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의 모험은 다시 쓰는 문학 텍스트의 생성 원리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퍼포먼스•조형 설치의 협업 전시다. 기존의 시와 소설, 노래와 이야기를 발췌해 패러디하며 콜라주해가는 과정을 통해 오필리아라는 가상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캐릭터는 임의적이고 불연속적으로 변화해간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와 퍼포먼스 작업자들은 각자의 고유한 문학적 경험과 장르간 협업과 끊임없이 교섭하며 독서행위를 작업의 주제로 삼음으로써 주인공의 운명을 시공간을 초월한 내적인 모험으로 승화시킨다.
지민희의 텍스트와 이미지 작업은 사운드 및 퍼포먼스 작업자들에게 작업의 원리와 플롯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며 진행되었다. 텍스트는 책읽기의 현상이랄 수 있는, 독자로서의 그리고 텍스트로서의 각각의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고, 그 각각의 현실과 환상 또한 여러 겹의 현실과 여러 겹의 환상이 서로를 불러일으키므로 텍스트의 공간은 단일한 화자와 독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무한히 굴곡되면서 확장되는 다성음악적인 공간이 된다. 우리가 읽은 책이 없었더라면 알아차릴 수도 진행될 수도 없는 이 텍스트의 원리는 이미지•퍼포먼스•사운드 작업 모두에 해당된다. 오필리아는 독서의 경험이 일어나는 상상력의 공간, 즉 현실도 환상도 아닌 책과 독자 사이의 공간이라는 중간지대에서 새로 태어난 가상의 주인공이다. 오필리아는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텍스트와 퍼포먼스, 퍼포먼스와 사운드,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의 공간을 오가며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오필리아는 『햄릿』의 원전 텍스트에서처럼 물가에서 죽은 뒤 다시 인어로 태어나 여러 소설 속의 주인공들로 변신하며 부활을 거듭한다. 이야기의 세계인 책읽기의 공간에서 변신과 부활은 바다 속에서처럼 부드럽고 자유롭게 흘러간다.
박민희의 네 개의 퍼포먼스의 처음은 죽은 오필리아를 위로하기 위해 진혼곡을 부르는 일종의 굿으로 시작된다. 주로 전통가곡의 발성을 사용하는 박민희의 소리는 강요당하고 갇혀버린 여성성을 위로하고 텍스트에서는 발화되지 않는 글자들을 전시 공간에 실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 밖의 퍼포먼스는 책읽기의 행위를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거나 전시 공간에 설치된 작품을 읽는 행위, 문학 텍스트에서 비롯된 상황을 언어화 하거나 추상화된 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하는 것으로 공간 안에 독서 행위를 형상화 한다. 또한 퍼포머는 마치 원전의 숲 속에 불현듯 나타난 생명체처럼 하나의 오브제로서 공간에 놓여진다. 행위함 이전에 존재함으로부터 시작하는 퍼포머는 독서 행위를 하고 있는 독자이며 책 속에 사는 주인공인 동시에 책 자체이다.
이강일의 전자음악 작곡 작업은 콜라주된 텍스트와 이미지, 퍼포먼스 작업 사이의 대화에 실마리를 얻어 주로 Supercollider라는 공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진행되었다. 녹취된 일상의 소리나 대화, 박민희의 노래나 나레이션을 사운드의 실제 재료로 삼아 잘게 쪼개거나 되돌리고 반복함으로써 텍스트가 분절되고 패러디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 원리를 취했다. 문학적 내러티브가 적극적으로 담보되는 텍스트와 이미지, 퍼포먼스 작업과는 달리 이강일의 사운드 작업은 지민희와 박민희의 ‘작업에 대한 작업’에 보다 더 초점을 두며 독서의 과정에 대한 현상을 음악적 화자로서 형상화한다. 작곡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설치 작업 또한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작업에 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작은 방안에 옮겨놓는 것으로 표현된다. 작업의 도출 방식이나 그와 어울린다고 여겼던 장소의 상징이나 일어나는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인과관계를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적외선 센서 6개와 아두이노(Micro Computer Unit)를 이용하여 관객과의 인터랙션에 따라 공간의 사운드가 변형되고 사건들이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전시제목오필리아의 모험-The Adventure of Ophelia
전시기간2010.10.14(목) - 2010.10.31(일)
참여작가
박민희, 이강일, 지민희
초대일시2010-10-14 18pm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팩토리 Gallery Factory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7-3)
연락처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