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in Mind
우리가 살면서 가로막힌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곧게 가던 시간도 함께 멈춰 버린다. 흘러가는 시간은 '내'것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곧 시간은 희안하게도 역진한다. 이유가 무엇이건 그 아득한 막막함에 갈등과 후회, 미련, 집착 따위를 하면서.
생각은 끊임없이 기억을 쫓아 형상으로 만들고 그 형상은 나의 공간에 기록이 된다. 오로지 나만이 인식할 수 있는 만큼의 형상이다. 한편 우리가 기록한 그 형상은 감정에 의해 부정확하게 변질되어 바르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공간(space, 空間)의 의미는 통념적으로 쓰이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의 영역을 넘어 ‘나’의 공간과 ‘나’의 시간의 진정한 의미로써의 공간을 말한다. 그러므로 나의 공간은 타당한 근본이 필요치는 않다. 나만의 해석으로 쓰여진- 쓰이는- 쓰여질- 시간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하나의 공간 안에 채워지면 되는 것이다.
본 전시에는 시트지를 이용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박상희, 포토 꼴라주 기법을 이용하여 회화의 느낌을 담은 류정민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 도시 풍경 속 상징물 중에 하나인 간판, 박상희는 그 간판의 재료인 시트지를 컷팅하고 붙여 화려한 밤, 화려한 불빛 속에 무표정한 일상을 그린다. 풍경 속에 드러나는 도시 의 일상에서 너와 나, 우리의 삶을 공유하는 공간을 창출한다. 한편 류정민은 풍경의 리얼리티를 사진으로 담아서 캔버스 위에 물감 칠을 하듯이, 사진들을 꼴라쥬한다. 그 화면 구성은 인위적이거나 낯설기 보다는 오히려 회화적인 아우라를 마음껏 내뿜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품은 개인의 시간을 대변해 준다. 작품 안에 투영되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그 위에 나의 시선으로 방향이 옮겨진다. 그들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 빠져들면 우리는 마치 길을 잃은 듯한 혼란도 느낄 것이다. 바라보는 모든 이의 시점은 같을 수 있으나 각자의 시간 속에 각자의 공간 안에 재기록 되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더더욱 명료하게 드러나는 축척되어 있던 내면의 물음. 그것은 아마도 우리들 각자가 찾아야 할 길이 아닐까.
갤러리 디앤에이에서는 2009년과 2010년의 경계에서 새삼 과거, 현재, 미래의 무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제한된 시간 속 나의 공간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그 공간의 빈틈으로 갇혀있던 '나'를 보고자 한다.
■ 갤러리 디앤에이
전시제목Still in Mind
전시기간2009.12.29(화) - 2010.01.23(토)
참여작가
류정민, 박상희
초대일시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디앤에이갤러리 DNA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7-18 )
연락처02-511-9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