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 갤러리에서 준비한 이번 김보민의 개인전 <표류기/ Diary of Drifting>은 서울의 여러 지역을 물길을 따라 표류하듯 유람하며, 그려진 '산수화'로 구성된 전시이다. 모시위에 펼쳐진 섬세한 화면 위에는 원경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지도형식의 이미지들과 근경의 수묵화가 어우러져있다. 전체적인 이미지로 작가가 설정한 것은 물길이다. 북촌의 물길이 만든 골목길과 한강, 여의도의 샛강, 양화천이 흐르는 폭포, 다시 흐르는 청계천 등. 작가는 이 공간을 뗏목처럼 꿈꾸는 공간, 자유의 공간으로 부유해가는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김보민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를 가진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라인테이프에 의해 만들어진 검은 선(線)들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보민에게 선은 가장 기본적인 조형언어이다. 그런데 그는 붓으로 선을 긋는 것을 포기하고 현대적 재료인 라인 테이프를 화면에 붙여 건물의 외관을 구성했다. 또한 캔버스의 모양을 갖춘 지지체는 마와 면이 아닌 모시로 되어 있다. 재질이 매끈한 모시 위에 테이프를 점착시킨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모시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다소 고색창연하게 배경을 처리함으로써 그림이 왠지 오래된 것 같은 뉘앙스를 전달한다. 김보민의 작업은 한마디로 전통적인 조형언어를 현대적으로 번역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인 테이프, 드로잉적 구성, 흑백, 인공구조물, 현대는 하나의 계열로 연결되며, 붓, 섬세한 묘사, 컬러, 자연물, 전통은 또 다른 계열로 짝지어져 상대 계열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속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떠나는 것과 남아 있는 것, 파괴와 희생, 개발과 보전의 가치가 대비를 이룬다.
카이스 갤러리는 김보민의 <표류기/ Diary of Drifting>전을 통해, 관람자와 함께 전통 매체의 가능성에 대한 젊은 작가의 실험적인 정신과 ,새로운 산수화의 경향을 살펴보며 공감하기를 기대한다.
■ 카이스갤러리
전시제목표류기_Diary of Drifting
전시기간2010.03.11(목) - 2010.04.02(금)
참여작가
김보민
초대일시2010-03-11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일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카이스 갤러리 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
연락처02-511-0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