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길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나무들을 유심히 본적이 있는가. 그 나무들을 마주하며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나무는 토양에 뿌리를 내려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자라난다. 나는 나무를 다시 '흙'이라는 매개를 통해 재탄생 시켜보았다. 자연 속에서 흙과 나무는 자라나고 나는 인간이라는 사회적 집단 안에서 존재한다. 나는 ‘나 자신’을 흙과 나무에 투영시켜, 흙으로 빚어진 나무를 통해 나의 현실적 이성과 심리적 감성을 드러내고자한다.
작은 바람에도 흩날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를 보며, 그 거칠고 단단한 껍질이 갈라지고 벗겨져 새롭게 순수한 가지가 돋아나는 모습이 마치 지금 이 시간 속 26살 나의 삶과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과거의 고통과 예술적 억압은 상쇄된다. 나는 이렇게 점점 치유되고 있다.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 현대사회는 모든 것을 변형시킨다. 강이 없던 곳에 강이 흐르고, 바다는 땅이 된다. 인간의 이기심은 자연마저 쉽게 바꿀 수 있는 존재로 대상화시킨다.
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보관의 편리를 위해 나의 작품처럼 정육면체의 나무로 변형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가지가 자라나는 본능을 가진 나무는 정육면체의 변형된 모습 속에서도 스스로 나뭇가지를 등장 시킬 것이다.
나에게 나무는 본능 또는 본질을 나타낸다. 나는 12살 때 미술을 시작했다. 미술과 함께한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길어지면서, 때때로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과 그로인한 억압으로 인해 스스로를 고통 속에 밀어 넣고는 했다. 이 길이 옳은 길인지,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맞는 것인지, 아니 갈 수는 있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묵묵히 작업해왔다. 수천 번의 자문에도 나는 아직 그 정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은 나의 본능이자 본성이며, 나의 예술성을 외면하고 감추어도 결국 예술 안으로 회귀하게 될 것을 안다. 억압 받을수록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가지 수를 늘리며 성장하는 나무처럼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바꾸고 감추고 꾸며봤자 우리의 자연, 모든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모습도 가짜로, 거짓으로 우리 스스로를 꾸며봤자 본성은 결국엔 등장하기 마련이다.
전시제목한승희 도자개인展 - grow back, 소생[蘇生], 다시자라다
전시기간2012.09.04(화) - 2012.09.21(금)
참여작가
한승희
관람시간10:00am~17:00pm MON - FRI 10:00 - 17:00
SAT 11:00 - 16:00
휴관일일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Moonshin Museum (서울 용산구 청파동2가 숙명여자대학교 140-742)
연락처02-710-9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