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는 오는2012년 3월 28일(수)부터 4월 29일(일)까지 33일간 유현경(28)의 다섯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유현경의 학고재에서 첫 개인전이자 학고재 최연소 작가의 전시회다.
유현경은 자신의 상상과 기억에 근거하여 사람과 공간, 남성과 여성을 주제로 사건과 상황을 연출하는 작업과 여성 화가와 남성 모델을 주제로 그를 기록하는 작업등을 해왔다. 유현경에게 이상적인 회화는‘머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빨리 손으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망설였고, 이를 결국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작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독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현경은 플뤼쇼브라는 독일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녀는 그 지역의 풍경과 자연적 요소들을 탐구함과 동시에 문학에 대한 접근을 병행하여 플뤼쇼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그 곳 사람들의 내면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깊이 투영시키고자 노력했다.
이번 전시는 작품 100여점을 학고재 전관에 배치하여 작가 유현경의 초상화 작업을 선보인다. 초상화 작업이지만 본 전시는‘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인물이 속해 있는 환경과 그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회화에 대한 입장 : 거짓말을 하고 있어
회화는 다른 예술장르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반영 할 수 있는 장르다. 캔버스 위 붓질과 물감의 발림은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유현경에게 회화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이해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 유현경은 구상적인 재현보다 어떠한 소재를 자신의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차용한다.
유현경에게 이상적인 회화란 '머리가 작업사실을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항상 캔버스 위에 그려질 결과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이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 한다.
전시 주제인 ‘거짓말을 하고 있어’는 작가가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이자 목소리다. 이 말을 통해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거짓말을 하기 싫어’인 셈인데, 이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강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그는 진실에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것에 가까워지지는 않으며, 또한 그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모델을 관찰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다
유현경의 회화는 그와 모델과의 관계, 그리고 모델이 갖고 있는 내적 정서를 탐구하고 있다. 그에게 인물화란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여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아니다. '화가와 모델'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주제를 뒤집는 것은 작가에게 항상 흥미로운 일이었다.
기존의 작업 ‘100인의 초상화’에서 작가는 100명의 모델을 한명 당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의 짧은 시간에 빠르게 그려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인물을 구상적으로 그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되는 초상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인물을 구상적으로 그리는 것을 떠나 인물이 갖고 있는 내적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초상화는 작가가 지난 5개월간 레지던시를 하면서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에 대해 알아가며 기록한 작업들이다. 기존에 작업했던 인물화와는 다르게 인물들의 윤곽과 형태가 많이 생략되어 있다. 이는 그가 모델을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그곳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상태와 태도를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유현경은 그곳에서 만난 여덟명의 사람들을 주로 모델로 그렸는데, 이들은 작가가 그 날 그 날 다르게 느꼈던 그들의 인상과 분위기, 혹은 감정에 따라 다르게 그려졌다. 때로는 작가의 감정 상태에 따라 혹은 작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에 따라 초상화는 누구의 형태인지 알아 볼 수 없게 바뀌어 버리기도 했다. 사실 이 인물들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판단을 바탕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작가 스스로를 투영시켜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즉, 다양한 형태의 초상화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그리다
유현경은 인물이 필요하고 그 모델을 그리는 초상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인물의 외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그리고자 한다.
‘들판에 서서’와 같은 작업은 들판을 그리고자 한 것도 인물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길, 자신은 그 곳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의연함을 그리고자 했다고 한다. 작가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추상적 개념들을 캔버스에 재현하고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작품 제목들은‘가난한 사람’, ‘차분한 사람’등으로 그 모델들의 구체적 정보가 드러나 있지 않으며, 인물의 추상적인 상태만 반영하고 있다. 그 사람이 가고 있는 태도뿐만 아니라 작가는 평소에 자신이 동경했던 태도를 인물에게서 읽어냈을 때, 초상화에 반영하였다. 의연함과 차분함 등의 감정은 작가가 평소에 동경하던 심리적 이상이고 이로 인해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게 된다. 초상화의 배경 역시 그려진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 생략되어있다. 동시에 이는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아우라를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전시제목유현경 -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전시기간2012.03.28(수) - 2012.04.29(일)
참여작가
유현경
초대일시2012년 03월 28일 수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소격동, 학고재) )
연락처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