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한 현상, 백남준》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참여’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전시다. 현대예술에서 ‘참여’는 작품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넘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제도와 관계하는 예술로 확대되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관계의 미학”에 대한 담론이 개진되기 훨씬 이전부터 음악과 시각예술에 있어서 고전적인 창작과 수용 방식을 전복시키고 예술의 사회적인 참여 방식을 보여줬던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탐구한다.
음악가로서 백남준이 제작한 1960년대 초반의 「움직이는 극장」, 「음악의 신존재론」,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 등 그래픽으로 만든 스코어(악보)는 음악과 그것을 실연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행동하는 관객을 상정한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관객이 참여하여 변형하고 만들어나가는 불확정적인 작업으로, 관객의 행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백남준의 첫 개인전은 관객과의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 완전히 혁신적인 새로운 전시의 지평을 열게 된다.
전시에 선보인 <총체 피아노>, <랜덤 액세스>등의 음악 작품은 관객의 참여가 전제된 설치이자 음악이었으며, 그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13대의 실험TV의 작동 방식은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예술가의 도전이었다. 이후 제작된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로봇 K-456>, <굿모닝 미스터 오웰>등 새로운 미디어 실험들을 백남준은 거리 음악, 전자 오페라와 같은 음악의 한 형식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백남준이 말했던 새로운 음악의 존재론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방송의 이미지들에 대한 백남준의 이미지 조작과 왜곡, 텔레비전이라는 기계 장치 자체를 변형 시키는 개입은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작가와 관객의 개입과 참여, 그리고 미디어의 소통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함으로써 사회·정치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백남준의 참여는 단순히 관객이 참여하고 상호 관계 맺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과 시각예술의 제도와 체계에 대한 도전이며 예술적 실험 언어였다. 백남준이 수학한 프라이부르크 고등음악원의 볼프강 포르트너 박사는 초기 백남준 음악의 예술적 아이디어와 수행방식에 대해 “비상한 현상” 이라고 표현했다.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매체의 예술을 열었을 뿐 아니라 예술의 소통방식에 전복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백남준. 《비상한 현상, 백남준》은 관객성의 문제를 탐구하고, 제도에 균열을 내어 소통의 방식을 전환 시키는 백남준이라는 현대미술사의 ‘비상한 현상’이 미친 파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 음악의 신존재론
나는 음악의 존재론적 형식을 바꾸기를 희망한다 바꿔야만 한다.
보통의 콘서트에서,
소리가 움직이고, 관객은 앉아있다.
나의 액션 뮤직에서는,
소리와 그 밖의 것들은 움직이고, 관객은 나에게 공격당한다.
– 백남준
2.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이 기계를 이용해 우리는
텔레비전 수상기 캔버스를
레오나르도처럼 정확하게
피카소처럼 자유롭게
르느와르처럼 화려하게
몬드리안처럼 심오하게
폴록처럼 격정적으로
재스퍼 존스처럼 서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백-아베의 비디오합성기는 1,001가지 방법으로 즉석 TV를 제작해서 이를 실현하려는 작은 노력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고도의 정확성을 포기한 대신 고도의 부정확성을 얻었다…
-백남준
3. 실험 TV
어쨌든, 당신이 나의 TV를 보게 된다면, 제발 30분 이상 지켜보기 바란다.
〔…〕
나의 TV에서 기대하지마라: 충격., 표현주의., 낭만주의., 클라이맥스., 놀라움., 기타 등등…..나는 이전 작곡에서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황소 대가리가 13대의 TV보다 더 큰 센세이션을 낳았다. 사람들이 그 13대 TV 모니터의 각기 다른 “왜곡 현상”(?)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게 되려면 10년이 필요할지 모른다. 전자음악에서 많은 종류의 “소음”(?)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게 되기까지 그랬던 것처럼.
참여 TV는 분명히 (창조자, 시청자, 비평가를 일치시키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지 않은가…. 훌륭하지 않은가….
-백남준
4.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
〔…〕나는 관객이(혹은 이 경우에는 대중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즐기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곡의 연주를 포기했다. 나는 음악을 전시한다. 나는 방에 각종 악기와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물을 전시해서 관객이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게 한다. 나는 이제 요리사(작곡가)가 아니라 ‘식료품 가게 주인’일 뿐이다.
1) 이 악기들을 가지고 나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만지고, 불고, 쓰다듬고, 바라보고, 한발 앞으로 내딛고, 걷고, 달리고, 듣고, 두드리고….
2) 이 악기들은 기존의 어떤 악기보다도 더 청명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기존의 어떤 연주 홀보다도 더 유동성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음악과 건축 사이에 새로운 범주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
-백남준
5.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년 새해 첫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모든 종류의 피드백을 만들어냈다. 케이지와 보이스는 친구이지만 한 번도 작업을 함께 해본 적은 없었다. 보이스와 긴즈버그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적극적인 정치활동, 강한 퍼포먼스의 취향, 반핵을 주장하는 자연주의자, 같은 나이, 낭만주의 성향). 하지만 그들은 이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아주 드물게 만나는 지구의 스타들과는 달리 천체들은(화성, 토성, 직녀성, 견우성) 정기적으로 만난다. 보잘 것 없는 우리 삶에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으로 얻을 수 있는 신비로움을 생각할 때 위대한 천재들이 서로 만나지 않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쌍방향 작업은 생방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TV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 전화처럼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기에 나는 쌍방향 TV방송을 원했다.
-백남준
6. 로봇 K-456
나는 로봇이 해프닝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로봇이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고 마치 재빠른 샤워 같은 놀라운 일초를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로봇의 발을 차서 앞으로 가도록했다. 그것은 거리-음악 작품이었다. 나는 로봇을 1965년 미국으로 데리고 갔고 제 2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이 열린 저드슨 홀에서 처음 소개했다. 이후 나는 로봇을 뉴욕의 57가와 파크 애비뉴, 그리고 화창한 일요일의 워싱턴 스퀘어에 가지고 갔다. 모든 사람들이 로봇이 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어떤 반쯤 흥분한 흑인이 이렇게 외쳤다. “신이 이 로봇을 만들었다.”라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워싱턴 스퀘어에 로봇을 데리고 갔을 때 였다. 그것은 매우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백남준
7. 백남준 오마주 #1 ― <20개의 방을 위한 심포니>
《비상한 현상, 백남준》전의 특별 프로젝트로 권용주, 강이다, 장현준 작가의 <존속과 확장>을 선보인다. <존속과 확장>은 백남준의 스코어 <20개의 방을 위한 심포니>(1961)를 동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업이다. 공감각의 설치, 1961년 당대의 사운드 스케이프, 관객의 참여로 지속되고 완성되는 과정의 음악을 담고 있는 <20개의 방을 위한 심포니 >에 대한 탐구와 거리 두기를 반복하며 2017년의 스코어를 제작했다. 작가들의 서술은 가상과 현실이 혼재하고 테러와 전쟁, 혼돈을 거듭하는 동시대의 풍경과 소리, 그리고 행위를 담고 있다.
■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제목비상한 현상, 백남준(Extraordinary Phenomenon, Nam June Paik)
전시기간2017.07.04(화) - 2018.02.04(일)
참여작가
백남준, 권용주_강이다_장현준
관람시간10:00am - 06:00pm (1~6월, 9~12월)
10:00am - 07:00pm (7~8월)
* 관람 종료시간 1시간전까지만 입장가능 합니다.
휴관일매주월요일 (공휴일 제외)
매년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
장르영상,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백남준아트센터 Nam June Paik Art Center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 )
기획이채영(학예팀장), 박상애(학예사)
주최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주관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연락처031-201-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