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돈은 1960년대까지 유화물감의 질감을 살리면서 생생한 붓터치를 통해 숲과 나무, 새 등의 사물들이 공존하는 추상적 화면을 구성하였다. 한 폭의 시처럼 차분한 색조로 특유의 서정성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1970년대로 이어지면서 황색조의 화면에 작가 특유의 도상이 등장하는 화면으로 발전된다.
먹색의 다양함과 무한한 공간을 담은 여백의 미,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조선백자, 그리고 거칠지만 질박한 멋이 담긴 고대토기는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한국미의 원천이었다. 1949년 남하한 작가는 누이, 말, 오리 등의 향토적 소재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입했으며 호수와 산, 조선백자와 토기 등을 통해 동양의 정신이 담긴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했다. 넓게 펼쳐진 호수 위로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의 모습, 그 뒤로 펼쳐진 산봉우리와 일출(日出)의 순간은 태초의 모습이자 우주의 질서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또한 말과 함께 한가로이 나팔을 불며 꽃밭을 지나가는 소년, 소녀의 모습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자 평화로운 시간이다. 작가 특유의 수직 수평의 구도는 작품에 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고요하고 숭고한 안식의 세계로 인도한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감동적인 이유는 전쟁의 고통과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를 꿈꾸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고통의 시기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하고 가장 한국적인 조형세계를 펼친 박돈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귀감을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박돈의 그림에는 동양적인 정신성이 숨쉬고 있다. 정지된 듯한 시간, 적요의 세계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신적인 힘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고요한 가운데 시선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도저히 침범할 수 없는 높은 정신의 성체 같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적인 어떤 기운이 감돈다. 그 기운은 종교적인 신념과도 유사하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여백에서 뿜어 나오는 거역 못할 힘이 감지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여백은 비어 있는 무의 공간이 아니다. 한국인의 정서적인 뿌리를 바탕으로 한 정신의 근본이 담겨있는 것이다.”
-신항섭, <박돈의 작품展> 中에
“아주 고운 흙 모래의 초가집 벽처럼 화면의 바탕을 고르게 조성한 세밀하고 깔깔한 평면적 기본 질감 위에 유채물감이 엷게 스며들게 하여 광택 없는 토벽 벽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창출하는 박창돈의 기법적 특징은 전적으로 그의 창조적 실현이다. 그 질감 자체가 본질적으로 향토적 정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귀열, <박창돈의 환상적 창조력> 中에서
“그는 미리 약간 거칠게 화면의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대상을 앉히게 하는 방법을 구사해나가고 있다. 유화 특유의 기름기를 걸러낸 절감의 바탕에 마치 엷은 묵으로 화선지 위에 이미지를 그리듯 그렇게 안으로 스며들게 그려 나간다. 흙벽에 스미는 물기처럼 물감이 스며들면서 투명한 톤을 만든다. 바탕 위에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바탕의 질감과 스미는 안료의 투명한 융합에 의해 형태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독특한 깊이와 여운도 이 같은 기법에서 연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광수, <박창돈-식물성의 회화> 中에서
“그의 화면상의 특징이 설화로서의 이미지를 절실히 대변해준다. 거의 모든 대부분의 작품들이 평면적 구성으로 지배되고 있다. 화면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평면적으로 펼치는 특성을 보임이 그것이다. 마치 과거의 어떤 장면들이 선명하게 하나하나씩 떠오르듯이 말이다. 평면적 구성에 곁들여 흥미롭게 발견되는 것은 상의 투영이다. 어느 대상 가운데 또 다른 대상이 들어가 투영되어져 나오는 이미지의 중복이다.”
-오광수, <박창돈-식물성의 회화> 中에서
전시제목태초를 열다
전시기간2011.01.28(금) - 2011.02.24(목)
참여작가
박 돈
관람시간10:30am~21:00pm
휴관일일요일 백화점 휴점일 휴관
장르선택하세요
관람료무료
장소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15(서면역))
연락처051-810-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