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욱은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정물과 바다를 표현하며, 익숙한 대상과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 존재가 나타나는 순간을 확인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 대상을 관찰하고, 자신의 감각과 심상에 따라 소재와 색, 빛의 관계를 탐색한다. 여러 소재의 조합을 시도하고 서로의 조화를 면밀히 살피는 과정은 대상의 외형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화면 안에서 어떤 상태로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정물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선택이 절제된 배경과 극적인 색채와 빛의 대비로 등장한다. 주변의 정보를 덜어낸 배경은 시선을 사물에 집중시키고, 꽃의 형태와 색, 표면에 머무는 빛의 미세한 변화와 질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요히 머물러 있는 꽃과 사물에는 오랜 시간의 관찰을 통해 포착된 ‘머무름의 결’이 담긴다. 그러나 그 정적인 형상 안에도 피고 시드는 시간과 생명의 변화가 흐르고 있다.
반면 바다에서는 색과 빛의 변화 자체가 형상을 만들어낸다. 어두운 물 위에 빛이 부딪히면서 밝고 흰 부분이 생겨나고, 그 차이 속에서 파도의 형태가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흰 거품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물과 빛이 만나는 찰나에 생겨나 곧 흩어지는 형상이다. 끊임없이 요동하는 파도는 이러한 순간들의 반복 속에서 흐름과 생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꽃과 파도는 서로 다른 풍경처럼 보이지만, 모두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존재의 상태를 담고 있다. 머무르는 꽃은 흐르는 시간을 품고 있고, 흐르는 파도는 순간의 형상을 남긴다. 작가에게 형상은 완결되어 고정된 모습이라기보다 존재가 잠시 모습을 나타내는 상태에 가깝다.
따라서 작가의 사실적 묘사는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섬세한 붓질과 색, 빛의 대비를 통해 대상에 응축된 감각의 밀도를 표현하고, 그 형상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을 환기한다. 그림 앞에 잠시 머무는 동안 관람객은 익숙했던 대상에서 새로운 존재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아가 자신의 시간과 감정까지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노트
일상의 가장 익숙한 대상과 자연의 가장 거대한 움직임 사이에서 감정의 결을 바라본다.
정물은 정지된 시간처럼 고요하게 놓여 있고, 바다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순간마다 다른 얼굴을 만든다. 서로 전혀 다른 풍경 같지만, 두 이미지는 결국 같은 감정을 향한다. 살아 있는 것들이 품고 있는 연약함과 아름다움이다.
꽃은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침묵을 머금고 있다. 검은 배경 안에서 더욱 선명해진 꽃들은 누군가의 기억처럼 떠오르며, 사라지기 직전의 찬란함을 드러낸다. 반면 파도는 형태를 붙잡을 수 없는 존재다. 빛과 물, 거품이 뒤섞이며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진다. 그 흐름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시간을 본다.
‘머무름’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꽃은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시들어가고, 바다는 쉼 없이 움직이지만 늘 같은 자리에 존재한다. 서로 반대되는 두 장면은 결국 삶의 양면처럼 연결된다. 우리는 어떤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단순한 재현을 넘어, 대상이 가진 감각의 밀도를 전달하고자 했다. 꽃잎의 부드러운 결, 물결의 차가운 움직임, 빛이 스치는 미세한 흔적들은 보는 이의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매개가 된다. 화면 앞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고요한 꽃과 흔들리는 바다 사이에서, 각자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전시제목도진욱: 狀 상) State
전시기간2026.10.02(금) - 2026.10.25(일)
참여작가
도진욱
관람시간11:00p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