할지라도 연극이 인간의 삶을 반영하듯 사고현장을 실제로 목도하면서도 당장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불행을 안도하는 인간 심리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한성필 작가]
FAÇADE (파사드)는 건물의 정면, 전면을 뜻하며 비유적으로는 사물의 표면, 외관, 허울 등을 뜻하는 다의적 의미를 가진 명사이다. 한성필은 2004년 런던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의 복원 현장을 지나는 중 성당을 정확히 복사한 실물 크기의 가림막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실재와 재현의 사이에서 얻는 혼동과 겹과 겹이 만나 이뤄내는 공간의 초현실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그 이후 FAÇADE 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작업을 현재까지 확장 발전시켜 왔다.
그는 유럽에서 보수공사중인 전통적 건축물 외벽에 공공미술의 일환으로 설치된 실사프린트나 페인팅이 된 방진막이 드리워진 장소를 답사한 후 빛과 조명의 조작을 이용해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이국적 공간을 연출했다. 이렇게 제작된 사진은 2차원의 납작한 평면이라는 파사드의 개념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동시에 건물의 보수가 완공되면 철거될 방진막의 운명과 완성된 건물의 실제 외벽의 결정된 미래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파사드는 그의 사진 속에서만 “거기 있었다” 라는 존재의 증거를 갖는 것이다. 한성필은 이러한 개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하이테크를 이용한 사진의 심미적인 가치를 획득하는 미감을 지닌 작가다.
전시제목Maden Pictures
전시기간2010.04.06(화) - 2010.06.06(일)
참여작가
남기성, 박형근, 원성원, 정희승, 하태범, 한성필
관람시간11:00am~23:00pm
휴관일없음
장르사진
관람료일반 3,000원
장소아라리오갤러리 Arario Gallery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연락처041-551-5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