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와 기교의 조화
새러 레이즈먼(Sara Reisman)
퍼포먼스와 기교를 통합하는 묘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재료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이재이는 <노트>(Notes, 2007)에서는 줄의 사용으로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무용단의 고리 만들기와 뻣뻣한 발걸음과, <시소>(Seasaw, 2002)에서는 염색한 실을 가지고 배경으로 움직이는 천을 사용한 앨빈 에일리(Alvin Ailey)의 어메리칸 댄스 시어터와 무대 장치에 있어서 비교거리를 제공한다. 그녀의 제스처를 이런 퍼포먼스와 관련시켜 보거나, 여기서 자라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재이는 순수하게 독창적인 예술가적 목소리를 개발시켜왔다. 비디오, 사진, 조각, 사운드 등의 매체를 이용한 작품은 기교와 안무된 움직임에 집중하는 그녀의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인, 아시아인, 여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문화적 기표를 해체하면서, 사색의 과정을 통해 관객을 언제나 끌어들인다.
<노트>는 8-채널, 흑백의 설치작품으로, 각 채널에서는 악보의 오선지를 의미하는 다섯 개의 검은 수평선을 건너뛰거나 밟거나 하는, 음표를 나타내는 검은 색의 옷을 입은 여성들이 화면에서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댄서들이 줄을 뜯거나 치거나 하면 엘리엇 샤프(Elliott Sharp)가 작곡, 연주한 음이 겹쳐진 구조주의적 피아노 음악에 따라 줄이 진동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이재이는 미니멀리스트적인 안무와 편집 사이의 시간적 긴장을 시사하는데, 이 때 시간은 스타카토와 함께 조금씩 빨라진다. 마사 그레이엄의 <‘연대기’의 스케치>(Sketches from 'Chronicle' 1936) 또한 시간에 대한 것으로, 경제 침체와 임박한 전쟁을 암시하는 움직임으로 구성되어있고, 행진하는 댄서가 나오는데,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 다리를 시계추처럼 움직이면서 무대를 가로질러 멈춘다. <노트>에서의 기교적 요소는 <시소>에서의 염색한 실의 층에 비하면 비교적 미니멀하다. 초기작인 <시소>는 넓은 수평선처럼 이어지는 5채널의 비디오 프로젝트로서, 이재이는 바다색을 띤 청록의 실타래를 풀어내어 바다의 수평선을 만들어낸다. 물과 같은 태피스트리의 벽 뒤에서 작가가 스크린을 가로질러 앞뒤로 움직이면 앞에 있는 태피스트리가 이에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다 마지막에는 떨어진다.
앨빈 에일리의 안무가로서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계시>(Revelations 1960)의 2장, “나를 물가로 데려다주오”(Take Me to the Water")에서 댄서들은 일종의 세례의식을 무대를 가로질러 앞뒤로 움직이는 파도 모양의 청색의 실크천으로 만들어진 강에서 거행한다. 에일리와 이재이의 공통점은 상승과 하강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푸른색 수평선인데, 에일리의 경우는 청색의 실크로 된 강이, 이재이의 <시소>에서는 청/초록색의 실로 된 바다가 나온다. 자신이 직접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는 설치작품에서 이재이는 향수와 진정성을 다루는 것 이상을 보여준다. 진정성을 향한 향수를 수입된 문화적 상징의 탐구를 통해 표현하는데, 이 상징들은 종종 특정한 작품의 문맥에서는 외국의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백조>(Swan), <북극곰>(Polar Bear), <나이아가라>(Niagara)(2007-8)와 <지중해인>(Mediterranean, 2009) 시리즈와 같은 작품은 기억의 부정확성을 갖고 놀면서, 가깝거나 멀거나 알려지지 않은 장소와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도전한다. <백조>, <북극곰>, <나이아가라> 시리즈는 한국의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초현실적 경험을 포착해낸다. 목욕탕의 타일 벽의 그림은 북극, 나이아가라 폭포, 혹은 백조가 있는 어떤 곳이든 그곳에 있는 환상의 배경으로 설정된다. 비디오와 사진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목욕탕 안에서 볼 수 있는 내밀한 공간의 풍경을 그림처럼 연출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페티시화된 풍경과 하나가 되는 이재이의 퍼포먼스 참가자들을 관찰하는 코믹한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
차용해온 문화적 참조물에 관한 질문을 계속 탐구하면서, 이재이의 비디오, <지중해인>(Mediterranean, 2009)은 흰 방에 수렴되는 지중해의 문화적 상징들을 아상블라주로 촬영 작품이다. 라디에이터 위에 올려놓은 “지중해”라 쓰여있는 깜박이는 네온사인, 벽에 붙어있는 열대의 지중해 바다풍경 포스터, 공간으로 펼쳐지는 푸른 천의 패널, 흰 셔츠에다 파란색 테이프로 둘러서 스트라이프 무늬를 만들고 있는 작가. 이런 기표들은 같은 장소나 같은 지역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면서, 함께 지중해라는 개념을 투영해낸다. 푸른 바다와 야자수의 풍경을 담은 포스터는 카리브해의 바닷가 풍경일 수도 있고, 이재이의 푸른색과 흰색의 스트라이프 무늬는 클래식한 프랑스 리비에라의 느낌이다.
이런 느슨한 기표들 모두는 외국의 문화에 대한 모호하면서도 부정적인 이해를 반영한다. 대조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노트>와 <시소>와 함께,
같은 다른 작품들은 상징을 좀 더 추상적인 영역으로 확장하여, 문자 그대로의 뜻을 넘어, 여러 문화를 넘어서서, 진정성에 관한 해묵은 생각들을 지나, 인간 조건에 대한 좀 더 보편적인 이해를 향해, 움직여가는 우리 자신을 상상하게 만든다. 에서 이재이는 비디오의 네 프레임에 홀로 등장하여, 천을 찢는다. 천의 긴 쪽을 수평으로 찢는 것은 물 위를― 혹은 물 속을 통해―걸어가는 것을 나타낸다. 더군다나 천을 찢는 소리가 증폭되면서 작품에 대한 우리의 읽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천 찢기는 작가의 행위를 말 그대로 소리로 표현해주면서, 또한 이런 격렬한 무대의 파괴는 더 큰 미학적, 정치적 관심사를 시사하는 불화의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이재이는 지역화된 기표를 넘어서서 젠더와 집단적 인간성의 기표로 옮겨간다. 전시제목And The Ship Sails On
전시기간2010.11.18(목) - 2010.12.03(금)
참여작가
이재이
초대일시2010-11-18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일요일
장르미디어와 공연예술
관람료무료
장소카이스 갤러리 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
연락처02-511-0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