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_ 부르지 않은 풀 Weeds beyond Names

2026.09.22 ▶ 2026.10.05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Map
  • 김재형

    해질무렵 들풀 8호 Weeds around sunset, 2026 35 x 45 cm oil on linen

  • 김재형

    맑은호수 20호 The clear Lake, 2026 70 x 52 cm oil on linen

  • 김재형

    나무 그늘과 절벽 10호 Crags and Canopies, 2026 50 x 40 cm oil on linen

Press Release

독일 뮌헨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재형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담에서 열린다. 작가는 십 수년째 인도 라다크로 봉사를 떠나왔다. 산소가 희박하여 숨쉬는 일조차 쉽지 않고 식물이 뿌리내리기에도 척박한 그 땅으로의 매년의 방문은, 자연과 그 안에 사는 이들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도시가 규정해온 것들로부터 놓여나, 자연 앞에서 비로소 자유롭게 사유하는 시간이 그렇게 작가에게 주어졌다.

전시된 근작들은 뮌헨의 일상에서 마주한 풍광을 나직한 필치로 옮겨낸 것들이다. 〈맑은 호수〉의 수면에 어린 나무 그림자, 그리고 그 물가에 홀로 선 어린 소녀의 자그마한 형상은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자리를 조용히 되묻는다. 〈산 길〉이 열어 보이는 능선의 깊이, 〈강가의 벤치〉가 담아낸 눈 쌓인 겨울의 정적은 저마다 다른 계절과 빛의 밀도로 화면을 채우면서도, 자연을 관조하는 작가의 한결같은 시선으로 이어진다. 〈우거진 숲과 시내〉와 〈시냇가의 봄〉, 〈해질무렵 들풀〉에서는 빛이 이파리와 풀잎 사이로 흩어지며 형상의 윤곽을 지우고, 〈나무 그늘과 절벽〉에 이르면 색과 붓질만이 남아 대상은 거의 빛과 그늘의 진동으로 변한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자연에 깃든 고통—썩고 찢기고 얼어붙고 메마르는 것들—이 종종 매끈한 것 아래로 가려진다고 적는다. 이름과 언어가 그 도구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릴케가 사물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것이 굳어버리고 벙어리가 된다고 말했듯,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규정하는 순간 사라지거나 감춰지는 것들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첨단 기술이 자연과 도시 사이의 인식적 거리를 좁혀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자연의 복잡하고 거친 면모를 은폐하며 그것을 효율적 소비의 대상으로만 보게 하는 필터가 되기도 한다는 성찰도 함께 놓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이름 붙이지 않고 분류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존재 곁에 머무는 여백의 시간을 화폭 위에 청한다. 이번 전시는 그 여백 속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가려져 있던 것들의 자리를 조용히 비추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맑은 호수 The clear Lake 2026 70 x 52 cm oil on linen>, < 산 길 The Mountain path 2026 130 x 100 cm oil on linen>, <강가의 벤치 Bench by the river 2026 80 x 90 cm oil on linen 등의 작품에서는 뮌헨에서의 일상에서 바라다보는 풍광을 조용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조용하게 자연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김재형은 독일 뮌헨 예술대학교에서 Prof. Schrin Kretschmann, Prof. Axel Kasseböhmer를 사사하며 마이스터슐레(2023), 디플롬을 졸업하였고, 영국 첼시 예술대학 석사(2010),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2007)를 거쳤다. 갤러리담(서울), Kunstprojekte Sigrun C. M. Leyerseder(독일) 등에서 개인전, 단체전을 개최하고 꾸준히 국제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자연·사라짐·기억을 깊이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업 노트

자연에는 고통이라는 할만한 것들이 포함된다. 자연에서는 자주 썩어서 부패하고, 찢기고, 얼어붙고, 메말라 갈라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고통은 점점 피해야 하는 가치로 분류된다. 그렇게 분류된 것 중에는 중요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고통 없는 매끈한 무언가 아래로 가려지는 것들도 있다. 마음의 곪은 상처도, 찢어진 상처도, 흐르기 전에 얼어붙은 눈물도, 메마르고 쓰라린 갈등도 매끈한 도구로 가려진다.

‘이름’과 ‘언어’는 고통스러운 부분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름과 언어는 누군가 보기 불편해하는 것들을 매끈하게 덮어준다. “나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나 두렵다. 그들은 모든 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잘라 말한다. 건드리면, 사물들은 굳어버리고 벙어리가 된다. 당신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생명을 죽여버린다.”라고, 릴케는 말한다.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정해지는 순간 사라지거나 감춰지는 것들이 있다.

도시에 산다는 것이 자연과 먼 차가운 회색 이미지를 가진다는 생각은 지나간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에 물리적으로 가깝다고 반드시 자연에 많이 동화되지도 않는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이 우리의 경험과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이유가 된다. 첨단 기술이 도시와 자연의 인식 거리를 좁혀주기도 하지만 실제 복잡하고 거친 자연의 면모는 은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 공유와 빠른 의사소통 도구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 기반 직거래 서비스는 자연을 가까운 거리로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자연이 효율적 소비 대상으로만 보게 되는 필터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멋진 소라 껍데기도 나름에 전해주는 바가 있지만 몇 해 전 가까운 사람과 같이 가서 바닷가에서 주워 온 여기저기 닳고 깨진 소라의 의미와는 다르다.

자연을 바라볼 때 이름 붙이기와 언어가 그러했듯 기술의 발전도 대상의 존재를 가까이 가져다주기도 하고 다른 면으로 감춰지거나 사라지는 것들도 생겨난다. 언어와 기술 모두 유용한 도구들이지만 자연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면 그 도구들을 내려놓고 잠시 판단 없이 있는 여백의 시간이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이름 붙이지 않고, 분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 곁에 머무는 시간. 그 여백에서 우리는 감추어져 있어 잊힌 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제목김재형_ 부르지 않은 풀 Weeds beyond Names

전시기간2026.09.22(화) - 2026.10.05(월)

참여작가 김재형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마지막 날은 오후 5시까지 입니다.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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