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한국 출신의 아티스트 김윤호는 단순한 사진가, 그 이상이다. 그의 작업은 실제로 개념적이면서도 기록적이며, 다양한 문화적 범주 속에 발생하는 사회 현상들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한 심리 탐구의 결실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한 사회의 사회 문화적 토대 속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가는데, 여기에 창의적 수완과 과학적 호기심을 결합시킨다.
김윤호가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에서 선보였던 시리즈 ‘베를린에서 만난 1,000대의 버스들’도 유사한 원칙을 사용한다. 제목이 명시하는 대로, 베를린에서 찍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1,000대의 관광버스 사진들을 보여준다. 사진들을 정렬함으로써, 그는 일종의 관광버스 유형을 묘사하는데, 여기서도 그는 다시 의례화된 사회적 행위의 현상을 강조하고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다양한 여행사의 색깔에 있는데, 이 시리즈는 관광행위를 규격화된 군중적 경험으로 보여주며, 이 경험은 개개인의 기억 경제 활동(Memory economy) 속에서 독특하고 심지어는 로맨틱한 이벤트로서 양식화될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좁음, 딱딱함, 산업적 취급 등과 같은 불쾌했던 회상은 퇴색해지고 사소한 일화들이 되어버리는데, 심지어는 모험담과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된다. 자동화된 사회에서 모험담은 그 자체로 일상 속에서 천 배로 재현되는 촌극이자, 대용품이 되어버린다.
김윤호의 작업은, 예리한 풍자 감각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틴 파와의 유사점들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마틴 파 그 역시 일상 속 문화의 날카로운 분석가로서 접근 방식에 있어서 김윤호에게 영향을 준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들은 마틴 파보다 다소 덜 과격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조망하는 사람들로부터 항상 정중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진 작업이나 비디오 설치 작업 모두에서 김윤호는 주로 매일 매일의 사회적 습관을 관찰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그는 결코 파파라치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행동 체계와 계층 간의 특징적 패턴에 대한 그 자신의 개입을 반영한다.
이 점은 그가 ’아트 포럼 베를린 2006년‘에서 발표한 작업 ‘Timetable for Artists'에서도 충실히 드러난다. 이 작업은 기차역 안내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주요한 아트페어들을 여행 목적지처럼 전시한다. 여기서 작가는 그 자신을, 끝없이 그 수가 증가하는 아트페어들-대단한 걸작품임과 동시에 허영심의 무대-에 의해 끊임없이 충전되는 예술시장에서 유랑 서커스단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암묵적인 희생자로서 표현한다.
김윤호의 작업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선다. 그의 이미지들은 사진에 관한 명상 혹은 탐구로서 읽혀질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이 결코 장소나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사진 찍는 행위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록 그의 작업은 외관상 다큐멘터리 같은 특징들을 보여주지만, 단연코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윤호는 그의 탐구 대상에 적응하면서 한국 문화 뿐 아니라 외국문화에도 그 자신을 위치시키고자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인류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그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분류하며, 유형학을 발달시킨다. 접근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의 작업은 결과적으로 이해를 위한 진지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작업이 만국의 보편적인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으나, 관람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그들의 위치와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원한다. 관습화된 사회적 행동들에 대한 열린 담론을 호소하는 것이다.
크리스찬 에이 쉰들러(Christian A. Schindler /큐레이터,작가) 전시제목사진전(SAJINJEON)
전시기간2010.10.14(목) - 2010.11.14(일)
참여작가
김윤호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
연락처02-745-1644