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be not seen
구나영의 이번 전시는 "BLACK-be not seen 검정-보이지 않는"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맞는다. 검정은 먹이 가진 색이기도 하지만, 구나영 작가 감정의 바탕이다. 검정은 주변의 빛을 흡수하고 시선을 집중시킨다. 또한, 검정(BLACK)이라는 단어에는 "불타다"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이것에는 타버린 것(하양)과 타다 남은 것(검정) 그리고 빛을 포함한다. 구나영의 작업은 이와 같은 검정(BLACK)의 성질과 가깝게 닮아 있다.
작가는 감정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을 관찰한다. 숲에는 삶과 죽음에 경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호흡하는 생명이 있었다. 구나영은 보여지는 대상을 그리겠다는 머리 속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생명력에 집중했다. 검정이 빛을 흡수하듯이 존재의 깊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짙거나 옅은 먹의 농담으로 내면의 풍경을 쏟아내는 행위가 되었다. 비로써 작가의 먹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나무와 숲의 독창적인 화면과 패턴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작가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일, 즉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게 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물에 담긴 흙에 비유한다. 한 잔의 유리잔에 담긴 물과 흙을 마구 섞어 두면, 흙물은 무거운 것부터 서서히 가라앉아 층을 이룬다. 이것이 작가감정의 스펙트럼이다. 구나영은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바탕으로 감정의 층을 충돌시키기도 하고, 천천히 침전 시키기도 하면서 한지 위에 이상향의 숲을 그린다. 작가는 가늘고 섬세한 선을 헤아릴 수 없이 한지 위에 긋는다. 켜켜이 쌓인 선을 따라가 보면, 나뭇가지에서 더 나아가 화면 가득 숲이 된다. 숲은 구나영 작가의 팀북투[Timbuktu] 이다. 팀북투[Timbuktu]에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까이에 자리잡은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풍경에 대한 시선을 넘어 그 모든 이상경에 대한 감정이 하나로 존재함이다. 구나영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나란히 존재하고 작가의 숲에는 삶의 리듬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가 흐르고 있다.
팀북투[Timbuktu] 는 치유의 숲이다. 구나영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호흡, 감정의 변화를 읽어 내는 일이며, 명상적인 행위로 연결된다. 작가는 순간순간의 자신의 감정을 예리하게 관찰함과 동시에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면서 사유하고 성찰한다. 나무는 한 사람의 형상으로 모여서 군중을 이루는 모습도 연상된다. 구나영의 숲에는 조화와 질서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나영의 먹(black)은 단순한 농담의 변화와 풍경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감정은 작품 안에서 하얗게 불탔고, 남겨진 그을음과 재는 한지 위에 스며들었다. 이번 "BLACK-be not seen"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감정뿐 아니라 상징과 깊숙이 자리하는 이면 것을 시각화하는 구나영의 작품을 통해서 감성의 울림을 느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MAKE GALLERY 김재훈
전시제목구나영 개인전 [ BLACK-be not seen ]
전시기간2017.09.13(수) - 2017.09.30(토)
참여작가
구나영
초대일시2017년 09월 13일 수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3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메이크 갤러리 MAKE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9-16 2층, 메이크 갤러리)
연락처02-3141-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