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된 주체로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가치의 재발견,
결핍된 주체 展
[결핍된 주체]전은 현대사회가 나날이 산업화 되어 가고, 디지털화 되어 가며, 자본 위주로 변질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12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참여 작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지배계층에게 스스로가 느끼는 끊임없는 결핍이 혹시 지나친 욕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를 되묻는다. 더불어, 무절제한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져 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감성의 회복과 역동에 기대를 거는 또 다른 형태의 욕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작가들은 결핍된 주체의 세속적 욕망으로 인해 정작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짚어 나간다. 그것은 연인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의 자아를 되찾는 노력이기도 하다. 혹은 욕망을 자극하고 세뇌시키는 미디어와 대중매체를 고발하는 적극적인 행위이기도 하고, 나아가 이상적인 사회의 본질에 대한 냉소나 푸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강영민, 김성진, 김진, 노준, 박정혁, 안두진, 유진영, 이다, 이태경, 임태규, 장승효,정해윤 등 12명의 작가들의 9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결핍된 주체]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바쁜 현실 속에서 어떠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정도는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주변을 둘러보고 메마른 현대사회 속에도 여전히 따뜻함의 존재를 느끼고,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보잘것없는 욕망과 가치들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무절제한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져 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감성의 회복과 역동에 기대를 거는 또 다른 형태의 욕망의 표출을 살펴볼 수 있는 [결핍된 주체]전은 인간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인간의 감성 회복’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 작가별 작품설명
○ 인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다 – 강영민, 김성진, 노준, 이태경, 장승효
강영민, 김성진, 노준, 이태경, 장승효는 공통적으로 인간의 감정 중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단순하고 보편적인 현대사회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인간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강영민작가
한국적 팝의 1.5세대 선두 주자인
강영민은 ‘Love is Terror’라는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여겨지는 주변의 소재들을 가져와서 그것을 작가만의 주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작품의 전면으로 ‘사랑’을 내세우지만,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사전적 정의로서의 ‘사랑’이 아닌, 그것과 관계된 인간의 감정들이다. 사랑이 싹트기 시작할 때의 설레는 감정, 첫 키스의 어색함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순간, 혹은 헤어지고 난 후 참을 수 없는 고통 등 사랑을 하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일련의 감정들을 추적한다. 일기를 적어 내려가듯 그날의 감정에 충실하게 이입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이기에 완성해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도상이나 기호에 불과한 주변의 대상들에게 감정을 불어 넣는 작가의 퍼포먼스에 주목 해야 한다.
김성진작가
인간에게 있어 속살이 밖으로 노출되는 입술만큼 인간의 감정이나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체부위는 없다. 먹고, 말하고, 표현하여 인간의 욕망을 표출해 내는 통로로 사용되는 입술이 작가의 붓을 통해 표정을 머금게 된 후,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하게 욕망을 토로하는 대상이 아닌, 인간의 감성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된다.
김성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멈추어 서서 작가의 시선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살아 가다 작가의 시야에 들어온 케이스이다. 그의 작품은 이런 이유로 사진의 성실한 재현으로 거듭난 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닌 번역된 텍스트이고 일시 정지된 영상물이다.
노준작가
노준은 자신의 캐릭터 작품들을 통해 현대 미술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인간의 감성을 회복하는 시도를 한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이 인간이나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 나아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한다. 화사한 색상의 피부와 앙증맞은 포즈로 표면을 감싸고 있으나, 감출 수 없는 무표정은 고스란히 드러나는 캐릭터들은 결국 지치고 상처받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며 우리들의 모습이다. 작가는 혼자만의 독단적 삶이 아닌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이태경작가
이태경은 자화상을 그린다. 다만,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은 작가의 것이 아닌 주변인물들의 얼굴이다. 작가는 주변에서 본인과 유사한 정서를 가진 인물들을 찾아 내어 모델로 삼으며 나아가 더욱 본인의 심리적 상태와 닮게 표현하려 시도한다. 여기에 전율과 서스펜스라는 극적인 요소를 작품에 삽입시켜 격렬한 미학적 효과를 얻는다. 작가는 거울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여지는’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통해 총체적 자신을 보는 것이다. 이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동일시 여기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을 나타낸다.
장승효작가
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하게 된
장승효의 작업은 그녀와 함께 한 시간과 장소들을 카메라에 담아 인화한 후 특정 부분을 오려내어 다시 입체화 하여 포토 콜라쥬의 결과물로 제시된다.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은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수많은 기억의 편린들이 하나가 되어 커다란 사랑으로 승화되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함께했던 하루하루의 기억들은 도상화, 기호화되어 병치 혼합하여 입체화 된다.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자동차 부품, 차가운 기계장치나 고층 빌딩 등의 조각 이미지들이 연인간의 사랑이라는 역설적 결과물로 완성 되는 그의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사회의 화려한 이미지들로 인해 감추어져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그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찬란한 인간의 사랑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의 이야기 – 김진, 유진영, 임태규
김진, 유진영, 임태규는 사회 속에서, 특정 집단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고립감으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진작가
김진은 유학시절 느꼈던 외로움과 두려움, 나아가 상실해 가는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강렬하고 독특한 붓질을 통해 이야기한다. 창문 너머로 바라본 부유층의 거실이나 서재에 놓여있는 진귀하고 화려한 물건들이 대부분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소국으로부터 약탈해 온 물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본인이 처한 유학생활도 마치 그 사회 속에서는 하나의 장식품이나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일루젼을 경험하며 자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다.
