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나의 작업은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방법과 방식에 관한 연구이며 이것은 욕망이 만들어낸 풍경과 장면의 관련된 작업이다.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점층적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 ‘More’를 최종단어로 꼽았다. ‘More’를 욕망의 개념으로 바라볼 때 욕망의 지속적인 방향성을 보다 더 증가시키는 단어로 인식되어지기 때문에 욕망의 무한대적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욕망의 개념, 그리고 산수. 이 둘의 상관관계를 은유적으로 연결 짓는 중요한 상태를 'More' 로 나타낸다. 산수화가로 출발한 나의 히스토리가 귀결된 곳이 결국 욕망이라는 것은 자칫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산수를 대하는 목적과 관계없이 튀어나온 욕망은 결국 산수를 통한 욕망으로 반전 시켜 다른 형식의 ‘산수’로 드러나게 된다.
욕망의 작동원리
욕망에겐 주체가 있다. 이 주체는 바로 ‘나’, ‘자아’ 이다. 이 주체는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성립시킨다. 그리고 욕망은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삶을 유지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 시스템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비교우위에 있으려면 욕망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발동이 된다. 그런데 이 욕망의 근원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욕망을 끈임 없이 작동시킬까? 이 물음의 근원엔 ‘소유’가 있다. 소유는 주체의 존재를 만족시켜준다. 소유는 욕망의 주체성을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원리이며 방법이다. 또한 소유는 욕망의 주체를 만족시켜줌과 동시에 끊임없는 욕망을 이끌어낸다. 부와 명예, 힘과 권력, 이 모든 것은 가져야만 만족스러움을 체감하고, 소유할 때 비로소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산수를 통한 욕망의 발동
산수를 대하면서 욕망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무엇 때문에 가능케 된 구조인가? 산수를 대하고 있으면 최초의 산수화를 그려야만 하는 목적성은 사라지고 산수라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발동되는 것에서 그 전환점이 있다. 따라서 나는 산수라고 하는 대상 앞에서 대상과 물아일체를 노리기 위해 이미지를 그려내지만 어느 순간, 원하지도 않으며 대상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나의 욕망이 튀어나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대상을 보고 이미지를 그려내다가 저 골짜기에서 예쁜 여자와 섹스를 하고 술을 먹으며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 산봉우리 위해서 캠핑을 즐기면서 시야가 시원하게 확보된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노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순간 나는 애초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나른한 상상에 빠지곤 한다. 따라서 욕망은 나에게 있어 산수의 개념을 뚫고 나와 산수라는 대상을 소유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만다.
욕망이 만들어낸 풍경 및 장면(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방법과 방식에 관한 연구)
나의 작업은 산수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소유욕’과 관련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주제의 작업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 데 그 중 하나는 거대 자연에서 좋은 풍경을 선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풍경을 썰어와 수석으로 전락시켜 욕망을 실현 하는 작업이다.
1. 선점
초기의 선점 작업은 비교적 현실감 있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거대자연을 소유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거대자연을 소유하는 방식은 그것을 사들이고 판매를 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나, 그러한 투기적 성격은 거대자연을 궁극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다른 방식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대자연을 어떻게 소유할까? 그것은 바로 좋은 위치, 좋은 풍경을 선점하는 것이다.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소유함으로써 거대자연을 비로소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선점의 풍경’ 작업을 제작하기 위해 나는 국립공원 혹은 법으로 개발이 규제되어있거나 아직 사람의 욕망이 닿지 않는 풍경을 찾아내어 그 곳 현장에서 풍경을 그려내었다. 그리고는 개발제한구역을 개발가능지역으로 가정할 때의 장면을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나는 현장에서 제작한 나의 그림 속에 자본들, 건물이나 간판 혹은 매우 잘 가꾸어져 있는 정원수들로 채워 나갔다. 이러한 풍경은 우리가 현실에서 자연을 소유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구조물들로 채워져 버린 현실이, 어딘지 모르게 사라져 버린 자연의 경관들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리라 본다.
2. 도려내기
‘도려내기’ 작업은 명승지를 관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명승지는 이미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호감을 얻은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 곳에서 소장가치가 좋은 어떤 장소 혹은 어떤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온다. 사진 속의 풍경은 실재하는 공간을 증명하는 동시에 매력적인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풍경 중 마음에 드는 특정장소, 또는 풍경의 특정 부위를 썰어온 다음 나의 공간 안에 들여 놓음으로써 수석으로 전락시킨다. 명승지를 썰어오는 것은 법으로 보호되어있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다. 그래서 그 풍경을 썰어내어 가져오면 그만큼의 소유가치가 높아진다. 여기서의 수석은 무언가의 형상을 닮거나 혹은 좋은 풍경을 대치하기 위해서 찾는 조그만 돌멩이나 바위 덩어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보다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찾는 것’이 아니라 ‘썰어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수석의 개념은 실제의 풍경을 썰어와 나의 공간에 들여놓음으로써 풍경의 오리지널리티와 소장가치의 개념을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썰어온 풍경 위에 나는, 나의 욕구와 욕망의 순서를 순차적으로 배열한다.
욕망의 귀결 대상
욕망의 근원이 소유에 있고 모든 욕망을 소유의 귀결점으로 해석하여 본다면 몇 가지 특정한 상징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성적욕망과 힘(Power)이다. 힘은 다시금 물질적 화폐와 나를 보호하는 여러 가지 힘으로(권력과 무기류) 나누어지는데 이런 일련의 상징성은 벌거벗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놓여있는 여성, 돈을 상징하는 기름통, 그리고 나를 보호하는 무기류인 총으로 상징된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들은 썰어온 풍경 위에 나의 개인적 취향을 의미하는 물품들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원래의 자연성은 사라지고 욕망의 서사적 풍경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욕망의 풍경이며, 욕망의 조각이다.
전시제목이정배: MORE
전시기간2010.11.03(수) - 2010.11.28(일)
참여작가
이정배
초대일시2010-11-03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현대 16 Bungee (서울 종로구 사간동 16 갤러리현대 16번지)
연락처02-722-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