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운 CHOI SUKUN

2012.06.01 ▶ 2012.06.18

빛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빛갤러리

Map

초대일시ㅣ 2012-06-01 18pm

  • 최석운

    동백꽃 Acrylic on canvas, 145.5x97cm, 2012

  • 최석운

    선서 Acrylic on canvas, 91x91cm, 2011

  • 최석운

    김씨의 일요일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12

  • 최석운

    I love you Acrylic on canvas, 100x100cm, 2012

  • 최석운

    개 Acrylic on canvas, 173x207cm, 2011

  • 최석운

    머리 빗는 여자 Acrylic on canvas, 100x80cm, 2012

Press Release

주칠 소반 위에 차려진 트로트 메들리 한 상

최석운은 그림밖에 모르는 천생 화가다. 도시락을 싸들고 화실로 들어가 온 종일 일하듯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1990년의 전시 이후로 이십 년이 넘도록 나름의 고집과 뚝심으로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성실히 일구어온 전업 화가이자 중견화가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금은 야릇하다 할 특이한 개성을 지닌 괴짜 화가이기도 하다. 이는 그에게서 여타 다른 화가에게서는 잘 느껴볼 수 없는 소위 ‘뽕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뽕필’은 시쳇말로 트로트 분위기 즉 트로트 가수가 제격인 분위기를 준다는 뜻인데(오픈사전) 음주 가무를 즐길 것 같은 푸짐하고 푸근한 풍모와 상투적 일화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은 물론 그런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그림에서 통속적 정서와 미감이 유별날 정도로 진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그는 가공의 허황한 이야기보다는 실제의 생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중에서도 일상의 편린을 여러 각도와 방식으로 드러내길 즐긴다. 치장하려 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지고 볶는 진짜 삶의 모습을 감칠맛 나게 그려내는 것이다. ‘뽕필’ 이야기를 한 김에 이러한 그의 회화세계를 음악의 장르로 빗대어 보자면 두말할 것 없이 트로트 장르라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사랑 타령’으로 불리며 삶의 속살을 어루만지기는 쉽고 편한 노래 그러나 약간은 유치하게 느껴지는 노래, 바로 그 음악 장르 말이다. 그의 그림은 그런 트로트처럼 쉽고 편하다. 감상을 방해하는 어떤 허세와 허위의 가림막도 없다. 그저 생활 속의 오욕칠정, 희로애락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뽕필’ 충만한 통속적인 풍속화이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따로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뽕필’이라는 것이 그냥 ‘뽕필’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로트처럼 통속적인 내용을 다루되 그 내용 속에 해학과 풍자 나아가 그 이상의 비판과 저항 정신을 담아냄으로써 의뭉스럽게 골계미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회화정신 속에는 시대정신으로서의 ‘록 정신’ 또한 깔린 것이다. 그러니 그의 회화세계를 그냥 트로트라 하기보다는 ‘록 정신’을 품은 트로트라 해야 옳겠다. 말하자면 ‘뽕필’이 아니라 ‘락뽕필’쯤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듯 특유의 아우라가 넘치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한 의도와 의지를 갖추고 일부러 이런 식의 화법을 고수해온 것은 아니다. 그냥 생긴 대로, 본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렇게 그답게 그려왔을 뿐이다.

최석운은 일상을 다면적으로 포착해내고 우화적으로 풀어낸다. 일상의 표정들을 제멋대로 비틀고 흔든다. 밋밋한 일상의 장면들을 인상적인 장면들로 재구성해 낸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장면들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그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유난한 소재를 다루지 않음에도 표정, 자세, 색감 속에 언제나 모종의 활기와 긴장이 감돈다. 매일매일의 삶이 축제 같을 순 없지만, 보통사람들의 삶 속에도 특기할만한 순간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부분들을 예리하게 들추어낸다. 그리고 그의 이렇게 재구성된 인상적인 그림들에는 대개 흥분과 우울이 공존한다. 공감과 감동은 바로 그 지점들의 교차지에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무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미소 짓게 되거나 아니면 성찰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보통 풍속화의 계보 속에서 파악되고 규정된다. 이는 역사적인 풍속화의 전통 위에서 현대적인 미감을 통해 동시대의 풍속을 간결하게 보여주어 왔기 때문이며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생로병사의 인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희락과 신산이 또렷하게 살아있는 풍속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겐 그의 그림이 풍속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이라 했다(노자, 도덕경). 풍속화로 규정지어짐으로써 그의 회화세계가 더 넓은 해석의 확장성을 잃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의 온갖 현란한 아이디어들과 기교들 속에서 ‘풍속을 그리지만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린다.’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회화정신, 그것이 그의 그림이 가진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이런 특별한 작가의 근작을 감상할 좋은 기회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작업방식을 선호하지 않아 전작들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일 수 있겠으나 의미 있는 변화와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크게는 일상의 장면들을 그린다는 하나의 범주로 묶여있지만 작게는 여러 개의 상황으로 분리되어 조금씩 다른 화면과 화풍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트로트로 비유하자면 색다른 트로트 메들리 같은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Jogging, 머리 빗는 여자, 동백꽃 등 평범해 보이는 장면에서부터 노래하며 춤추며, 선서, Dancing queen 등 세태를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I love you, Love, 싸우는 두 사람, 중성, 나는 왕이다 등의 문제적 장면(?) 게다가 개, 돼지 등이 나오는 의인화된 동물화까지 자못 주목할 만한 그림들이 근 30여 점 선보이게 된다.

단출한 소반 위에 맛깔스런 반찬들이 올려 지듯 캔버스 위에 그림 한 상이 소담스럽게 차려지는 것이다. 밥상 위에서는 비딱한 시선들, 재밌는 소재들, 미려한 색감들로 해석된 일상의 장면들이 군침 도는 반찬들처럼 미각을 한껏 유혹한다. 소소한 생활의 속살들이 작가의 손맛과 함께 감칠맛 나게 버무려진 체 한 상 가득 올려져 있는 것이다. 화장기 없는 민낯 같은 장면들이 화사한 화면 위에서 투박한 붓질의 도움을 받아 춤을 춘다. 살랑살랑, 흔들흔들 감상자의 마음속에 거부할 수 없이 다가와 조용한 파문을 일으킨다. 소박하지만 붉게 칠을 올린 소반처럼 보잘것없다 싶은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는 그림,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스레 차려진 밥과 반찬처럼 일상에서 일탈하거나 초월하지 않으면서도 주목할 만한 장면들을 멋스럽게 그려낸 그림, 이제 그런 최석운의 그림을 맛있게 즐겨 볼 일이다.

빛갤러리 기획실장 주용범

전시제목최석운 CHOI SUKUN

전시기간2012.06.01(금) - 2012.06.18(월)

참여작가 최석운

초대일시2012-06-01 18pm

관람시간10:00am~18:30pm

휴관일일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빛갤러리 VIT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빛갤러리)

연락처02-720-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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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운(Choi Suk-Un)

196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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