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도시의 어느 곳에나 있다. 그것이 작가 신원삼이 주지하는 인간의 존재의 원칙인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곳에나 있다 라는 의미는 왠지 좀 서글프다. 주체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치 도시라는 거대한 맥락 내에서 보이지 않는 유도장치의 가동을 통해 사람은 필요한 곳에 배치되고, 소모품처럼 낭비되고, 나날이 화려함을 더해가는 외관에 첨가되어야 하는 부가적 존재와도 같이 그렇게 도시의 어느 곳 마다 위치 되어지는 것이, 바로 현대인이라는 말은 건내는 듯 하다. 작가 신원삼은 化(화)라는 한글자로 자신의 모든 작품을 수렴하고 있는데, 사전적인 의미로 되다-라는 의미를 지닌 이 한 글자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가 생산한 수많은 기호와 메시지에 의해 다양한 본질적 가치를 상실한 이 시대에 대한 유감의 표명일 것이다. 도시화부터 발생한 다양한 부조리함과 모순들에 대한 진단은 여기서 어쩌면 너무나도 상투적이어서 반복적일 수 있다. 하여, 단지 필자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작가 신원삼의 재현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나날이 그 화려함과 밀도를 가중시키고 있는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드러낸 작가의 감각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앞서 언급 한 바 있듯, 그리고 작가가 그의 작업노트를 통해 밝혔듯,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흐려진 실존적 위상이 그의 작업세계의 모티브이며, 작가는 이 모티브를 회화라는 고유한 방식을 통해, 인간의 익명성과 무차별적으로 확장되는 도시성의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다루며 탁월하게 재현하고 있다.
신원삼의 회화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명백한 의미전달을 위해 도시와 인간-이라는 두 가치를 하나의 화폭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색체와 거침없는 붓질로 도시를 표현한 반면에, 인간의 군상은 상대적으로 세밀하고도 생략된 디테일로 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가치는 동일한 물리적 시공 속에 존재하고 있으되,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에게 용해될 수 없는 형태로 작품 속에 자리하고 있다. 끊임없이 자라나는 숙주와도 같이 뒤엉킨 형태로 그려진 도시는 화려한 가치들로 무장된 재생무한적인 생태를, 최소화된 형태를 갖춰 표현된 인간은 절제된 감성과 결핍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대상과 배경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대신 상반된 이미지를 간직한 채 대상이자 배경으로 더불어 작용하며 주제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 속, 인간의 군상에 대해 좀 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상실의 시대에 직면한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성별 정도만 구별되는 나신의 인물들은 현대인의 익명성과 거침없이 성장하는 도시 앞에 무기력함에 대한 상징이다. 신원삼의 작품은 인간에 의한 도시가 아닌, 반대로 도시에 의한 인간이라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처해졌음을 목격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고발적인 주제를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회화는 미술작품으로 높은 예술적 밀도와 유미적인 면모까지 획득하고 있다. 한 회화작가의 주제의식의 표출에 있어 놓치지 않는 미적 쾌快 또한 필자가 작가 신원삼에 대해 평가하는 중요한 능력이다.
- 추명지 전시제목化
전시기간2010.09.25(토) - 2010.10.03(일)
참여작가
신원삼
초대일시2010-09-25 18pm
관람시간1:00am~17:00pm
휴관일없음
관람료무료
장소대안공간 도어 Open Space Door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7-22번지 B1)
연락처070-7590-9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