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용이 말하는 감응 - (감응의 건축)무주 등나무운동장 관련 글 발췌
지방 소도시의 조그만 공설운동장이란 평소에는 한적하고 가끔 행사가 있을 에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다만 무주의 공설운동장은 초록 잔디를 정성스럽게 키워 넓게 펼쳐놓은 것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점이 특별해 보였다. 그때 군수는 “보여줄 게 있다”라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공설운동장에서 군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을 초대하는데 주민들은 거의 오지 않고 공무원들만 참여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공설운동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 왜 참석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어르신께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여보게 군수, 우리가 미쳤나! 군수만 본부석에서 비와 햇볕을 피해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서 있으라고 하는 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 우리가 무슨 벌 받을 일 있나? 우린 안 가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보통 군수라면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겠지만, 무주 군수에게 무주 주민의 말은 뼈아픈 충고이자 명령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 동안 햇볕이나 비를 피하는 가림막은 중앙 본부석에만 있고, 운동장 주변의 스탠드는 따가운 햇볕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어느 운동장이든 일반 관객석에 비해 중심을 차지하는 본부석은 늘 거대하고 압도적이며 권위와 중심을 상징하는 장소로 군림한다.
군수는 모든 공설운동장에 있는 이 권위주의의 실상을 파악하고 이를 기꺼이 변모시키고자 남몰래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군수가 운동장에서 필자에게 보여주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가 운동장 주변에 심어놓은 240여 그루의 등나무였다. 그는 등나무를 심어서 스탠드에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런데 심은 지 1년도 안 된 등나무가 원래 생각한 것보다 너무 빨리 자라나는 바람에 서둘러 등나무의 집을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필자는 그 순간 스탠드 외곽에 작은 등나무를 심어놓은 군수의 행동 자체가 건축을 다 해놓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등나무를 심으면 파고라와 같이 등나무가 타고 올라가서 그늘을 만들 것이라는 이 평범한 발상! 그의 평범한 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이 발상은 무엇보다도 군수가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군수가 거의 다 설계해 놓은 이 꿈의 ‘그림자 프로젝트’에서 필자가 한 일은 군수의 말이 현실이 되게 번역해 낸 것뿐이다.
전시제목감응(感應)
전시기간2010.11.12(금) - 2011.01.30(일)
참여작가
정기용
초대일시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05:00pm
관람시간11:00am - 07: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
연락처02-2020-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