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며 살아간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꿈을 위해 끊임없이 탐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2013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첫 기획 전시로 마련된 『탐하다 - Seek & Desire』展은 탐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10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탐하다 - Seek & Desire』展의 ‘탐하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의 뜻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는 그중에서 ‘찾다(探, Seek)’와 ‘탐내다(貪, Desire)’라는 의미에 주목했다. 때로는 칠흑 같은 동굴 속에서 실존의 원형을 더듬어 찾아가는 수도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현실의 부조리를 직시하여 새로운 이상향을 추구하는 모습을 미술 작품을 매개로 선보이고자 하였다. 이 전시회에 참여하는 10명의 작가는 개성 있는 표현 방법과 작품 소재로 저마다의 강렬한 빛깔을 마음껏 뽐내면서도 ‘탐하다’라는 주제 의식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1층 로비와 제1전시실의 작품들은 ‘찾을 탐(探, Seek)’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곳은 인간의 존재, 인간관계,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자연과 현상 너머에 실재하는 원형적 의미를 찾아가는 공간이 된다. 여기에 전시된 세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의 치열한 탐구 태도와 진지한 성찰의 흔적들이다.
‘원(圓)’의 작가 이재효의 작품은 모두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다. 완성된 형상 속에서 자연의 재료가 주는 느낌과 둥근 원의 형상은 자연, 그 자체로 완전한 자연, 그리고 그 자연 자체의 원리와 질서를 표현한다. 원형(圓形)의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자연의 원형(原型)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의 작가 배병우에게 있어 존재하는 것은 모두 물활론(物活論, Hylozoism)적 대상으로 그 각각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는 존재하는 사물 속에서 항상 살아 있는 자연의 호흡과 영적인 에너지를 찾아내고, 그 생명성을 역동적으로 표출하여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고 있는 듯한 소나무 사진에서 실재보다 더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소리를 조각하는 김기철의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형상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 마치 그 소리를 직접 바라보고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단순한 ‘소리의 시각화’라는 표면적인 형상이 아니라 소리를 통한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더욱더 감동한다.
제2전시실에는 ‘찾을 탐(探, Seek)’과 ‘탐낼 탐(貪, Desire)’ 사이를 이어주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두 작가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소재와 표현 방법으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에너지와 기운을 보여준다.
나무를 활용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해온 천대광의 작품은 어떤 질서와 규칙이 있고 정렬되어 건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공간을 지배하는 자연적 기운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공간이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그 속을 누비는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함께 아늑한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응축된 에너지의 표출을 보여주는 김덕영의 작품은 생생한 실재감과 긴장감이 압권이다. 호흡조차 멈추게 하는 폭발 일보 직전의 매우 급한 상황의 표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거센 기운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질서의 파괴에서 오는 두려움을 느끼게도 하지만, 억압된 현실과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근원적 욕망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특별전시실과 제3전시실은 ‘탐낼 탐(貪, Desire)’에 대한 이야기다. ‘탐(貪)’은 부조리한 현실의 직시와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바탕이 된다. 따라서 여기에 전시된 다섯 작가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기법과 표현으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거짓 없이 드러내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밝고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김해진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는 현대 물질문명을 상징하는 시멘트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뒷골목 구석구석을 재해석해내고 있다. 하지만, 붕괴하고 허물어지는 ‘버려진 풍경’은 단순한 소멸과 우울한 현실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작가는 잠시 후 사라질 이 작품을 통해 진실로 붕괴하고 소멸하여야 할 대상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제3전시실 첫 번째 작가인 정승의 작품은 틀에 박힌 관념과 행동 양식에 대한 파괴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현대의 산업구조 속에서 기계로 똑같이 찍어낸 대량 생산품의 반복 제시를 통해 저마다의 개성과 다양성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명의 본질은 욕망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던 간디(M.Gandhi)의 말처럼 인간문명이 만들어낸 기계적인 산업사회의 잘못된 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를 소재로 한 윤석남의 작품은 생명과 생명에 대한 일회용적인 사랑, 사라져가는 인간성으로 표현되는 현대 사회에 대한 환멸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유기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의 잔혹함을 표현하며, 개는 사람들의 삶에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며,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자연 일부로서 모든 생명과 상생해야 하는 존재임을 돌아보게 한다.
도자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 이수경은 불완전한 존재들의 조합을 통하여 새로운 완성을 꿈꾼다. 완벽함을 탐하는 도공에 의해 깨어진 도자기들은 태어난 자체가 불완전한 삶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 미완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이어 붙여 금을 칠해 재탄생시킨다. 저마다의 상처를 쓰다듬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새로운 존재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관계와 소통의 회복을 꿈꾸는 작가의 소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지에 먹으로 도시를 그리고 빛바랜 고서 일부를 콜라주로 표현한 권인경의 작품은 익숙한 도시의 모습을 낯설게 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인 이 도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고서(古書)라는 소재의 사용과 시선의 이동을 통해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게 하여 평범한 일상을 다시 한 번 비틀어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이번 『탐하다 - Seek & Desire』展에서 ‘찾을 탐(探, Seek)’을 주제로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한 방법과 진지한 고민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조화로운 자연의 원형을 탐색하고 있다. ‘찾을 탐(探, Seek)’과 ‘탐낼 탐(貪, Desire)’ 사이에 놓인 작가들은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안목과 소재들로 현상 이면의 에너지와 기운을 재연해내고 있다. ‘탐낼 탐(貪, Desire)’은 새로운 이상향에 대한 추구인 동시에 발전 지향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들은 무엇보다 현실을 직시하는데 비중을 많이 두고 있어, 그 속에서 새로운 미래지향적 깨달음을 유도한다.
결국, 10명의 작가는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내는 공간과 저마다의 개성으로 빚어내는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여 끊임없는 “탐 - Seek & Desire”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성찰,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기획 전시는 작품들을 통해 ‘탐하다 - Seek & Desire’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우리가 지향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제목탐하다 - Seek & Desire
전시기간2013.01.24(목) - 2013.04.24(수)
참여작가
이재효, 김기철, 배병우, 김덕영, 김해진, 윤석남, 정승, 이수경, 권인경
초대일시2013-01-24 15pm
관람시간10:00am~19: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일반 1,000원(단체20인 이상 700원)
청소년, 군인-700원(단체20인 이상 500원)
어린이-500원(단체20인 이상 300원)
장소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
연락처055-211-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