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그림은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 내야 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나는 혼자서 담담히 응시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심리적인 잔상들이 그림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칼칼한 공기와 구름, 예리한 햇빛과 조용하지만 너무나 잘 들리는 대기의 움직임.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많은 변화가 느껴지던 어떤 날, 어떤 장면은 그림으로 옮겨진다.
작업은 주관적이고 즉흥적으로 몇 개의 색을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색감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을 그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색을 통해 나의 상태를 동일시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 떠오른 몇 개의 색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균형을 이루는 컬러맵핑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정해진 색에서 모노톤의 미묘한 변화와 붓질로 작업 전반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는 나의 생활에서 채집된 장면이나 사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잘 모르는 것을 그리는 것은 불편하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나는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을 여러 번 바라본다. 동시에 익숙한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나의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캔버스 화면으로 담아내는 나의 시선은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 일종의 감정이입에 달려있다. 나는 정해진 위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그저 바라보고, 보았던 것들을 연속해서 떠올리려 한다. 정지된 화면으로 옮겨진 그림은 나의 세세한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는 연속된 풍경의 어느 한 장면이다. 그 장면은 내가 무심코 지나친 한 순간이자 언젠가는 마음 한 가득 차버리는 순간일 수도 있다. 나의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역으로 그림 속 나의 시선을 발견해 낼 지도 모른다. 나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암시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제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사람들이 그림 너머로 이어질 장면들을 각자의 내용으로 상상하며 바라보길 기대한다.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의 확장과 변화는 그림으로 옮겨져서, 언젠가는 온전한 회화로서 완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전시제목연속된 풍경
전시기간2010.12.01(수) - 2010.12.14(화)
참여작가
함수연
초대일시2010-12-01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유아트스페이스 Yoo art space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6번지 1,2 전시실)
연락처02-544-8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