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이 그의 삶에서 파생된다고 볼 때, 도시와 건축은 내 작업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임이 분명하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태어나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아 온 나에게 도시는 도시민의 생과 삶이 누적되어 있는 흔적이며, 그것을 담고 있는 복합체라고 생각하여 왔다.
그리고, 건축학을 전공하고, 10년간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며, 오랜 시간 동안 우리네 삶과 생활을 어떻게 도시와 건축에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담아낸 흔적들을 탐색하여 왔다.
따라서, 나의 관심은 시간이 켜켜이 쌓아놓은 도시의 외부적/내부적 모습에서 보이는 시간을 버텨낸 생명과 삶의 흔적들이었다. 때문에 여러 세기를 거쳐 사람들의 터전이었으며, 민속촌이나 박제화된 상태가 아닌 현재도 여전히 도시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고도시를 여행하고, 현재의 삶의 모습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한 2017 상반기 신진작가공모에 당선된 가나아트스페이스 기획전시다. 그리고 나의 첫 개인전이자, 미술계에 처음으로 인사 올리는 첫 관문이자, 인생의 2라운드에 진입하는 신고식이다. 이렇게 의미 깊은 이번 전시에서 도시 및 건축적 경험을 바탕으로, 세기를 넘어 지속되고 축적되어 도시와 건축에 새겨진 생(삶)의 흔적들을 찾아 생의 외연적 풍경과 내연적 풍경을 풀어내 보았다. 결국 현대인을 둘러싼 인공적 환경 속에서 생의 자국을 찾아 떠난 여정이며, 그 흔적을 시각화한 본 결과물이다. 따라서, ‘넬라 로로 비타(Nella loro vita)_생의 흔적들’의 주제 하에 생의 외연, 생의 내연 시리즈를 제시하여 보았다.
여기서 대주제인 ‘넬라 로로 비타(Nella loro vita)’는 라틴어로 생의 흔적이란 뜻이며, 라틴어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광범위하게 현재까지 사용된 언어다. 그리고 주재료인 유화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광범위하게 현재까지 사용된 용제이다. 이에 따라, 라틴어와 유화 모두 대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도구임으로 선택하였다. 그리고 주제를 위해 선택한 소재는 오래되었고 케케묵었으나 박제화 되었거나 소실되지 않는 살아있는 도시와 건축이다.
표현 방법은 공통적으로는 투시도법의 왜곡을 통한 다초점적 풍경을 만들고, 유화의 물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두터운 마티에르를 활용하여 시간과 삶의 흔적을 만든다. 그리고 외연 시리즈는 건축물이나 도시의 파사드를 통해 생의 흔적을 표현하는데, 이는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며, 시간적 풍경이다. 내연 시리즈는 반대로 건축물의 파사드를 이루는 벽제를 삭제하고 골조와 내부를 드러내는 해체 과정을 통해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생의 풍경을 들추어내었다.
이상과 같이 생의 외연(the denotative sense of life), 생의 내연(the connotative sense of life) 시리즈를 통해 도시와 건축 속에 숨겨져 있고, 감춰진 삶의 모습을 들추어내어, 과밀과 삭막함 등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건축이 동서고금과 현대사회까지 이어져온 존재이유와 본질적 가치를 증명하고자함이 작업의 이유이다.
전시제목최윤영: 넬라 롤로 비타(Nella loro vita)_생의 흔적들
전시기간2017.01.18(수) - 2017.01.23(월)
참여작가
최윤영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가나아트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 가나아트스페이스)
연락처02-734-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