유진영작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기 위해 위장을 하며 가식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장된 몸짓과 경직된 무표정을 만들어 내야 하고, 본의 아니게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유진영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휘둘리며 살아가는 순간마다 자신의 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작업을 통해 표현한다. 이것은 결국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느끼는 상실해 가는 정체성에 대한 토로이다.
임태규작가
임태규는 어느 사회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깊숙하게 개입하지 못한 채 갈등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주변인’이라고 호칭하며 오랫동안 관찰해 왔다. 해외 진출과 함께 작품의 성향이 다소 바뀌었는데, 작가는 더 이상 주변부에서 맴돌기만 하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더 큰 이상향의 날개를 펼치기를 우리에게 종용한다. 그가 말하는 주체의 이상향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주어진 삶 속에서 뜨겁게 사랑하고, 마음껏 즐기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며, 가장 정체성을 느끼는 삶이라는 것이다. 원색과 강렬하고 빠른 선들로 일러스트 냄새가 강하게 나는 그의 작업들은 개인적인 일상의 소재들을 사용하여 현대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 미디어와 대중매체에 휩쓸리는 현대인에 대한 쓴소리 –박정혁, 이다
박정혁과 이다는 검증되지 않은 진실과 객관성이 결여된 미디어와 대중 매체에 휩쓸려 힘없이 주저앉은 안타까운 현대인들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것들의 프로파간다(선전)에서 빠져 나올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박정혁작가
광범위한 미디어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에서
박정혁이 대응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디어의 속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뿐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오브제들은 현대 사회와 미디어가 철저하게 일반 대중들을 쾌락과 욕망 속에 가두어 놓기 위해 생산한 이미지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생산물들을 가져와 교묘하게 조합시켜 르네상스 시기의 우아한 인물 군상화처럼 재구성한다.
이다작가
이다는 대중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된 시각 이미지가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욕망하는 기계처럼 재현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표정이 제거되고 단순화된 윤곽선은 본래의 대상이 가지고 있던 선정성과 폭력성은 상실된 채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대입시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반대로 대입시켜 보면, 결국 사회는 대중 매체나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주입시켜야만 하는 이념이나 이미지들을 우리에게 각인 시키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더 이상 가림막 뒤편에 놓여있는 진실에 대해 어렴풋이 인지하지 않고, 겉포장을 벗기고 대상의 본질을 바라보기를 희망한다.
○ 현대사회에 대한 신개념의 정의 – 안두진, 정해윤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주관에 따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겠으나, 안두진과 정해윤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한걸음 더 깊게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안두진작가
작가 스스로가 창조해 낸 ‘이마쿼크’라고 하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안두진의 모든 작품은 ‘낯섦’에서 기인한다. 성당의 천장벽화, 사원의 제단화, 고대문명의 지하 석실 등 우리에겐 다소 낯선 풍경들을 ‘이마쿼크’로 뒤덮어 제시한다. 작가에게 있어 낯섦이란 일종의 성스러움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그 감정은 웅장하거나 고요하거나 혹은 겸허함을 느끼게 한다. 반면, 설득력이 떨어지고, 우스꽝스러우며,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강렬하고 성스러운, 동시에 낯선 풍경과 과장되고 키치화 된 빛 등은 일반화 되어버린 종교와 허상뿐인 현대사회를 냉소적으로 비웃어 주고 있다.
정해윤작가
전통 한국화 채색기법과 에어브러쉬를 혼합 사용해 독특하고 이국적인 정경을 만들어내는
정해윤은 서랍이라는 구성원 개인의 기억, 욕망, 진실 등이 담긴 그릇들이 불규칙하게 모여 조화로운 전체 사회를 만드는 풍경을 연출한다. 때로는 돌출되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혹은 속으로 감추어져 은폐되기도 하는 구성원들간의 불일치가 짐짓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전체의 모양과 색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누군가가 남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무리를 한다면, 서랍은 덜그럭거리게 되고, 그곳에 걸터 앉아 있던 목각관절인형은 결국 바닥에 떨어져 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개인의 과도한 욕망이 집단 전체를 삐걱거리게 하는 현대사회와 닮아있다.
전시제목결핍된 주체
전시기간2010.04.09(금) - 2010.04.29(목)
참여작가
강영민, 김성진, 김진, 노준, 박정혁, 안두진, 유진영, 이다, 이태경, 임태규, 장승효, 정해윤
초대일시2010-04-09 5a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인터알리아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연락처02-347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