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참여한 바 있다.
5. 이우환 (b.1936)
작가이자 철학가인 이우환은 1960년대 후반 자신이 출간한 저서들에 기반하여 모노하 운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우환은 한국과 일본의 미술계를 잇는 가교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이 두 곳에서 단색화를 전세계 미술인들에게 소개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였다.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연작은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으며 단색화운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에서 이우환은 점을 찍는 행위와 매체 자체를 연결하는 주제를 연구하였다. 이는 이우환이 어렸을 때부터 습득해온 전통 서예와도 연결되는데, 하나의 선을 지속적으로 그리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에 관한 것이었다. 작가의 행위와 회화 매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우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지(無地)의 캔버스에 하나의(또는 몇 개인가의) 점을 찍는다. 그것이 시작이다. 그리는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을 관계 짓게 하는 짓이다. 터치와 논-터치의 겨룸과 상호침투의 간섭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여백현상이야말로 회화를 열린 것이 되게 해준다.”*
이우환은 1973년부터 2007년까지 타마 미술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하였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요코하마 미술관, 베니스 팔라조 그라시,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2011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 <이우환: 무한의 제시>를 개최하였고, 2014년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규모 조각 전시를 가졌다.
6. 정상화 (b.1932)
정상화는 같은 행위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과정을 통해 고요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한다. 그의 작품은 작가가 화면과의 상호간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 취하는 반복행위를 통해 얻어진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상화의 작품들은 매체의 물성과 철저한 규칙에 따라 동일한 과정을 되풀이하는 반복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는 고령토를 캔버스에 발라 초벌을 완성하고, 초벌이 다 마르면 캔버스를 규칙적인 간격으로 접어서 균열을 발생시키고 갈라진 경계를 따라 고령토를 떼어내 움푹한 자리를 만들고, 그 빈 공간을 다시 아크릴 물감으로 메운다. 의도적으로 떼어내고 메우는 섬세한 작업을 반복하고 나면 캔버스의 균열을 따라 본질을 꿰뚫는 독특한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작가는 캔버스에 난 균열을 특유의 멋과 깊이로 치환하는 동시에 작품 속에 치유의 공간을 구현한다.
정상화의 독특한 제작방식은 직물의 직조법에 비교될 수 있다. 캔버스를 접을 때 발생하는 균열에서 탄생하는 격자무늬는 페인트의 겹이 쌓여갈수록 깊은 숨결을 내뿜어낸다. 무한히 확산해가는 유기적 구조는 언뜻 다른 듯한 두 가지 제작방식을 통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상화는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들이는 무한한 시간들이 확장하는 현대미술에서 행위 자체가 작품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 강조한다. 즉, 그의 단색화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며, 현대사회의 시각적 사고와 질서를 환기시킨다. 정상화는 작품 속에서 서구 회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명상의 근본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아가 회화가 가지는 엄격한 규칙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동서양의 회화를 연결하는 교두보인 동시에 작가가 일궈낸 장인정신의 결정체이다.
정상화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일본에도 널리 알려져있다. 최근 전시로는 2011년 대구미술관 개관전<기가 차다>, 2009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현대미술의 단면>, 2008년 폴란드 포즈난의 미디에이션 비엔날레, 1998년 부산 시립미술관 <한국단색회화의 이념과 정신> 등이 있다. 작가는 2011년 프랑스 생테티엔 메트로폴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7. 정창섭 (1927-2011)
정창섭은 한국의 전통 닥을 물에 불린 후 주무르고 반죽하는 과정을 거치며 제작하는 ‘그리지 않은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상의 변화와 작가의 끈질긴 인내의 결과물인 그의 작품은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대신 캔버스에 종이를 풀로 고정시키기 전, 종이가 물에 불려진 시간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변화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색감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한다. 정창섭의 작품에는 인위적인 것과 자연의 진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인간의 본래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도교윤리가 십분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닥종이는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한지로, 자연의 소박함과 자연주의적 순리의 조형미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로 여겨졌다.
정창섭의 창작활동은 ‘닥’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물에 젖어 걸쭉해진 종이가 완전히 그 힘을 상실했을 때 작가는 비로소 물상 자체의 특성을 확보하게 된다. 정창섭은 이러한 자연과의 합일 정신을 근본으로 하는 단색화를 통해 물아일체(物我一體)에 대한 작가의 궁극적인 믿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창섭의 작업은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전시 <한국추상 10인의 지평>과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시드니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텔미텔미: 한국-호주 현대미술 1976-2001>, 2008년서울시립미술관 <한국추상회화: 1958-2008> 전시 등 유수의 국공립 미술관에서 선보였다. 작가는 2010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8. 하종현 (b.1935)
하종현은 두꺼운 물감을 촘촘히 짜인 마대 뒷면에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루치오 폰타나가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자국을 낸 커팅작품이나 프랭크 스텔라의 화면 윤곽을 강조했던 기법과 사뭇 비슷하다. 하종현은 당대 미술사에서 지배적이었던 주제들을 명민하게 수용하였던 것이다. 그가 집대성한 간결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접합> 연작은 밀가루, 신문, 종이, 철조망 등과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포대자루 같은 비전통적 매체를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일상적이면서도 전쟁폐기물과 같이 정치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소재들을 사용하면서 한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하종현은, 이를 통해 기존의 미술과 맞서는 동시에 작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들을 대변하는 창구로 이용하였다. 나아가 하종현은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동양과 서양 미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하였다. 물감을 캔버스의 뒷면에서 밀어 넣는 그만의 기법은 외형적 아름다움을 확보하면서 세밀하고 균형감 있는 효과를 창출하여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하종현의 배압법(背壓法)은 군사정부 시절, 급격한 산업화를 이루면서 감춰야만 했던 내면의 울분을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그의 단색화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미에서 강조되었던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깔과 요소들을 새롭게 변용하면서, 기존 회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였다.
하종현은 1959년 홍익대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홍익대학교 예술대학의 학과장을 지냈으며, 2001년부터 2006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였다. 작가는 2004년 경남시립미술관, 2003년 밀라노의 무디마 파운데이션 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었고, 2012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전시제목단색화의 예술
전시기간2014.08.28(목) - 2014.10.19(일)
참여작가
김기린,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초대일시2014년 09월 01일 목요일 11:00a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59-1 국제갤러리 1관)
연락처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