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매체로 시각 이미지를 창조하는 환경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해 왔다.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사진은 실제를 더 완벽하게 재현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기술적 진보는 사진 예술의 변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오고 있다.
구한말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사진(寫眞)이라는 어원은 '진짜를 복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구에서 발명된 사진(Photography)은 사실 우리가 쓰는 사진(寫眞)이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 어원을 가진다. 포토그라피'photography'는 헬라어의 빛이라는 뜻인 'phos'와 '그리다'는 뜻의 'graphos'가 합성된 '빛으로 그리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때 사진가는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받아들여지며, 사진기는 빛을 그리는 수단인 검은 상자이고, 사진은 빛이라는 근본 질료가 화학적, 광학적, 물리적인 과정을 통해 남는 물질의 흔적이 되는 것이다.
"Tracing Light_빛으로 간 사진"은 현시대의 사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활동하는 4명의 참여 작가는 8x10 대형카메라로 인간의 삶에 닿은 빛을 촬영하고 태양빛 아래서 종이 위에 프린트하는 린다 코너(Linda Connor), 핀홀카메라와 인화지로 밖의 풍경을 촬영함과 동시에 카메라 안에서 포토그램 작업을 하는 클리아 맥키나(Klea McKenna), 유리판의 사진 유제가 마르기 전에 이미지를 새기는 오래된 사진의 방식인 콜로디온 습판법(Collodion Wet-Plate)으로 빛이 닿은 대지를 담는 벤 닉슨(Ben Nixon), 태양이 있는 풍경 앞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열고 빛의 긴 괘적으로 인화지를 태우는 크리스 맥카우(Chris McCaw)이다. 이 사진가들에게 '빛'은 사진의 소재이자 주제이며, 모든 과정의 이유이자 결과이다. 이들은 빛과 물질을 다루는 연금술사이자, 시간을 거슬러 사진의 본질을 찾고 있는 빛의 순례자들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이 사진가의 영혼을 잠식해가는 현대 사진의 혼돈 속에서, 오히려 옛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창조한다. 제작 과정의 노동과 오랜 기다림은 오히려 그들 사진을 정직하고 단단하게 하는 기회일 것이다. 빛이 물질로 바뀔 때 생기는 우연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진의 마법으로 적극 수용하는 그들의 사진은 눈속임 없이 신비하고 아름답다. 이 전시는 빠르게 변하는 사진의 환경과 과도하게 넘쳐나는 이미지들에 노출된 우리에게 빛의 본질과 시간이 흘러도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간과하여 지나쳤던, 빛으로의 초심으로 돌아가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전시제목Tracing Light - 빛으로 간 사진
전시기간2013.06.07(금) - 2013.07.31(수)
참여작가
클리아 맥키나, 벤 닉슨, 크리스 맥카우, 린다 코너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일요일
장르사진
관람료성인: 3,000원
청소년 및 단체: 2,000원
어린이 및 60세 이상 어른: 무료
장소이유진갤러리 EUGEAN GALLERY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17 )
연락처02-542-4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